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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dit May 10. 2019

프라이탁, 감성이 전부일까요?

왜 사람들은 프라이탁을 사는 것일까?

트럭 방수천으로 전체적인 형태를 잡고

자전거 바퀴 튜브로 포인트 라인을 잡고

자동차 안전벨트로 끈을 달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방을 만든다.


감성쓰레기?

업싸이클링 브랜드 FREITAG


대학시절 같은 과 동생이 어느 날 희한한 가방을 들고 왔다. 가방이긴 가방인데 거적때기 같은 쇼핑백을 들고 온 것이다. 처음 봤을 때는 어디서 주워왔거나, 디자인과 특성상 자신이 리폼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그런 쓰레기 같은 가방은 어디서 주워왔냐고 묻자,


"이거 새 제품이에요. 리사이클링 한 제품인데 아직 국내에는 별로 없지만 해외에서는 인기도 높고 비싼 가방이에요"


나 말고도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이 많기라도 한 듯 그 친구는 준비된 대답을 막힘없이 쏟아냈다. 아무래도 나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하지만 그 친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이해를 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


'도대체 저 더러운 가방을 왜 사는 걸까? 돈이 남아도나..'


이것이 내가 프라이탁에 가진 첫인상이었다.

필자가 사용하는 프라이탁 제품

그랬던 내가 이제는 프라이탁 제품을 하나둘 모으고 있다. 한낱 쓰레기 같은 가방으로 치부했던 내가 왜 이들의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프라이탁이 제공하고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에 대해 공감한 까닭이 첫 번째 이유였다.

프라이탁 제작 현장_이미지 출처: 프라이탁 공식 홈페이지

오래된 것으로

새로운 것을 만듭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라이탁이 업싸이클링을 통해 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라이탁의 창업자인 마커스, 다니엘은 어린 시절 농가에서 자라 농가의 작업장에서 주변의 물품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 그들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재미를 붙여 디자인의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대학을 다니며 마커스, 다니엘은 평소 자전거를 통해 외출을 했고 항상 스케치북을 가방에 넣고 다녀 비가 오는 날이면 자신들의 가방이 젖는 것을 걱정했다. 어느 날 트럭의 방수천을 보며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30피트의 방수천을 가지고 당시 뉴욕에서 유행하였던 메신저백 형태의 가방을 디자인하였다.


자신들의 주변 지인에게 팔던 가방은 점점 스위스 취리히 내 우체부들한테 팔려나갔고,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가방에 자신들의 성 '프라이탁'을 붙여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것이 대략적인 프라이탁의 시작이다.


이후 프라이탁 짝퉁인 스위스 슈퍼마켓 체인인 미그로스의 '돈너스탁' 이 발매하면서 오히려 관심을 받게 되었다. 대놓고 프라이탁을 따라한 탓에 연일 뉴스에서 돈너스탁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서 프라이탁은 오히려 홍보가 되었고 그들의 업싸이클링적 디자인이 재조명을 받게 되면서 유럽의 유명 브랜드가 되었다.

프라이탁 형제(마커스, 다니엘)

나는 깨어있는 사람이야!


프라이탁의 가장 큰 특징은 업싸이클링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업싸이클링의 개념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인식된 브랜드이다. 이는 업싸이클링 제품의 가장 큰 단점 '더럽다'를 감추지 않고 가장 크게 드러내어 전달하였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사실 감성쓰레기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긴 했지만...)


반면에 가장 큰 더러움을 제외하고 다른 파츠(손잡이, 포인트라인, 로고)는 원재료를 알기 힘들 정도로 가공이 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프라이탁의 제품 중 재활용된 부분은 방수포라고만 생각될 정도로 가공이 되어있다.

쉽고 직관적인 설명을 이미지로 제공한다

트럭의 방수포, 자전거 바퀴 내부 튜브, 자동차 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하여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프라이탁은 멋진 제품을 선사하는 동시에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들도 프라이탁이 추구하는 친환경 운동에 간접적인 참여를 하게 만든다. 이러한 참여는 사용자로 하여금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게 만든다.


프라이탁 가방을 메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메는 가방이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친환경 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고 남들과는 다른 개성 있는 자신을 프라이탁을 통해 드러내려고 한다.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쓰레기 가방을 메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프라이탁만의 브랜드 경험이다.


결국 프라이탁의 가방을 통해 사람들에게 비록 쓰레기를 메고 있다 하더라도 고가 제품 그리고 친환경적인 이미지와 같은 아이러니컬한 변명을 통해 사람들이 쓰레기를 메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했다. 이것은 방법은 어떻게 되었든 사람들에게 친환경이라는 이슈를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같은 디자인의 프라이탁 제품은 없다

단 하나뿐인

나만의 프라이탁


제품 재질의 특성 탓에 프라이탁의 제품은 같은 디자인이 절대로 탄생할 수 없다. 각기 다른 패턴의 방수포 디자인과 오염도의 정도 등에 디자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슷할 수는 있어도 절대 같은 디자인은 없다는 것이 프라이탁만의 큰 특징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사람들에게 프라이탁을 살 이유를 더해주었다. 길을 걷다가 나와 같은 옷, 같은 가방을 입은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뭔가 알게 모를 뻘쭘함과 민망함이 생기며 서로 마주쳤을 때, 그 감정은 배가 된다.


