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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루Lee Feb 06. 2024

이 여행 무사할 수 있을까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다

“어디까지 왔노? 길은 좀 어떠노?“

“아부지~! 완~~전!! 괜찮다니까요.. 쭉 길이 좋아요.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막 톨게이트 지났는데 눈 하나도 없어요. 저 네비 봐야 하니까 끊을게요~ 그리고 제발 우리 서로 도착해서 연락해요. 네?? “

내가 사는 곳에서 강원도 정선까지 2시간 30여분.. 잠시 마트를 들렸고, 휴게소에서 식사를 했다. 출발할 때 분명히 말씀드렸다. 눈 올까 봐 그렇게 걱정을 하시니 스노체인을 사러 큰 마트에 들를 거고, 아이들 점심도 먹어야 하니 휴게소도 들를 것임으로 2시쯤 도착 예정이노라 말씀드렸다. 분명 운전은 아버지가 하시는 거 같은데 어째서 아버지가 자꾸 전화를 하시나… 3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10번은 전화주신 거 같다. 이 여행 무사하게 보낼 수 있을까…… 이제 시작인데 지친다. 몹시...



일기예보가 틀려서 다행이다. 어제는 분명히 눈 예보가 있어서 아버지는 우리집으로 올라오시겠다고 성화셨다. 그나마 어머니께서 70 노인보다 40대 딸이 민첩성이 더 좋으니 참으라고 말리셨기에 각자의 집에서 스키장으로 출발했다. 눈도 안 오고 날씨도 비교적 따뜻해서 안전운행 중인데, 아버지는 자꾸 전화를 하셔서 이 소란스러운 차 안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는 나의 집중력을 흩트리신다. 무엇이든 항상 조금씩 넘치는 아버지시다.




당신의 큰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한다니 감회가 새로우신가 보다. 축하의 선물로 스키장 여행을 준비하신 아버지다. 하하하 스키라…. 저는 발이 시려서 싫은데요…라고 말할 수 없다. 괜히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르니 그냥 속으로만 삼킨다. 한편으론 바쁜 아버지께서 말씀만 하신 거겠지 하는 마음도 들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숙소를 예약해 두고 날짜를 통보해 오시니 이제 어찌하지 못하고 나는 발 시린 스키장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것도 불안에 떨며 말이다.


내가 불안에 떠는 이유가 있다. 우리 아이들은 스키장이 처음이다. 스키를 탈 줄은 알지만 즐기지 않는 나는 아이들을 스키장에 데리고 간 적이 없다.  돈 내고 추위에 고생인 게 스키 타기 아니겠는가.(막상 타면 재밌지만, 타기 직전까지의 그 번거로움을 이길 수가 없는 내게 스키장은 멀기만 한 곳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아이들이 처음 스키장에 가게 되었으니 강습을 시켜야 하는데 이게 또 만만찮은 비용이다. 나는 워낙 스키는 젬병이라 아이들을 가르칠 수가 없고, 나의 두 동생은 스키를 좀 타는 편이긴 한데, 여동생은 아직 어린 조카 때문에 스키 탈 생각이 없다. 군복무 중 휴가 때도 스키장을 갈 만큼 스키를 즐기는 막내동생은 둘째 날 합류하기로 했으므로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생돈내고 강습을 받으려니 참으로 속이 쓰리다 생각할 찰나, 아버지와 통화로 내 속을 쓰리다 못해 불안함으로 문들어지게 생겼다.

 "괜찮다! 아부지가 애들 가르치면 된다. 내가 스키를 선수급으로 탄다! 니, 정 못 믿겠으면 엄마한테 물어봐라! 내가 얼마나 잘 타는지! " 이렇게 자신감을 드러내시며 즐거워하시는데 감히 강습비를 쓰고 싶다는 소리를 할 수가 없다. 굳이 내가 강습을 시키겠다고 하면 어찌 될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안 써도 될 돈 쓴다고 역정내시며 당신을 믿지 않노라 서운해하시겠지!! 타는 자세야 어찌어찌 평지에서 가르치면 되지만 문제는 슬로프에 직접 데려갈 사람이 필요한데, 과연 올해 칠순 잔치를 기대하고 계시는 우리 아버지가 쌩초보 둘을 데리고 슬로프를 안전하게 내려오실 수 있을까? 동생들도 은근히 반대를 한다. 다치시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다. 당신이 하고 싶다면 하시는 울 아버지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출발 전부터 피곤함이 몰아친 스키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뼈건강도 신경 쓰이고, 아이들의 스키에대한 첫인상도 신경이 쓰인다. 제발  안전한 여행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선두에 선 할아버지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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