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ura gamsung
Oct 23. 2024
페이드 아웃에 대하여
'꿈같던 우리'라는 마법이 풀리는 순간
영화를 보았다.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영화관에 조명이 다시 켜지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영화는 되감기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보고 싶은 장면이 있어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몰려오는 여운과 휘몰아치는 복잡한 감정들에 사로잡혀 우리는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한다.
영화관에서의 Fade out은 마치 1초뒤 벌어지는 너의 감정의 소용돌이에 대비하라는 신호탄 같다. 러닝타임 내내 우리의 감정을 끌어올렸다, 내렸다, 이리 데리고 갔다가 저리 데리고 다니던 주인공이 Fade out으로 사라지면 마치 급속도로 마법에 빠졌다 풀린 느낌이다. 잠시 다른 세계로 갔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 그런 느낌말이다. 어두운 곳에 적응하느라 커진 동공이 다시 빛에 적응하며 작아지면서 생기는 눈에 저릿한 감각도 엄청 크게 느껴지는 그 순간, 말이다.
나에게 그 순간은 마치 '좋아하는 감정을 내려놓아야 할 때'와 비슷했다.
내 인생에 나보다 더 주인공이었던 사람을 나에게서 fade out 시켜야 만 할 때. 그때, ‘꿈같던 우리’라는 마법이 풀린다. 완벽한 둘에서 다시 불완전한 하나로 돼버린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현실 조명이 켜졌을 때처럼 엄청난 감정들이 휘몰아친다. 눈에는 저릿한 감각과 함께 눈물이라는 것도 흐를 수도 있다. 되감기를 할 수 없기에,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기에 우리는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fade out 돼버린 사랑을 애달아한다.
왜 내 사랑은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새드엔딩인지 곱씹어도 본다.
왜 내 사랑은 할리우드 대작이 아니라, 짧은 단편영화일 수밖에 없는지 후회도 해본다. 그치만 우리는 안다. 다시 그 찬란한 하이라이트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친했던 '우리'라는 '둘'은 서로에게서 fade out 된다.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 이름 석 자를 각자의 기억에 남기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