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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 Feb 25. 2020

미니멀 라이프의 부작용

3년 차 초짜 미니멀리스트가 적어봤습니다.

 2~3년 전 사사키 후미오 씨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고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정의는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최소한으로 소유하는 사람'임은 동일한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이젠 내면화가 되어 무언갈 소유하기 어려워하는 자신이 답답할 때도 있다. 짬은 적지만 나름의 미니멀리스트로서 지난 경험을 토대로 ‘미니멀 라이프의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먼저 욕심이 사라지기 쉽다. 특히 물욕이 말이다. 언뜻 보면 좋은 일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인간에게 욕심이란 생존과 성장을 위한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이 본능을 통해 인류는 발전해왔다. 개인의 삶에서도 그렇다. 좋은 차, 좋은 집은 썩 좋은 욕심처럼 보이진 않지만 때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이유가 되어 주기도 한다. 미니멀리즘에 푹 빠지다 보니 평온하고 여유로운 삶에 만족스럽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공허했다. 해야 하는 일이 있어도 그게 다 무슨 소용인지, 하지 않아도 행복한데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일쑤였고 정말 절에 들어갈 뻔했다(절이 나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이유가 정체되기 위함은 아닐 진데 나 같은 경우는 욕심이 사라지고 일종의 나태로 이어졌다. 그래서 단순히 물건을 비우고 관계를 정리함에 앞서 내가 인생에서 진정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찰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물욕을 대신할 건강한 욕심에 대해 말이다.  


 두 번째로 인간관계가 협소해지고 외로움이 심해질 수 있다. 관계에도 미니멀리즘을 적용하여 불편한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은 물론 좋다. 다만 때로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다. 불편함을 이겨냈을 때 알고 보니 나와 정말 잘 맞는 사람인 경우도 더러 있다. 나 역시 미니멀리즘을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지만 내가 놓쳐버린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인테리어 분야에서 다소 썰렁한 느낌을 주었던 기존 미니멀리즘으로부터 ‘웜 미니멀리즘’으로 트렌드가 바뀐 것은 비단 주거환경만의 화두는 아닌 듯하다. 따뜻한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일은 미니멀리스트가 된 후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단순히 인간관계의 수를 줄이는데 집착하기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했던 대화나 태도, 형식들을 없애는데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미니멀리즘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미니멀리즘에 대한 집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일종의 강박이라고 할까? 내가 간절히 원하는 물건이면 좀 사도 될 텐데 ‘나는 미니멀리스트니까 사면 안 돼’라고 자신에게 벌을 줄 때가 있다. 버려 놓고 다시 사고, 또 버리고를 반복하는 변덕이 생기기도 한다. 안정된 미니멀 라이프를 향한 과도기일 수 있지만 내 정신건강과 통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좀 더 현실적이 되어보자. 친구, 부모형제가 집을 방문했는데 내어줄 음식이나 식기가 부족하다. 하룻밤 묵을 침구 역시 없다. 하지만 이렇게 1년에 몇 번 없을 이벤트를 위해 물건을 구비해 놓는 것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에 도전과제를 준다. 하나 둘 부딪혀가며 해결할 수밖에 없기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러 미니멀리스트들의 삶을 보면 환상이 생긴다. 하지만 2년간의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깨달은 건 물건을 버리는 것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꽤나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단순히 소유물이 적어진다고 해서 나의 삶이 만족스러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헛된 기대는 실망을 만들고 오히려 충동구매를 유발해 당신을 맥시멀리스트로 만들지도 모른다. 물건을 버리고도 여전히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미니멀 라이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나를 미니멀리스트로 인도했던 사사키 후미오 씨가 작년 이맘때쯤 새로운 책을 출간했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라는 책이다. 단순하게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셨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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