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기 Apr 14. 2021

유르트(Yurt)의하룻밤!

초원의 밤하늘에서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을헤어 보는오늘...

토르갓 패스(Tourgat pass/ 3,752m)는 배낭족들이 가장 넘고 싶어 하는 고갯길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이유는 고갯길이 어렵고 힘들기보다는 중국-키르기즈스탄 양국 간의 여러 가지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이었다.  

들렸던 얘기로는 '보더를 넘을 때 핸드폰, 사진, usb, sd카드 등을 전부 검열하고 체크 포스트 사진이나 경찰, 군인, 보더, 경찰서 등의 사직이 찍혀있다면 불편한 일이 발생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검색 기록체크 어플도 강제로 깔아서 검열한다는 내용도 들은 내용이 있어 종교에 관한 내용이나 위구르의 독립에 관한 내용 등은 아예 검색조차 해보지 않았다. 


너무 대비를 한 건지...  아니면 검문검색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단 한 번의 짐 검사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너무 쉽게 보더를 넘게 되었고, 그제야 인터넷을 통해 토르갓 패스를 검색했더니 사진들이 엄청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 말라했다고 하나도 하지 않았다니 순하디 순하구나... 결국 나는 토르갓 패스에 대한 어떤 사진도 가질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나는 토르갓 패스를 지나왔고 밖의 풍경은 흙먼지가 날리던 산악지대에서 대평원의 초원지대로 바뀌어있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우즈베키스탄까지 이어지는 텐산산맥이 보이기 시작했다.  


텐산산맥(Tian Shan : 탕그리 토그)  일 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의 천산산맥은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중부를 가로지르며 키르기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카자흐스타 등 4개국에 걸쳐 있는 산맥으로 키르기즈스탄은 국토의 90%가 천산산맥과 그 지맥으로 이루어졌다. 
텐산산맥의 타쉬라밧 인근이 평원


차는 타쉬라밧(Tash-Rabat)을 향해 평원을 가로질러 달렸고, 돌로 지은 돔 형태의 카라반사라이에 도착했다.  카라반사라이는 그 옛날, 실크로드를 다니던 대상들과 낙타들이 쉬던 곳으로 이 곳은 지어진지 1,000년쯤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곳들이 초원 곳곳에 있다고 한다.  낙타들도 들어갈 수 있는 높은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예배나 회홥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온다.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해가 많이 기울어진 상태였기에 그 넓은 초원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며 그림자와 함께 멋진 춤을 추면서 현재의 여행을 즐겼다. 유적지 감상보다는 그림자놀이가 더욱 신난 시간이었다. 

그 흥은 두 곡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는데 누가 보던 말던 상관없이 나 홀로 흥에 겨워 신났던 시간이었지만, 노래가 끝나고 주위를 둘러보니 현지인들이 신기한 듯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타쉬라밧의 카라반사라이
신나는 음악과 그림자놀이는 즐기는 신나는 시간


신난 오후 시간을 뒤로하고 오늘 자게 될 유르트에 짐을 풀었다. 

유르트(Yurt)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민들이 쓰는 전통 이동식 천막집을 말하는데 우리는 유르트보다는 몽골의 게르라는 것에 더 익숙하다. 넓은 초원에 유르트가 모여있고 그 주위에는 한가롭게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너무 한가롭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 저녁이 기대된다. 


유르트(Yurt)  펠트를 여러 겹 덧대서 둥근 모양으로 만든 전형적인 양치기 거처이다. 목재 뼈대를 설치하고 그 바깥으로 천을 당겨 펼쳐서 집을 만들고 뼈대는 접었다 폈다 하는 식이다. 가장 바깥쪽 펠트는 방수가 되도록 막을 입히고 가장 안쪽 펠트는 바람을 막을 수 있게 풀어 엮어댄다. 양모로 만든 긴끈으로 벽과 기둥을 고정시킨다. 위로보이는 한가운데 지붕을 받치고 있는 바퀴 모양의 툰두크(Tunduk)는 키르기즈스탄 국기 정가운데 그려져 있는 바로 그것이다. 

유르트의 주인장에게 양 한 마리 잡아달라고 하였고, 술과 양고기로 저녁에는 파티를 하였다. 

어린양을 삶거나 구워서 만든 요리는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었으며, 함께 마시는 알코올과 보드카 한잔으로 유르트의 밤을 깊어갔다.  보드카 한 잔으로 얼큰해진 나는 유르트의 밖으로 나왔다. 

초원의 밤공기는 춥지 않았고 알코올로 빨갛게 열 오른 얼굴이 식기에는 딱 좋았다. 초원에 누워 까만 밤하늘을 보니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이 붙어있는 게 마냥 황홀했다. 

초원의 상쾌한 냄새, 까만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 얼큰하게 달아오른 얼굴 등... 행복한 밤이 지나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느긋한 카슈가르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