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그램 매거진 『MEATing』_고기를 통해 만나다
안녕, Tae :
“다들, 운동화 케이스에 보관하지 않으세요?”
집에 들어가 신발장 한쪽 항상 비치된 물티슈를 뽑아 들고 오늘 하루 나와 고생해준 제 신발을 닦아요. 그리고 그대로 들어 베란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신발 아크릴 케이스를 열어 넣어요.
다들 이렇게 하지 않아요? 저는 신발을 정말 좋아해요. 물욕이 많아요. 뭐 누군가 돈을 왜 버냐고 물으면 말해요. “신발과 옷은 무한히 출시되고 있거든. 그걸 내가 소유해야 해.” 특히 저는 한정판 모으는 걸 좋아해요. 래플(한정판 구매를 위해 응모하는 행위) 참여도 꼬박 꼬박하고, 재미와 더불어 브랜드의 가치를 소유한다는 것에 의미가 두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디자인을 업으로 해서인지 신발이나 옷을 원체 좋아하기도 하구요.
덕분에 제 방은 이미 가득 차서 가족 공용 공간인 거실, 베란다 곳곳을 살짝 침범해 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죠.
식당 같은 걸 찾을 때도 단순하게 맛보다는 총체적으로 봐요. 분위기, 커트러리, 테이블 웨어 등. 모든 게 조화로울 때 정말 괜찮은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보다 조금 더 기민한 편이라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삼겹살이에요. 투박하게 달린 그 지방들, 단, 먹는 방식은 아무렇게나 하지 않아요. 겉바속촉, 겉은 바삭하게 지방들은 바삭하고 고기를 씹었을 때는 육즙이 충분히 흘러나올 정도로 촉촉하게. 아무한테나 집게를 맡기지 않아요. 제 입맛에 맞출 수 있는 건 저 뿐이라 생각해요. 남들한테 제 입맛에 맞게 구워달라 할 수도 없잖아요?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집이라… 앞에 말한 것들과 조금은 모순될 수 있지만, 길목이라는 고깃집을 10년째 다니고 있어요. 청담 길목, 가게 이름처럼 정말 길목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고깃집이에요. 가게 안도 굉장히 투박하고 허름해요. 테이블도 몇 개 안 되고요. 그런데 이곳을 가는 이유요? ‘맛있어요.’ 정말. 맛있는 고기도 고기지만, 먹는 방법도 참 중요하다 생각해요. 누군가는 쌈장을, 누군가는 기름장을 꼭 찍어 먹는 것처럼 자신만의 방법이 있잖아요. 저는 삼겹살 먹을 때 히말라야 소금 조금에 찍어 먹는 걸 즐기는 데 왜냐면 원재료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거든요. 그 삼겹살 특유의 육향을 충분히 즐기려면 소금만 한 짝꿍이 없잖아요? 그럴려면 원재료의 신선도, 상태가 제일 중요해요. 그걸 충족시켜주는 곳이 ‘길목’이라는 집이었어요. 그맛 때문에 멋스럽고 화려하진 않지만 허름하고 단촐한 길목의 모습조차 맛의 일부라고 느껴진달까요?
삼겹살 자체로는 미니멀리스트 그 자체죠. 아, 물론 된장찌개 그리고 냉면 둘 다 먹어요. 여기서 맥시멀리스트의 진면모가 조금은 나오는 걸까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지향해요. 그래서 갖고 싶은 건 다 가져보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제 성향은 비단 소비뿐만 아니라 서핑, 축구, 테니스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는 것에서도 드러나요. 일도 그래요. 디자이너라고 디자인만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도 디자인뿐 아니라 기획 전반에 함께 하고 있어요. 그냥, 최선을 다해 현재를 즐기고 보내면서 후회 없는 내일을 만들기 위해 맥시멀리스트가 됐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심 될 것 같아요. 이런 제가 육그램에서 후회없이 만드는 고기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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