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없는 서러움 오피스 노마드족으로 살아남기
*이 글은 미디어 눈 팀의 <오피스 공간 찾기 대작전> 시리즈 입니다. 기존의 문체와 달리 가벼운 문체로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8월 13일, 소나기가 한 차례 스친 축축한 날씨, 구글 캠퍼스에 미디어 눈 에디터 3인이 모였다.
네이버 지도에서 1시간 16분 걸릴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보고 1시간 30분 일찍 출발했건만 기어코 테헤란로를 지나며 2시간을 채우고 말았다. 늦은 나를 위로하기 위해 조은총 에디터는 '등록하고 천천히 오세요' 라며 친절하게 구글 캠퍼스 입구 사진을 보내주었다.
서둘러 코엑스 앞에 내려 지하보도를 통해 건너편으로 건너갔다. 3분 정도 언덕을 오르니 깔끔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FOODWAY"라고 크게 쓰인 걸 보니 먹을 곳이 많이 모여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주위에는 온통 사원증을 목에 걸고 한 손엔 핸드폰과 지갑, 다른 손엔 커피를 든 직장인들이 가득했다. 음식이 가득한 배너로 유혹하는 식당을 지나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FOODWAY가 지하 1층, 한 계단 내려온 구글 캠퍼스는 지하 2층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뒤를 돌아보니 조은총 에디터가 보내준 바로 '그 입구'가 눈에 띄었다.
온라인 등록 후 방문이 처음이었던 나는 인터폰을 누르고 차분히 기다렸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바로 리셉션으로 가 현장등록을 마쳤다. 절차는 간단했다. 이름과 이메일, 온라인 등록 확인 메일과 신분증. 신분증은 예상치 못했던 터라 조금 당황했다. 본인 확인용인지 사진과 이름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나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스타터 키트'와 함께 사원증 같은 목걸이를 주었다.
스타터 키트에는 'Campus Seoul'이라고 적힌 opp스티커와 연필, 노트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목걸이에는 구글 캠퍼스 로고가 찍혀있었다. '구글이라니, 구글이라니!' 구글에 입사한 사람처럼 기분이 좋았다. 이런 게 구글의 힘일까? 그냥 로고인데 괜히 내가 그 거대한 조직의 일원이라도 된 듯이 신났다. 금세 정신을 차리고 리셉션 앞에 적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확인하고 후다닥 회의에 합류했다.
슬쩍 돌아본 구글 캠퍼스는 넓었다. 공간은 세 곳으로 분리되어있었는데, 입구 바로 왼쪽의 카페 공간, 입구에서 조금만 직진하면 마주하는 공용공간, 그리고 입구의 오른쪽에 위치한 야외 공간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리셉션의 담당자가 내가 다시 넣기를 깜박한 신분증을 들고 나를 찾아와 주었다. 정신 차린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나 보다. 담당자는 '2시부터는 공용공간에서 행사가 있으니 자리를 옮겨주세요.'라고 전했다. 방금 왔는데. 공용공간은 넓은 마당과 무대, 그리고 변두리에 가득한 소파와 의자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충분히 '행사를 할 만한 공간' 느낌이긴 했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이미 예약된 행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방문할 사람들은 반드시 이 행사를 챙겨보고 가도록. 나는 안 그랬고, 그래서 우리 팀이 방황했다.
가장 처음 공략한 곳은 카페였다. 구글 캠퍼스에 등록한 뒤 받은 목걸이의 뒷면에는 바코드가 찍혀있었다. 바코드 리더기에 살짝 가져다 대니 카페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가득해서 자리가 없었는데도 너무나 조용했다. 오히려 공용공간에는 빈 곳도 많았지만 토의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서 조금 떠들어도 죄책감이 없었는데, 카페에서 자리를 찾으며 돌아다니는 내내 우리는 소곤소곤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 다들 너무 조용해서 우린 발걸음마저 사뿐사뿐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스터디 룸 같은 방이 3곳 있었다. 그린티 룸과 같은 음료 이름으로 되어있는 공간은 4-6명 정도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었고, 문 앞의 코팅된 종이에 팀 이름을 적으면 예약할 수 있는 식이었다. 당연히 먹고 마시며 회의할 수 있는 이 매력적인 공간은 이미 예약자들로 가득했다. 그 맞은편에는 조용히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있었다. 그 공간의 아우라가 카페 전체에 미쳤는지 지나치게 조용한 이 공간을 우린 벗어나듯 서둘러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린 열띈 토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리의 방황은 점심 식사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자리를 못 구해서 밥부터 먹은 건데 밥을 먹어도 딱히 자리가 생긴 건 아니었다. (FOODWAY먹부림은 아래에 별첨)
우리를 보던 담당자가 와서 정말 친절하게 공용공간의 다른 쪽 소파는 계속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아까 앉았던 소파의 건너편 자리에 앉아 회의를 계속할 수 있었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완전 내 스타일의 플레이리스트에 때로는 머리를 흔들며 업무를 보았다.
