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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송날송 Aug 18. 2024

괜찮아요, 저희 모두 새우입니다

오늘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뻔 했네!

"휴, 오늘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뻔했네!"


같은 팀 직속 상사와 팀장 간의 갈등 상황에서 직속 상사가 갑자기 나를 끼워 넣었다. 다행히 팀장이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나가 있으라"며 곤란한 상황에서 나를 빼주었지만, 당혹스러움에 화가 났다. 나오자마자 같은 팀 동료들에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뻔했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새우이시네요."

"괜찮아요, 저희 모두 새우입니다~"


동료들의 대답을 듣고 긴장했던 마음이 금세 풀어지며 웃음이 나왔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내가 기획한 광고에 달린 댓글, 상사의 곤란한 질문 한 마디, 화난 듯한 직장 동료의 태도,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내 목소리와 태도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고, 이로 인해 나는 더욱 작은 새우가 되어갔다. 다른 회사로 옮기면 좀 나아질까? 아니면 다른 회사도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점점 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다.


그런데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맞을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조금 무던해졌다. 이제 고래들의 공격도 더 이상 나를 우주의 먼지로 만들지 못한다. 무엇이 나의 껍질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1. 동료들과의 친분

사회 초년생 때는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굳이 회사 사람들과 친해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동료들과 친해지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우선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더 빨리 얻을 수 있고,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몇몇 동료들이 보이지 않는 지지선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내가 힘들 때 공감해주고 뒷담화를 나누어 줄 동료들이 말이다.


2. 다른 새우의 전투 방법 관찰하기

우리 팀에는 조용하지만 강단 있는 새우가 있다. 그녀는 일상적으로는 온화한 태도로 동료들과 잘 지내며, 감정 기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녀가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가 그녀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상대가 누구든지, 심지어 그 대상이 상사일지라도, 그녀는 침착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상대의 논리에 맞서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분석하며, 상대방의 말에서 허점을 찾아내는 그녀의 태도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위기 상황에서 대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배울 수 있었다.


3. 개무시

'개무시'는 단순히 표정이나 몸짓으로 싫은 티를 내는 것이 아니다. 나는 원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싫은 일이 생기면 그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고,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도 이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사실상 "나는 당신에게 매우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오히려 직장 내에서 못된 고래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인받고, 우월감을 느끼게 하는 연료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상대가 나에게 부당하게 대할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심하게 내가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상대가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빠져도, 그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차분히 해내면, 그들은 결국 더 이상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내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공격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직장에서 겪는 많은 어려움이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그 속에서 나만의 방법으로 상황을 통제하며, 나를 지키는 힘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새우들이다. 세상의 모든 새우들이 이 과정을 통해 더 강해지고, 더 단단해질 수 있기를.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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