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희영 Aug 23. 2022

나를 지키는 것들.

차 사고가 있었다. 상대방의 운전 미숙이 결정적이었다. 어이없는 사고였지만 내 과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내 차량 블랙박스에 sd카드가 없었다는 것. 급한 마음에 블랙박스의 카드며 리더기까지 구입했다. 그러나 작동 오류가 떴다. As받으러 갔더니, 사장님은 10년된 단종 모델이라며 기계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게다가 그 분 얼굴은 잔뜩 구겨진 표정이다. 그렇다면 새로 장착하는 데 얼마나 드냐고 물었더니, 사장님 표정부터 바뀐다. 화색이 만연한 얼굴로 급 친절 모드다.


손바닥 뒤집듯 표정을 바꾸는 사람은 무섭다. 알고보면 결국  때문이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급변할  없다. 사장님의 돌변한 표정 앞에서 나는 잔뜩 주눅들었다. 어떤 표정을 만들어야할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돈은 표정을 바꾸게 할 수 있지만, 우리에겐 그걸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가 민망함이라든가 부끄러움 같은, 혹은 품위라고 부르는 것들. 죽어도 버리기 싫은 것들, 아니 버릴 수도 없는 것들. 그러니까 끝내 나를 지켜내는 것들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낸들...(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