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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주호 Jooho Yum Aug 18. 2024

다시 설악,

Save the 설악_Sea to Summit project.

 처음 설악산을 방문한 이후로는 1년에 두어 번 설악을 찾는다. 설악은 나에게 있어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고 온몸으로 나를 품어준다. 설악산에 있을 때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 설악을 이제는 내가 지켜야 할 때 다.


2023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반대 운동을 위한 첫 Sea to Summit project

 

 나는 이미 한차례 마음맞는 친구들과 함께 설악산을 다녀왔었다. 2023년 2월, 눈 덮힌 설악을 방문했었다. 당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시작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친구들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반대를 위한 *Sea to Summit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 Sea to Summit은 바다에서부터 정상까지라는 뜻으로 고도가 0m인 위치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달리는 방법이다. 이런 방식은 고도 변화에 따른 동식물의 변화나 주변 환경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추운 날씨 속에서 긴 거리를 달리는 프로젝트라서 힘이 들어,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겨울이기에만 볼 수 있는 자연의 풍경과 생명들의 발자국을 보면서 다시 한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나고 환경부 소속 원주지방환경청은 27일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 승인'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공식적으로 허가받았다. 금방이라도 오색 케이블카 공사가 시작될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사업 승인을 내어준 환경부와 정부측에 원망이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과 환경단체에서 반대하고 있는 이런 공사를 왜 진행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문뜩, 어쩌면 이러한 개발들은 우리 모두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결국 정치도 국민의 목소리를 넘어설 순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개발의 결과는 우리 모두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원망만 한다고 해서, 진행 허가가 난 사업이 중단 되거나, 앞으로 개발 이슈들이 없어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대두된 후, 41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켜온 설악산이 이렇게 무너진다는 소식에 너무 허망했지만,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떤 누군가는 이미 사업 승인이 난 상황에서 이런 환경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도전하고, 그 도전 속에서의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세이브더를 만들며, 많은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기쁨을 발견할 때 비로소 환경보호는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다.


* 세이브더는 트레일러닝을 통해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단체로, 처음 박준섭과 염주호가 함께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다. 지리산 산악 열차 반대, 제주 2공항 반대 운동과 같이 개발 반대 운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태 활동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에서 뛰어노는 즐거움을 찾고 있다. 그들은 이런 즐거움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환경보호의 모티베이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savethe_official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랑하는 그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선 직접 움직여야 한다.


녹색연합 사무실에서

 다시 한번 설악을 지켜낼 친구들을 모았다. 그리고, 2024년 7월 마침내 설악으로 향했다.

사실, 더 일찍 설악에 가고 싶었지만, 날씨로 인해 2번 프로젝트가 연기되었다. 연기되는 동안, 녹색연합을 방문하여 관련 정보를 듣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녹색연합의 박그림 공동 대표님과 직원분들은 처음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반대 활동을 해오고 계셨다. 교육을 통해, *설악산이 반드시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더욱더 이해할 수 있었다.


* 설악산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동시에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산림 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그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의 주요 서식지이며, 반달 가슴 곰, 사향노루, 수달, 하늘 다람쥐가 살고 있고, 1292종의 다양한 식물과 1936종의 동물이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설악산에 추가로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케이블카의 설치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뿐 만 아니라, 설치 이후에 경관과 환경에 미치게 된다. 사람들은 케이블카를 통해 정상을 손쉽게 오를 수 있게 되고, 더구나 기존 등산객들에 더해서 산의 중심부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식지를 침범한 사람들 때문에 야생 동·식물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설악산에는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곳, 케이블카 지주가 설치되는 곳은 천년기념물 산양이 번식을 하고, 살고 있는 곳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해 준 든든한 22명의 트레일러너들

 

2024년 7월 12일 금요일 밤, 우리는 동서울 버스 터미널에 모여 속초로 출발했다. 모두 직장인이라 주중의 업무로 피곤했지만 밝은 표정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임했다. 처음 sea to summit에 도전하는 친구들이 있어,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시간과 오색 케이블카 반대 운동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4년 7월 13일 토요일 00시. 드디어 속초 바다에 총 22명의 러너가 출발 준비를 마쳤다.

속초 바다를 출발하여, 설악산 소공원, 비선대, 천불동 계곡을 지나 소청, 중청, 끝청, 대청봉을 달려 오색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Sea to Summit project를 진행하기로 했다. 거리는 약 35km, 누적 상승고도는 2,800m, 예상시간은 약 12시간.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었지만,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용기가 생겼다.


산을 즐긴다는 건, 정상석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정상에서 멋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이 아니다.

산을 올라가는 모든 순간, 순간이 다 산을 즐기는 것이다.

어쩌면 정상에서 느끼는 풍경과 감정은 산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아주 일부분이다.


