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 위에서.. 미국 동부 보딩스쿨을 가다 #3
#Scene 3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흩날렸다. 호텔 조식을 챙겨 먹고 (퀄리티와 취향을 떠나 이 정도 가격에 밥까지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학교 근처 은행에 가서 아이 계좌를 클로징 했다. 잔액이 그래도 어느 정도 남아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잔액이 1달러라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휴대전화 통신사 대리점에도 들러 서비스를 해지했다. 무언가를 하나둘 정리하는 일이 이렇게 쉽다니.. 밀린 숙제를 해치우는 기분이 들면서도 어딘지 허전했다. 고심 끝에 결행했던 아이의 미국 생활의 흔적이 지워져 가는 느낌이랄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출출했다. 근처 일본 라멘 집을 갔는데 태이크아웃만 가능하다고 해 별 수 없이 캘리포니아롤 한팩과 덮밥을 포장해 차 안에서 둘 다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집 떠나면 웬만한 모든 것들이 맛있고 아름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Saco를 떠나기 전 다시 학교 기숙사에 들렀다. 어젯밤, 요란하게 환송의 시간을 가졌는데.. 석별의 아쉬움이 밀려와서인지, 아이는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빗줄기가 한층 세졌다.
아이를 기숙사에 내려주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 녀석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거리를 사서 안겨줬다. 1시간쯤 지났을까.. 아들은 친구들과 기숙사 밖으로 나왔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아들은 먼 외국 땅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과 어색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 조금 가까워지는 시점에.. 다시 헤어지는 경험을 했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감정의 동요와 낯섦과 친숙의 경계를 지나며 아이에겐 많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쳤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오롯이 전해지는 혼란의 파장도 커졌을 것이다.
홀로 감내하기 힘든 순간들이 쌓여 어딘가로 내몰리는 극한의 체험 속에서도 부딪히고 단련되고 조금씩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을 거라 여기고 싶다.
그렇게 아이와 나, 우리 가족의 고단했던 삶의 한 페이지를 뒤로 하고 우린 뉴욕(New York)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