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의 끄적임을 보고
나를 돌아보기 위해 의지하는 것은
머리에 남은 기억일까
몸과 마음에 남은 상흔일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글일까.
저장된 글을 정리하다가
21년 3월의 기록을 읽었다.
*
오늘도 울며 헤어졌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운다.
선생님 품에 안겨 들어갔다.
아이 울음을 등에 업은 걸음은
진흙탕을 걷듯 무겁고 느리다.
아침도 먹이고 기본 준비는 다했는데.
현관에 서서 신발을 신으면서도
엄마와 헤어지기 싫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
엄마를 잃어버리기 싫다.
엄마랑 조금 더 있고 싶어.
유치원 늦게 가고 싶어.
집도 치우고 공부도 하고 일도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네 시간이 40분 같은데
아이는 하루 종일 유치원에만 있는 기분인가 보다.
다른 친구들처럼 유치원에
더 있고 싶다 할 때엔 희망이 보였는데
다시 아이 보육만 해야 할 상황이 올까 두렵다.
*
당시 아침 상황이 훤히 보여 그때의 나를 위로했다. 지금의 아이 성장에 무척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의 성장 시간은 어떠했는지 돌아보았다.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늘 제자리인 듯한 정체감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전하고 막히고 그만두길 반복한다.
누군가는 경력 단절을 이겨내고 새롭게 일을 시작했다는 소식에 다시 먹먹함이 찾아든다. 그 소식은 내 삶이 너무 안일하고 늘어져 있음을 질책한다. 나는 무엇을 해내며 살아가는지 물음표를 달아도 결국 아이 양육이 전부다.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에 쏟고 있는 현실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잘 못 살아가는 느낌을 내가 끌어다 옆에 앉히고 있으니 결국 내 문제다. 그래놓고 변하기를 바라는 나도 참 뻔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