속초바다에서 소공원으로 가는 길

 

속초 바다에서 소공원까지 약 3시간을 달렸다. 한밤중 헤드랜턴에 의지해 산을 달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부상의 위험이 높기도 하고, 길을 잃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위험에도, 친구들과 함께 이런 활동을 한다는 건 정말 매력적이고 가슴 뛰는 모험이다. 우리는 달리며, 풀벌레의 울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도전했기에 한걸음 한걸음 내 디딜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 과정이 마냥 즐거웠다.


  소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높은 습도로 인해 신발은 이미 땀으로 다 젖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들어갔다. 설악산 입구에 도착하니, 공기의 온도와 향기가 달라졌다. 눈을 감고도 설악산 입구에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뺨을 스치는 바람과 바람 속에 묻어있는 생명의 향기가 설악에 왔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소공원 입구에서 설악의 향기를 맡으며


 설악산 매표소를 지나 비선대로 향했다.

사실 설악산에는 이미 케이블카가 하나 있다. 1971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권금성 케이블카는 설악산 소공원에서 해발 800m 설악산 자락까지 단숨에 오르게 해준다. 등산을 한다면 약 1시간 정도가 걸리는 코스인데, 케이블카를 타면 5분 정도면 도착한다. 이렇게 편리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올라간 권금성 탑승장 주변은 더 이상 나무와 꽃은 볼 수 없고, 외롭게 바위만 남아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면서, 정상부 주변의 생태계가 파괴된 것이다. 오색 케이블카가 생긴다면, 아마도 대청봉의 미래도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산을 올라가는 것, 자연을 즐긴다는 것은 정상에 올라 멋진 풍경을 감상한다는 것 만을 의미할까? 산을 올라가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은 없는 걸까? 올라가는 과정은 그저 정상에서의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한 불필요한 부분인 걸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 대청봉으로 향했다.


“우리는 행복해질 거예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사랑스러운 것들, 해돋이와 해넘이, 만에 비치는 달빛, 음악, 좋은 책, 지빠귀의 노랫소리, 지나가는 야생거위의 울음소리를 함께 즐길 거에요.”

레이첼 카슨



 헤드랜턴에 의지해 한걸음 한걸음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밤새워 달렸기에 졸음이 몰려오고, 그로 인한 피로감이 몰려드는 시간이었다.

그때, 산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안도감이 들었다. 산 새의 첫 울음소리는 곧 해가 뜬다는 의미였다. 산 새들은 해뜨기, 10분 전쯤 울음 소릴 통해 해돋이를 알려준다. 해가 뜨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길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산 새의 울음소리가 그렇게나 반가웠다.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 계곡으로 들어섰다.

높은 습도로 인해 땀이 멈추지 않았고, 호흡이 가빠졌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만 보고 걷고 있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설악이 숨 쉬며, 내뱉는 생명의 날 숨이었다. 계곡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했다. 모두의 입에서 “와” 하는 환호성이 나왔다.

높은 습도와 온도로 지친 우리에게 설악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았다.

 

 함께 한 모든 친구들에게 그때의 바람이 가슴속 오래도록 간직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추억으로 다시 설악을 찾았으면 했다.

 

 산속에 있으면 수많은 바람을 만날 수 있는데, 주변의 지형에 따라 모두 다른 향기와 온도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자연을 찾는 건,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이런 자연의 변화를 느끼기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불동 계곡을 끼고 걷기도 달리기도 하면서 계곡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었고, 자연의 공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계곡 주변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고, 낙엽과 나뭇가지들이 계곡에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진 낙엽과 나뭇가지들은 유속을 다르게 만들어 어린 물고기들의 숨을 곳과 성체로 자랄 수 있는 보금 자릴 만들어주고, 유기물들이 분해되면서 물속에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겨울의 sea to summit 프로젝트에선, 큰 바위 아래 마른 땅에 야생동물이 쉬었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많이 내렸었는데, 큰 바위 아래에만 눈이 없었고, 눈 위에 찍힌 동물의 발자국은 바위 아래 마른 땅으로 향해 있었다. 고단한 몸을 잠시나마 뉘었다 갔던 것 같다.

 

 아무런 의미 없이 보이는 자연 현상이나 사물조차도 서로의 생존에 연결되어 있다. 불행히도 인간은 그 공존의 사슬을 보지 못하고, 인간의 관점에서만 자연을 대한다. 그리고 공존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자연을 개발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공부한다면 더 많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떨어지는 낙엽이 어떻게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받는지, 자라나는 이끼가 어떤 방법으로 번식하고 다른 생명들과 관계 맺고 있는지를 이해한다면, 단순한 자연 현상속에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을것이고 결국, 더 많은 즐거움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에게 삶은 좋은 이야기를 찾는 과정이나 다름 없었다. 내가 마음으로 언제나 불러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에너지로 변해 나를 내 자아 바깥으로 끌고 나오고 움직이고, 살아 있게 했다.

