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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a gamsung May 04. 2024

기꺼이 행하는 마음에 대하여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귀한 마음은 무엇인가요?

참 귀한 마음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귀하고 소중한 그 마음은

누군갈 위해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고 행하는 마음이다.


오늘 오전 치료가 끝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감사함이 몰려온 날이다.

-------
어제도 자기 전에
내 클라이언트가 건넨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바라보는데,

난 단순히
요새 이런 거에 흥미가 생겨서 그쪽으로 공부를 해볼까 해
라는 서툰 영어로 건넨 말 뿐이었는데,

관련된 서적을 찾아서 본인이 직접 읽고 챕터까지 1~3만 보면 된다고
일러주며 건네준 책이다.
5월 며칠까지 반납이니, 네가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심지어 5월 말에 출국인데, 나를 위해 논문들과 paper 들을 모으고 있다고..)
울뻔해서 치료실을 빠르게 나왔다..

이런 클라이언트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또 오늘은 나의 표정만 보고서
' 무슨 일 있어요? '라는 말을 건네는 동료와
클라이언트들을 만날 행운이 얼마나 될까?

'아침에 테니스를 못 쳐서 그런가 봐요'라는 말에
' 테니스 재밌어요? 동호회를 만들어야 하나..? '라고
날 위해 무언갈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동료를 만날 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자기가 도울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내 클라이언트라니..
(사람을 잘 못 믿었을 땐, 빈말로 들렸는데, 이젠 진심으로 들린다.)

참, 떠나는 마당에 내가 1년 동안 행하지 못한
부위별 스페셜 테스트도 정리해 놓고 간 사람도 있었지.

오늘 그 귀한 마음들이
나에게 많이 와닿는 날이다.

며칠 전 테니스 용품점 사장님과 수다를 떨었을 때도

"누군갈 좋아하면 그 사람을 어찌어찌하려고 하지 마라.
그냥, 그 사람에게 내가 뭘 더 해줄 수 있을까.
그 사람의 행복을 열심히 빌어줘라. 
그게 설령 
그 사람 옆에 다른 사람이 있더라도."

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아직도 저 말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당연한말이었고, 나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을 대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던 안 좋아하던 내가 해줄 수 있는 걸 생각하고...
철저하게 그 사람의 생각과 관심사를 충분히 들여다봐야 하고
들여다볼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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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나는 
몇 년 전만 해도
차라리 안 받고 안 주는 걸 택했던 사람
이었다.
(대체 1년 사이에 이런 대 변화가 생긴 건지..)

관계 맺는 게 귀찮았고 부담스러웠다.
부질없다고 생각했고, 1:1로 만나는 건 
온몸이 간지러울 정도로 싫어했다.
또한,  군중 속의 외로움도 자주 느끼곤 했다.

그래서 나는 선택적 관계만 맺어왔고,
내 바운더리 안의 사람들에게만 내 마음을 쏟았다.
그 외의 사람들은 블러처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보니, 바운더리 안에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나와 다른 마음의 크기를 마주하면 실망을 하기도 하며
혼자서 그렇게 서서히 거리를 두기도 하고 그랬다.

또 열등감에 휩싸이기도하고 시기질투심도 들곤했다.
마음이 많이 괴로웠다.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1:1로 만나도 괜찮다.. 블러처리도 심하진 않다.
또 그들의 삶이 행복한 것을
해낸 것을 들으면 난 기꺼이 내 일처럼 기뻐해줄 수 있다.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드디어, 나를 다시 되찾아 가는 느낌이었다.


시선을 
부족함이 아닌, 이미 내가 가진 것으로만 돌리려 노력하기도 했고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니 내가 점점 바뀌어간 것 같다.


아마 저때는 내 마음에 여유가 없었나 보다. 깨닫는다.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구나, 싶었다.
환자들의 improvement가 내 손에 달려있다는 책임감과
부족하다는 자책감과 죄책감 (근데 이건 지금도..... 여전한 것 같다)
퇴원 후 제2의 삶을 도와줘야 하는 부담감.. 등등이
나를 짓눌렀던 것 같다.

이젠 그렇게 만난 클라이언트가
나에게 자신이 아껴둔 지인을 만나보라며
소개해주는 시간까지 흐르다니.. 시간 참 빠르다.

'누군가 위해 자신의 것을 건넬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이 오늘 나를 또 웃게 하고
서 있을 수 있게 하였다. 다시 하루를 살아갈 활기를 되찾아 주었다.

내 별명 중 하나가 0러브인데,
내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흑백일 것 같다.
연인과의 사랑뿐만 아니라
인류애, 자연애, 동물애 등등 이런 것들 전부 말이다.

내가 받은 그 사랑을 나의 또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전할 것을 다짐해 본다.


내 손이 따뜻해서 기분이 좋다고
거의 모든 클라이언트들이 말하는데,
아마 내 안에 사랑이 점점 차올라서 그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신기하게 나는 수족냉증은 없다..
추워서 차가워지는 것 외에는.. 주머니에 손 넣고 있으면
금방 돌아오곤 한다.

그렇게, 내 마음의 회복력도 점점 더 성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걸 나눌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나에게 
귀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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