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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Apr 20. 2021

비슈케크의어설픈 도시구경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비슈케크(Bishkek)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로 인구는 약 60만 명 정도이다. 

평야, 들만 보다가 도심에 나왔으니 도시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전통 바자르를 먼저 찾아갔다. 


비슈케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오쉬 바자르(Osh Bazaar)는 입구를 중심으로 주변으로는 상점들이 밀집해있어서 예전의 성문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치형의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오가는 사람들로 바자르 안은 북적거렸고 길가며 좌편 등에 펼쳐진 물건들과 노점에서 만들어지는 음식 등은 이곳이 큰 바자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야채나 과일을 팔고 있는 모습은 우리네와 같은 듯하면서도 달랐고, 말린 과일이나 향신료들을 파는 모습은 생경했다.  하지만 그것들을 팔고 있는 아낙들은 친숙했고 친절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아무리 구경도 좋다 하지만 더운 날 시장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다 보니 갈증도 나고 당도 떨어져 간다. 

이럴 때는 얼음 동동 띄워진 우리네 식혜나 수정과가 딱인 듯한데 이곳에서는 구할 수가 없으니 입맛만 다셔본다. 바자르 곳곳에 말통을 놓고 따라주는 음료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사가는 모습을 보자니 외형은 미숫가루와 비슷했는데 시큼한 것이 우리네 막걸리와 비슷했다. 맛도 비슷할까??? 

그 음료가 무엇인지 무슨 맛인지 주인장과의 대화가 통할리 없으니 종류별로 하나씩 사 먹어 본다. 


음...
......
........ 음,,, 당체 모르겠다.  익숙하지도 익숙해질 것 같지도 않은 음료..


나중에야 알았다. 이것이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국민음료라는 것을... 하지만, 다시 경험해보고 싶지는 않다. 


쇼로(Shoro) 회사에서 키르기스스탄 조상의 전통을 살려 친환경적이고 건강식품인 발효음료를 만든 것으로 막심(Maksym Shoro),  자마(Jarma Shoro),  칼랩(Chalap Shoro), 아라쉬(Aralash) 등이 있다. 

이것은 곡식을 발효시킨 것으로 미네랄 듬뿍. 키르기스스탄의 국민 건강 음료라고 몸에 좋은 거라는데 각통의 맛이 각각 다르다. 적어도 빨간 통에 있는 것은 막심(Maksym Shoro),  파란 통에 있는 것은 칼랩(Chalap Shoro)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나머지 갈색 통의 음료는 도통 찾아도 나오지가 않는다.

그래도 권해 보고 싶다.  국민음료라 하는데 맛은 봐야지.




당일치기 현지 투어를 신청했다. 일정은 비슈케크의 외곽에 있는 부라나 탑과 알라르차 국립공원을 다녀와서 비슈케크의 도심을 투어 하는 것이다. 우선 차를 타고 부라나 탑을 가는데 가이드가 나름 한국말로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당체 들을 수가 없다. 저만의 한국말로 나는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들어도 반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중간에 설명 듣는 것을 포기하였다.

 

부라나 탑(Burana Tawer)  높이 24m, 뭉툭한 모양의 거대한 벽돌 탑으로 11세기부터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탑은 소그드인들이 건설한 고대 도시로 후에 카라한 왕조의 수도가 되기도 했던 발라사군(Balasagun)의 옛 성채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다. 성채 구릉의 반대편에 있는 6~10세기식 투르크족이 만든 토템 형태의 돌조각상(발발:balbal) 등이 있다. 



부라나 탑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첨탑으로 소그드인들이 세운 천문대 겸 전망대로 원래는 45m였지만, 풍화작용으로 인해 현재는 24m라 한다.  

당시 무슬림들이 가장 신성시하게 여기는 탑으로 아기가 태어나거나 축복할 일이 있으면 탑 위로 올라가 소리치거나 제상장이 기도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브라나 탑이 자리한 도시 토크목은 사통팔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실크로드의 동과 서를 정비하는 대표적 무역도시로 성장했는데 무슬림들은 장사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부르나 탑을 찾아왔다고 한다. 

부라나 탑은 정말 넓은 평야에 주위를 아우르는 듯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우뚝 서있다. 

더운 날씨에 저 탑 위쪽으로 올라갈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아래서 그냥 얼마나 우러러볼 수 있는지를 가름할 뿐이었다. 

성채의 반대편 구릉으로 발길을 돌린다.  투르크 민족의 묘비인 발발석들이 즐비하다. 

발발석은 귀족, 무사, 성직자 등 다양한 계급을 상징하는데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발발석들은 생긴 것과 달리 몹시 중요한 유적으로 발로 차거나 때리거나 밟고 올라서거나 낙서 등을 하면 안 되기에 그냥 거리를 두고 서서 바라만 보았다. 엄숙한 얼굴도 보였지만, 아기처럼 천진한 얼굴을 한 발발석도 보였다. 


알라르차 국립공원에 왔다. 짧은 트레킹 하면서 국립공원의 맛을 보면 되는데 나는 가다가 되돌아와서 식당에서 맥주를 시켜 현지 투어의 차량이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늘 하나도 없이 뙤약볕에서 그 햇볕을 고스란히 맞아가며 성채와 성채의 반대편 구릉과 돌조각상이 전시된 곳까지 걷고 현지 투어의 차량이 출발할 때까지 기다리자니 현지 투어를 괜히 했다는 후회가 된다. 

이거 하나 못 본다고 죽을 듯이 후회할 것도 아닌데 숙소에서 편히 차 한잔 하면서 쉬면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간절했다. 


어쨌든 투어는 승리의 마나스(Ma-nas) 조각상이 내려다보고 있는 비슈케크의 중심인 알라 투 광장(Ala-Too Square)에 도착했다. 

휑하다. 소련의 건물들이 모두 그렇지만 정말 크고 사각적이다. 

국기게양대 옆에서 교대식을 한다고 해서 기다리려 했는데 이상하리만큼 오가는 사람들이 없다. 

아무리 평일 오후 한낮이라고 해도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 있나??.. 

가이드는 계속 설명을 하지 않으려 하고 다음 장소로만 이동하려 해서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가이드는 다소 격앙된 소리로 빨리 숙소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이유인 즉,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한다. 

쿠데타???.. 뭔 말?... 이래서 쥐 한 마리도 돌아다니지 않았나 보다. 현지 뉴스를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고 눈앞에서 군인이나 총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니 몸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외국에서 사소한 일이라도 생기면 내 몸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숙소로 들어와서 꼼짝을 하지 않았다.  체포된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계획했었다는 것을 한국에 돌아와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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