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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Apr 26. 2019

신화를 품고 있는 카즈베기 산

코카서스 12 -  조지아 카즈베기의 게르게티 수도원


카즈베기(Kazbegi)는 조지아의 최북단이며 북쪽으로는 러시아와 접하고 서쪽으로는 남오세티야와 근접해 있으며 코카서스 산맥 북사면의 일부로 테르기, 트루소 그리고 스노강 계곡에 둘러싸여 있는 국경마을이다. 이곳으로 오는 내내 보이는 곳도 스위스의 작은 시골 동네처럼 정겹고 예뻤지만, 카즈베기에 들어서면서 숙소로 가는 길에 보이는 카즈베기 산은 차창밖으로 보이는 만년설에 쌓인 모습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는데 그 밑의 스테판츠민다 마을과 어우러져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보다 훨씬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스테판츠민다 마을의 나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배정된 숙소를 찾아가면서 눈동자를 굴려서 문이 열린 방안을 볼 수 있었는데 테라스가 있는 방도 있고, 응접실이 있는 방도 있었다. '내방에도 응접실이 있을까?' 하면서 잔뜩 기대하고 방문을 연순간 내방은 아무것도 없는 가장 작은 방이란걸알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실망하고 작은 창문을 열어젖히니 바로 눈앞으로 만년설의 카즈베기산이 펼쳐 보인다. '와~아'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잠시뿐, 짐을 놓을 수 있는 공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침대도 삐그덕 거리는 것이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우리네 인생사와 비슷한다. 어쨌든, 숙소는 잡았고, 짐은 풀었고, 카즈베기 산속 2,170M에 위치한 그 유명하다는 성 삼위일체 성당(게르게티 수도원)을 가기로 하였다.


조지아의 성 삼위일체 성당은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이곳 카즈베기에 있는 '게르게티 수도원'으로 '츠민다 사메바 교회'라고도 불리며, 다른 하나는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에 있다.

게르게티 수도원으로 가는 방법은 오솔길을 따라 트레킹을 하는 것과 지프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는데 오솔길을 트레킹 하는 것은 2km 남짓으로 2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지프로 가는 경우에는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4km가 넘지만 길이 좋지 않기 때문에 승용차로는 오르지 못하고 쇼바를 올리고 타이어의 공기압을 최대로 빼서 쿠션을 주는 지프로 갈 수가 있다.  

마을의 터미널에서 사람들을 모객해서 저렴하게 갈 수 있는데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서부터 렌트하여 움직였다. 울퉁불퉁하고 험난한 산길을 한참을 가다 보면 저 높은 곳에 위치한 게르케티 수도원이 보인다.  

이 수도원은 14세기에 두 개의 성채로 지어졌으며, 해질녘이 되면 더욱 성스러운 기운을 뿜는다.


2,170m 카즈베기 산속의 게르게티 수도원


지프차는 게르게티 수도원 코앞에서 내려주는 것은 아니었다. 살짝 아래에서 내려주면 몇십 미터는 걸어 올라가야 수도원의 입구가 보인다. 비잔틴 양식으로 두 개의 원뿔 모양이라고는 검색되지만 예술, 문화 등에 약한 나는 그 넘이 그 넘 일 뿐이다. 한 가지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나는 게르게티 수도원 안에서 건물을 감상하는 것보다는 아래에서 전체적인 그림으로 수도원을 바라볼 때가 훨씬 좋았다. 수도원안에는 벤치를 놔두고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한 것도 나름 색다른 풍경이었다.


(좌) 주차장에서 보는 게르게티 / (중) 수도원 내부의 모습 / (우) 벤치에 쉬고있는 관광객들


게르게티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바위산이 압도적이다. 바위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니 옆에서 한국말로 어느 분이 말씀하신다. 프로메테우스가 묶였던 바위가 저곳이라면서 한 곳을 가리키신다.

그분은 러시아를 통해 현재 3달째 홀로 여행 중이라고 하시는데 오랜만에 듣는 한국어가 듣기 좋으셨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본인이 알고 있던 시찌프스 신화의 한 구절을 서슴없이 말씀해 주셨다.

신들의 세계에서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전해 주었다고 해서 진노한 제우스신이 프로메테우스를 이 카즈베기 산에 묶어놓고 독수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진 간을 쪼아 먹게 하는 고통을 느끼도록 했다는 신화의 한 구절을 들은 후에 바라보는 바위산은 그냥 바위산이 아니라 신화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신화를 품고 있는 카즈베기 산... 왠지 멋지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면서 자전거가 보인다. 우와~ 이런 험한 곳을 자전거로? 누군지 모르지만 대단하다. 나보고 하라면 못한다. 난 그냥 지프타고 다시 내려간다.  성당을 구경하고 내려오면서 성당과 카즈베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본다.  초록색을 펼쳐진 드 넓은 풀밭, 언덕 위에 도도하게 서있는 수도원, 깎아지른 바위산 등 사방이 그림이다.


(좌) 신화가 있는 바위산 / (중) 어느 누가 타고 온 자전거 / (우) 벌판에서 보는 게르게티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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