정혜윤 <당신은 어떤 이야기의 일부가 되겠습니까>

 


 천불동 계곡에서 잠깐의 휴식을 갖고, 소청으로 향했다. 소청으로 가는 길은 중간중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계단이 없었다면, 분명 소청으로 가는 길이 더 힘들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의 모든 부분을 다 느끼면서 갈 수 있었다는 걸 알기에, 계단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트레일러닝을 하면서, 산을 달리는 즐거움 중 하나는 지형 환경에 따라 달리는 주법을 달리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애쓴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그 속에서 성장하고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청에 도착하니, 장엄한 설악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에는 공룡능선이 오른쪽에는 속초 바다가 보였다. 우리가 출발한 속초 바다였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속초 바다에서부터 여기까지 밤을 지세며 달려왔을까? 나는 왜 이렇게 힘든 프로젝트를 매 년 하고 있는 걸까?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모든 과정이 즐겁다는 거다. 매년 하는 프로젝트였지만, 그때의 온도, 날씨, 함께한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추억과 감정이 나를 다시 이곳 설악에 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한 가치는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청을 오르며

 

사실 내가 설악산을 오른 건, 열 댓 번이 넘는다. 그중 날씨가 좋아서, 정상에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건 2~3번 정도뿐이다. 정상에서 멋진 풍경을 보지 못했지만, 내가 설악에서 보낸 모든 시간들은 항상 행복했고 만족스러웠다. 만약 내가 정상에서 보는 풍경만을 위한 산행을 했다면, 나는 아마도 설악을 자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소청을 지나 중청에 도착했다. 중청에서 우리는 2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다. 하산하는 길도 어렵고 길기 때문에,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 그래서 일행 중 몇 명만이 끝 청으로 향했다.

끝청은 오색 케이블카의 최종 총착점이 설치되는 곳으로 중청에서부터 약 1.5km, 20분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끝청으로 가는 길은 좁고 주변에 나무가 많이 자라 있었다. 이렇다 할 높은 언덕이 없어 쉽게 끝청에 도달할 수 있었다.

* 중청에서 끝청으로 가는 길은 좁고, 나무가 무성했다. 많은 사람을 포용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다. 오색케이블카가 들어선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이용하여 중청을 지나 대청봉으로 향하게 될 것이고, 주변 생태계를 파괴될 것이다.

 

 

 우리는 끝청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끝청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지금처럼 무성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을 가슴 깊이 간직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힘든 여정을 함께한 친구들, 모두의 가슴속에 자연에서의 즐거움이 가득 남아있길


 다시 중청을 향해 달려, 대청봉으로 단숨에 올랐다.

대청봉은 안개에 싸여 설악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이번 산행은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산을 오르는 그 과정에서 만난 자연과 함께한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즐거웠기에, 성공적인 산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다시 또 나는 설악을 찾을 것이다. 만약 내가 정상의 풍경만을 목표로 이번 산행을 했다면, 얼마나 허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사회는 효율을 중시한다. Input / output을 따지고, 결과가 얼마나 잘 나왔는냐에 대해 수치화하고, 평가하고 가치를 둔다. 하지만 자연에 대해서는 효율 잦대로 마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자세히 오래도록 관찰했을 때, 그 과정 속에서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마을을 매력적인 곳이 되게 하는 자연적 지형은 어떤 것들일까? 강과 그에 딸린 폭포, 초원, 호수, 언덕, 절벽이나 개별 암석들, 숲 그리고 홀로 서 있는 오래된 나무들. 이런 것들이 아름다운 것이다.
이 모두는 달러와 센트로는 절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최고의 용도를 지니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지혜롭다면 아무리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이런 것들을 보존하려고 애쓸 것이다. 자연의 지형은 고용된 교사나 설교자 혹은 공인된 어떤 학교 교육 시스템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문장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공사 시작 지점 (오색 약수터 주변)

* 오색 케이블카 예정지(출발 지점)는 이미 공사가 시작되었고, 많은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있었다. 계곡과 주변 나무들은 공사의 효율성에만 집중되어 파괴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어디에도 자연과의 공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이번 개발로 인해 지역 활성화라는 경제적 이점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산을, 자연을 방문하는 이유는 멋진 풍경만을 보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 과정 속에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과 함께한 사람들과 보낸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자연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이번 여정을 통해 그 기쁨을 발견하고자 했다.


* 이번 프로젝트는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함께한 달린 고마운 친구들

조덕현, 정예지, 장홍선, 이진호, 박민경,
Schegg Elias, 이상호, 강의현, 손준호, 권기욱,

이태우, 왕가기, 김재희, 이신명, 정민주, 김사언,
오승현, 김희남, 조소영, 이주영, 김진희


세이브더 : 염주호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는 우리의 이번 여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 어떤 부분에 대해 가치를 두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공존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개발하고 있는 우리는 과연 자연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누구의 관점에서 공존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우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나는 이러한 고민들이 모여, 지금과 다른 삶의 형태를 만들어 낼 것이고, 진정 수많은 생명들과 공존하는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보존하면서 개발할 수 있다는 방법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좀 더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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