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은아 Jan 18. 2021

할머니의 매일 밤

연결의 시간


부모님이 바쁘셔서 나는 성인이 될 때까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새하얀 머리칼의 인상 좋은 할머니? 하면 동네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할머니는 그저 천사였다.


건들기만 해도 가시를 세우는 예민한 고슴도치 같던 나를 매번 그저 껴안아준 할머니.


할머니는 단 한 번도 내게 화를 내지 않았다.


문득 삶이 버겁다고 느껴진 오늘, 갑자기 그녀의 매일 밤이 떠올랐다.


매일 밤 할머니는 고요한 방에서 고요히 성경을 읽으셨다.


어린 시절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그러나 그저 옆에만 있어도 편안했던 그녀의 밤.


나의 밤도 그녀의 밤과 같아지고 있다. 종교는 없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그렇게 그녀와 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한 달 뒤에 나는 죽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