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들송날송 Jul 04. 2024

헤어진지 벌써 1년

립스틱 한통을 거의 다 비운 걸 보니, 전 남자친구와의 추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가 작년 생일 선물로 준 립스틱이었다. 헤어진 지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새삼스레 1년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헤어진 후 얻은 좋은 사람들과의 유익한 관계들이었다. 뒤돌아보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에너지와 결속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1년이었다.


회피형 남자친구와의 연애를 끝내고 나니 새롭게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게 되었고, 원래 함께하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이전보다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각 친구 그룹마다 영양가 높은 모임도 결성하게 되어 자기계발에 좋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1. 대학교 때부터 10년간 인연을 맺어 온 친구들과의 회고 모임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뇌에서 쉽게 지워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요일마다 NOTION에 한 주에 어떤 일을 잘 했고, 어떤 일은 좋지 않았으며, 어떤 걸 지속하고 싶은지를 적고 서로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 덕분에 주 단위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2. 회사에서 최근에 친해진 동료와의 정기 커피 타임
일주일에 한 번씩 아침에 돌아가면서 커피를 사주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 친구가 투자,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식견이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매주 커피 타임을 유의미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 만들기 숙제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조회수는 1,500이 최대이지만 생각만 하고 있던 인스타그램 릴스를 도전해 본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3. 테니스 복식 대회
테니스를 좋아하지만 경쟁을 극도로 싫어하는 INFP 성향 탓에 대회를 등한시 하고 있었다. 친구의 권유로 복식 대회에 나가보게 되었고, 대회를 두세 번 나가다 보니 개나리 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해 보기도 하고, 여러 고수들과 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 친구 덕분에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매우 감사하다.



물론 힘들 때 다가온 사람들 중,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지만 나를 하룻밤 상대로 보고 접근한 사람도 있었다. 단호하게 거절하기는 했지만, 그럴 때는 서른 네 살이나 먹고 아직도 그런 사람을 미리 분별해 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서러워서 자취방에 혼자 앉아 엉엉 울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유익한 관계에서 얻은 행복과 에너지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제는 전 남자친구와 언제 헤어진지도 기록을 뒤져봐야 기억이 날 정도로 상처가 무뎌졌다. 헤어짐 덕분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고,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고,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거절은 거절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