프라이탁은 앞서 말한 디자인적 특성 덕분에 이러한 뻘쭘한 상황을 절대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사용자는 프라이탁 가방을 사는 순간 온전히 그 사용자만을 위한 단 하나뿐인 프라이탁이 된다. 이것은 제품의 희소성 측면과 더불어 제품을 소유하는 사람만을 위한 고유 가치가 된다.


의도했든 안 했든 '단 하나뿐인 디자인'은 프라이탁이 프라이탁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우리가 제품을 소유하면서 느끼는 ‘나만의 것’이라는 사용자 니즈를 정확하게 캐치한 것이다.

프라이탁 매장(좌: 도쿄, 우: 오사카)

다음으로 프라이탁은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단순히 제품 판매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 곳에서만의 경험을 중요시 했다. 아쉽게도 국내에 정식 매장은 없지만 편집숍의 형태로 운영되는 국내 매장 역시 프라이탁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재현하고 있다.(아마 프라이탁이 요구한 것 같다.) 프라이탁의 기본적인 인테리어는 노출 콘크리트 구조에 형광등을 활용한 약간은 팩토리 같은 공간 디스플레이를 통해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충실히 쇼잉하고 있다.



프라이탁의, 프라이탁에,

프라이탁스러운 공간


프라이탁 매장은 너무나도 프라이탁의 공간임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의 제품이 쓰레기인 것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듯 공간 역시 자신을 드러낸다. 만약 당신이 이 곳을 방문하게 되면 독특하면서도 프라이탁스러운, 누가 봐도 프라이탁 매장에 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같은 맥락에서 매장의 입구는 통유리로 밖에서도 프라이탁의 모든 제품을 훤히 보이는 오픈된 입구를 보여주고 있고 자신들의 시작이었던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시절을 기억하듯이 오래된 자전거가 입구에 항상 위치한다.(오래된 자전거는 마치 프라이탁의 또다른 상징같은 이미지를 전달한다.)

프라이탁의 제품 디스플레이

제품의 디스플레이 방식 역시 철저히 실용적이다. 그때그때 대표되는, 혹은 하나의 컬러로 통일할 수 있는 제품군을 꺼내놓고 꺼내놓은 제품의 라인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제품을 수납하여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처럼 공간의 효율성과 제품의 다양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방식을 통해 이 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면

'와 이만한 공간에 이렇게 많은 제품이 있어?'

라고 느끼게 된다.

프라이탁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인테리어에 반영한다

효율적인 매장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자신들의 제품을 소품으로 활용(소파, 테이블 등)하여 매장 곳곳에서 프라이탁의 정신을 경험하게 도와준다.

일부 매장에서는 프라이탁 제품을 수선하는 장소가 있으며 프라이탁의 자유로운 활동성을 보여주기라도 한 듯이 자유롭게 제품을 매달고 있는 인테리어도 돋보이는 인테리어 요소 중의 하나다.

프라이탁 제품 소개 영상

마지막으로 프라이탁 매장 경험 중 가장 특이한 경험은 매장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프라이탁 제품 소개 영상이다. 제품에 대한 비디오를 스톱모션 형식으로 촬영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별거 없는데도 보고 있자면 하염없이 보게 되는 마성의 영상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마약같이 이 영상에 빠져 하염없이 영상을 보고 있는 상황을 자주 보았다.


이 영상을 통해 프라이탁은 자신들의 제품을 쉽게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제품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간단한 동영상이지만 제품이 제작되는 과정부터 각 가방이 어떠한 롤을 가지고 있고 각 제품군마다 약간의 테마를 달리해서(별도의 소품, 상황 연출 등) 독특한 매장 경험을 제공한다.

온라인에서도 각 제품의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쓰레기를 브랜드로

브랜드를 경험으로


쓰레기로 만들었지만 이들의 제품 퀄리티가 결코 떨어지지는 않는다. 자신들의 제품의 출처가 쓰레기인 것을 의식이라도 하듯이 마감에 신경을 쓰며 보다 더 꼼꼼한 세탁을 통해 제품의 청결을 높이도록 노력한다.


업싸이클링 제품의 특성상 제품에 손상이 있지만 그것마저도 이들만의 특별함으로 여겨질 수 있는 가치 경험을 제공하며 3년의 AS기간을 통해 제품이 수선을 해야 할 경우 마치 새것(헌것 같은 새것이지만)처럼 바꿔준다.

외출할 때 거의 매일 프라이탁 가방을 가지고 나간다

마지막으로 프라이탁은 사면 살수록,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빠지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이들의 제품을 써보기 시작하면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프라이탁의 경험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업싸이클링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이 제공하는 제품, 공간, 과정, 비전, 가치를 전달한다.


프라이탁을 안 사본 사람은 많을지라도, 한 번 사본 사람은 두 번 이상 사게 된다고 하던가. 나 역시 프라이탁에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이들의 제품을 사용하고 나름 이 브랜드의 팬이 되었다.


생각보다 긴 글이 되었지만, 꼭 한 번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였다. 혹시 우연히라도 길을 가다가 프라이탁 매장을 보게 되면 한번쯤은 들려서 그들이 제공하는 브랜드 경험을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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