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2am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꿈을 꿨다. 여행을 다녀왔는지 며칠 집을 비우고 돌아오니 작았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작아서 못찾는건지, 생각해보니 내가 꽁꽁 숨기고 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담 밥도 물도 못먹었을텐데 어딘가에서 죽어있는건 아닐지 초조했다.
전날 꿈에서 데려온 그 고양이었나보다. 몸집이 같았다. 집 안에 잃어버린 고양이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 카펫을 깔았다. 이 곳에서 잃어버린 고양이를 기리기로 했다. 집에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걸 보니 어딘가로 가버린 듯 했다. 그렇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잃어버려 거리로 나간 고양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전날 꿈에서 내가 그랬듯 누군가가 우리집 고양이를 만나 데리고라도 가줬음 좋겠다.
처음 내 꿈에 등장했던 고양이는 도토리네 고양이 귤이였다. 귤이는 도토리네 공방에서 밥을 주던 유기묘의 새끼였다. 언제부턴가 어미가 발길을 끊고 귤이만 공방 문앞에서 거의 쓰러져가고 있던걸 발견한 것이었다. 도토리는 이미 고양이 올리가 집에 있어서 두 명을 키우기 쉽지 않을 듯 해 귤이를 입양보낼 곳을 찾고 있었다. 나도 공방에 가서 귤이랑 몇번 놀다보니 꽤나 친해졌는데 점점 마음이 커져 귤이를 입양시키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됐다. 그당시는 엄마아빠와 살고 있어서 그들의 생각도 중요했는데 마음을 굳게 먹고 물어봤을 때 모두 거절의사를 밝혔다. 귤이는 다행히 도토리가 결심을 해 본인의 집으로 입양시켰다. 그 때 처음으로 마음을 먹어보기도 했고 주변에서도 귤이를 꼭 키우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서 그런지 마음이 많이 갔었다. 그래서그런지 꿈에도 나왔었는데 그 때 이후로도 귤이는 아직도 종종 꿈에 나온다. 작디 작았던 귤이는 지금은 아주 잘 먹고 잘 노는 거대한 고양이가 되었는데 꿈에는 어릴 적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마도 입양을 결심했을 때의 마음이 귤이의 어린 모습으로 나타나나보다.
오늘 꿈에 등장한 그 고양이는 누구였을까. 카펫에서 오래오래 기다리면 다시 내 꿈에 나와줄까? 그래주면 좋겠다.
2023년 3월 10일 금요일
고양이를 부탁해, 7:52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