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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이작가 Aug 14. 2018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건 진짜 최악의 질문이다.

독서모임에 나가기로 했다.

처음이다. 늘 무언가를 하기 전에 생각이 많아서,

무언가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수많은 활동들 중 선뜻 신청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졌다.


첫 번째, 춤. 많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많이 한다고 했다. 탱고, 스윙 같은 춤 배우기가 있었고, 남녀가 함께 추는 춤이라 처음 보는 이와 손을 잡아야 했다. 후기를 눌러보았다. 처음이라도 어색하지 않아요,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신청할게요 등 긍정적인 후기가 전부였다.


그런데 신청 버튼이 선뜻 눌러지지가 않았다. 동작이 크고 화려했으며, 재즈나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몸치라는 걸 나는 안다. 동작이 정해져있는데다가 앞의 상대까지 신경써야 한다면 온전히 춤에 빠지지 못할 것 같았다. 집에서 혼자 맥주한 잔에 둠칫둠칫 하는 게 훨씬 행복할 것 같았다.


두 번째, 맥주 또는 와인, 차 등 무언가를 마시는 모임. 낮부터 홀짝홀짝 많은 술을 마셔볼 수 있다니, 관심이 갔다. 겉으로만 알고 먹는 맥주, 와인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거의 강의자의 설명을 듣고, 조금씩 시음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다.


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좋은데, 술은 또 그렇게 마셔야 제맛인데, 차도 마찬가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마침 전문가여서 수다떨듯 아는 걸 쏟아내주는 우연을 바라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세 번째, 스포츠....?? 이 더위에 조깅, 테니스, 클라이밍....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특히 처음보는 사람들에게 땀 흘리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무언가를 참아내는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헬스를 상상한 것 같다.)


이런 저런 핑계가 왜 그리 많은 지.

나는 이렇게 뭘 하나 시작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이다. 끝날 때도 당연히.


그러나 이내 확신에 찬 선택이 없어서였다는 걸 알았다. 독서모임을 찾았을 때, 그리고 함께 읽을 책이 무언지 알았을 때 나는 별 의심없이 참여를 결정했다. 늘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것이었다.



직업, 나이를 묻지 않는다는 모임의 규칙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다른 모임을 꺼린 까닭도 어쩌면 처음 보는 이들에게 내 상황을 털어놔야 할 지도 모른다는 압박감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한국 사람들은 개인의 상황에 대해 쉽게 평범함을 가정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처지를 묻는다.


가령, 처음 보는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는 질문처럼. 이 질문엔 당연히 ‘엄마 아빠가 있는 평범한 아이’일 거라는 편견이 깔려 있다.


부모 중 어느 쪽이 없는 아이에게는 정말 상처가 될 것이다. 때에 따라 그 아이의 하루를 망가뜨리는 말이 될 지도 모른다.


아이가 예쁘면 예쁘다고 말하면 된다.

독서모임을 하려면 책 이야기만 하면 되고.


괜히 할 말을 찾는답시고,

아무렇지도 않게 뻔한 질문을 던져 상처주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혼은 언제할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정말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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