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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st Jul 11. 2020

취준 1년을 기념할까봐

벌써 일년? 고작 일년? 뭔들!

2019,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을 가기 위한 취준은 그야말로 늪지대였다.


끊임없이 작성해내는 자기소개의 늪,

고등학생 이후 서점에서 가장 많은 책을 샀던 필기의 늪,

하긴 하는데 맞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면접의 늪.


이 세 가지의 늪은 중간에 쉴 틈도 주지 않고 휘몰아쳤다. 결과는 안타깝게도 모두 불합격.

전혀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 번에 가고 싶은 욕심은 한편에 있었다.

그래도 하반기 동안 서류-필기-면접을 모두 경험해봤다는 것은 분명 좋은 양분이다.

나는 경험을 밟고 더 잘해지는 사람이라는 마음이 있기에, 이제 더 잘할 일만 남은 셈이었다.


내게 주어진 '재도전' 성적표는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괜찮았다.

좌절하지 않았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지도 않았다. 상황을 곧장 받아들였다.

합격한 이들보다 부족했으니 내게 더 공부할 시간을 주어준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불합격을 준 회사들이 그 순간은 좀 미웠지만,

이제는 다시 '내가 다닐 회사 후보 리스트'에 올려주기로 했다.

그들이 나를 선택하듯이 나도 그들을 선택하는 것이니까!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인드. 취준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다.

문득문득 닥쳐오는 우울감에 사로잡혀있을 수는 없었다.


마우스로 그린 도전! 이모티콘_성공시키리라 :)

숨 가쁘게 달려왔던 나를 위해, 재도전을 시작하기 전 휴식을 선물했다.

사실상 손바느질로 아이패드 파우치도 만들고,

심사 통과는 못했지만, 이모티콘도 만들어보고

취준 한다고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마음 편히 만나고

나에겐 여유의 상징인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며 에너지를 채웠다.

심지어는 영어공부마저 했다. 그저 마음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로 내 시간을 채웠다.

취업에 대한 강박을 잠시 벗어두고, 뭐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2020 취준을 맞이하며 마인드를 다잡았다.

1. 날 붙이는 곳은 인재를 알아보는 똑똑한 회사, 날 떨어트리는 곳은 후회할 회사.

2. 취업 = 운 + 노력, 좌절하지 말고 계속해서 노력하자. 후회하지 않도록!

3. 꼬리를 무는 질문의 시간을 갖고 그 답을 기록해 놓자.


이제 상반기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19가 덮쳤다.

전염성이 큰 바이러스에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되었다.

이로써 마지막 대학 졸업식도 취소였다. 결혼식에도 하객이 앉을자리는 여유로울 정도였다.

한 곳 두 곳에서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흠칫흠칫 놀랐다. 그리고 조심했다.

자칫 잘못해서 걸리기라도 하면, 코로나로 상반기의 기회는 사라질 수도 있으니.


상반기는 미루고 미뤄지다가 시작되었다.

그래도 작년에 한번 해봤다고 나름 할 만했다. 물론 뚝딱하고 4000자가 써지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대로 공고는 많이 뜨지 않았다. 그래서 인턴, 정규직, 계약직 가릴 것 없이 다 썼다.

결과는 암담했다. 코로나로 인해 기업의 서류 합격이 더 박해진 것도 한 몫했다.

거름망에서 걸러졌다.


계속해서 자기소개서를 써 내려가며 그나마 붙은 하나의 필기를 준비했다.

다행히도 면접도 보러 갔다. 이번에도 답은 없었다. 오히려 재도전이라는 꼬리표가 면접에서도 작용했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또다시 내게 하반기 '재도전'이라는 성적표가 주어질지, '합격'이라는 성적표를 줄지는.

그저 지나간 일,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바삐 움직이려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또다시 자기소개서를 쓰고, 또다시 필기를 준비한다.


어느덧 취준을 시작한 지 1년이 다되었다.

자존감을 크게 갉아먹을 수 있는 게 취준이라 열심히 방어하려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주변과 비교하게 되는 내 모습은 지울 수 없었다.

그게 어쩌면 자존감을 크게 크게 한 입씩 베어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다시금 채워 넣으려 하고 있다.


취준 하는 1년 동안,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하나 있었다.

"요즘 뭐해?"

괜히 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보거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싫어서 대답을 망설였지만

내가 그럴 때마다 했던 대답은 그저 나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숨겨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취준이 죄도 아니고.

내가 취준 한답시고 노력 없이 놀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당당하게 보여줬다.


요즘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있다.

"너의 가는 길을 언제나 응원하고, 너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기도해"

"너는 충분히 잘하고 똑똑하니까, 잘 해낼 거라서 걱정도 안 해"

나도 정말 많이 했던 말들이었고 그들에게서 요즘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말이다.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뒀다는 기분도 들면서,

얼른 취업해서 맛있는 거 마구마구 사줘야지!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누가 보면 고작 1년밖에 안됐을 수도 있고

누가 보면 벌써 1년이나 됐을 수도 있는 내 취준이

어떻게 끝날지, 어떻게 다시 시작될지는 모르겠다.

그냥 취준도 1년이 됐으니, 기념이라도 해볼까 해서 남기는 기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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