사무실이 없는 우리에게는 이 공간이 너무나 감사했고, 즐거웠다. 진짜 일 하는 기분이 났다. 내가 얼마나 웃긴 사람이냐면, 일하다가 너무 신나서 집에 계신 어머니께 문자를 했다. '구글 캠퍼스 완전 좋아. 일이 잘됨 ㅋㅋㅋ' 어머니는 매일 출근하라고 하셨다. 어머니, 하지만 교통비와 시간이… (여기까지.)
아무튼 카페에서 공부하는 기분으로 회의하고, 밀린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당장 결정해야 할 것들을 의논했다. 다들 일 하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그런지 즐겁게 했다. 아마도 화상 회의였다면 '다음에 다시 얘기해봐요' 했을 일들을 바로바로 처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즉석에서 수정하고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모여서 일하면 금방 끝날 일을 너무 질질 끌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생각도 오산이었다. 모여서도 진짜 오래 했다.) 마라톤같이 긴 회의를 하며 지친 나는 옆에 있던 쿠션을 껴안았다. 연한 페브리즈 향이 나의 심신을 안정시켜주었다.
저녁 6시가 넘으니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그 전에는 시끄러웠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조용'이었다면 갑자기 6시 30분 정도부터는 극도의 '침묵' 수준이었다. 그래서 둘러보니 카페에 그 많던 사람들이 언제 갔는지 모두 사라졌다. '퇴근을 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애초에 구글 캠퍼스는 기존의 많은 스터디 카페와는 다르다. 스터디 카페는 학생들도 많고, 회사 분위기보다는 독서실, 혹은 카페인데 조용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카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구글 캠퍼스는 기본적으로 사무실이다. 스타트업들이 사무실 없이 일을 할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공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체적으로 '퇴근'을 했다. 주위의 워라밸을 위해 떠난 사람들을 보니 우리도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마지막 기사 수정을 확인하고, 일러스트 진행을 해야 할 부분을 파악하고, 프레젠테이션 템플릿 디자인을 저장한 뒤 노트북을 종료했다. 엉덩이가 아픈 만큼 뿌듯했다.
구글 캠퍼스에 또 다른 장점은 입점해있는 빌딩 이름 Foodway처럼 밖에 나가지 않아도 먹을 곳이 많다는 것이다. 지하 1층, 배너에 있는 계절 메뉴 '냉짬뽕'을 보고 꽂혀서 모식당을 찾았다. 냉짬뽕과 XO게살볶음밥, 사천탕면을 시켜서 나눠먹었는데 세 명 모두 만족했다. 냉짬뽕은 면이 엉켜있어서 좀 고생했다. 가위를 가져다가 결국 냉면 마냥 잘라먹을 수밖에 없었는데, 국물도 물냉면과 유사한 맛이 났다. 맹맹한 물냉면이 아닌 고추장을 잔뜩 풀어넣은 물냉면. 확실히 짬뽕 맛은 아니었지만 해산물이 가득한 데다, 원래도 물냉면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다. XO게살볶음밥은 짜장과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짜장 소스가 금방 동나서 조금 아쉬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Self였다. 좀 더 가져다 먹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천탕면은 매울까 봐 조마조마하며 시켰는데, 맑은 국물이었고 맵지도 않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나가사키 짬뽕과 유사했는데 그보다 더 해산물이 많아서 이것도 꽤나 만족했다.
별 (*****) 다섯개 만점에...
냉짬뽕 ***
XO게살볶음밥 ***
사천탕면 ****
회의가 끝난 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에디터들을 꼬드겨 데려갔다. 역시 구글 캠퍼스에서 한층 올라간 지하 1층에 있는 곳이다. 막상 가니 빙수도 좋아 보여서 베리 빙수를 시켰는데, 요거트와 밀크 베이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긴 회의 후 상큼한 걸 먹고 싶어서 요거트 베이스를 골랐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빙수가 나올 동안 입구 쪽에 놓인 DC배트맨, 조커 피규어들과 마블 어벤저스 피규어를 구경했다. 세 명이 먹기엔 양이 살짝 적어서 위가 많이 아쉬워했다.
별 (*****) 다섯개 만점에...
베리 빙수 ***
구글 캠퍼스 이용하는 법
구글 캠퍼스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현장에서 멤버십 키트를 수령 후 공간 이용을 할 수 있다.
https://www.campus.co/seoul/ko
이용시간은 월-금 9시부터 저녁 9시
토요일은 9시부터 저녁 5시
*처음 방문 시 멤버십 키트를 수령해야 하는데 공간 이용시간과 리셉션 데스크 운영 시간이 다르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위치: 삼성역 5분 거리
글, 사진 김하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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