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초 국내 자동차 회사가 애플카에 참여한다 어쩐다-하는 기사가 갑자기 쏟아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쓰던 RSS 리더기에는, 마침 일본, 대만, 북미 쪽 매체에도 애플이 자동차 만들려고 어디랑 협의했다 카더라~하는 소문이 쭉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애플이 참 여러 군데 찔러보고 다닌다-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선 마치 그 회사만 협상 대상인듯한 기사가 계속 올라옵니다. 이게 뭐지? 다들 왜 이래? 싶었는 데... 결과는 다들 아시죠? 예, 꽤 많은 사람이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92712051362676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정보를 가지고 장난치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워낙 정보에 의존해서 널뛰기하는 일이 많으니, 정보를 조작하고 싶은 욕망도 많아졌고요. 저처럼 정보를 수집해서 정리하는 게 일인 사람에겐, 아주 곤욕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런 시대,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보를 내가 쥐고(?) 관리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그동안 우리가 정보를 얻기 위해 즐겨 쓰던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적극적 ‘검색형’과 알고리즘이나 포털 편집자에게 맡긴 소극적 ‘푸시형’이었죠. 이젠 두 가지 모두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거짓 정보가 난무하니 검색이 어려워졌고, 빅테크가 만든 알고리즘에서 놀아나게 됩니다.
대신 뜨는 방법이 ‘축적형’ 정보 소비입니다. 평소에 원하는 정보를 추적하고, 필요한 것만 뽑는 쓰는 겁니다. 이미 다들 하고 계실 일이라, 소개하기도 좀 민망하긴 합니다만.
평소에 원하는 정보를 추적하다가 필요한 것만 뽑아 쓰는
축적형 정보 소비 시대가 왔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일본 콤니코(COMNICO)에서 ‘10대에서 30대 여성의 SNS 이용 스타일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꽤 흥미로운 결과를 볼 수 있었는데요. 다름 아니라, 조사 대상 이용자의 절반이 해시태그, 그러니까 우리가 SNS 게시물을 볼 때 따라붙는 # 마크를 가진 꼬리표를 사용해 정보 검색을 한다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고 결과가 표시되는 화면을 보고 골라 클릭하는 게 아니라, 어떤 내용을 알고 싶으면, 그에 맞는 #태그를 확인해서 클릭한다는 거죠.
검색 내용은 SNS마다 달라서, 트위터에선 ‘지진 정보’, ‘열차 지연 정보’ 등을 확인하고, 인스타그램에선 지금 진행되고 있는 트렌드, 다시 말해 내가 ‘미래에 경험하고 싶은 것’을 미리 찜해두고 관찰한다고 하네요. 필요한 정보는 '좋아요'를 눌러 북마크를 하고요.
왜 이렇게 할까요? 다름 아니라, 인터넷과 스마트폰 도입 시기, 너무 많아진 정보 앞에서 정보 소비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연구한 결과가, 바로 축적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땐 큐레이션이라고 불렀죠.
과거 정보 처리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웹서핑, SNS, 이메일, RSS를 통해 정보를 받고,
그중 읽을 것은 포켓 같은 나중 읽기 서비스에 저장하고
나중에 써먹을 만한 정보는 에버노트 등으로 모아서 관리한다.
이게 한 10년 전 만들어진 기본 정보 축적 방법입니다. 나중에 축적된 정보를 어떻게 정리하고 활용할지에 따라, 다른 방법론으로 더 발전해 나갔고요.
오늘 소개할 RSS는, 그런 정보 큐레이션을 위한 핵심 도구였고, 지금도 많은 사람에겐 핵심 도구입니다. 정보 형태가 블로그/웹 게시물이 아니라 영상이나 SNS 게시물로 바뀌면서 이용자가 적어지긴 했지만, 지금도 잘만 쓰면 정보를 다루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내가 어떤 정보를 받아볼지, 내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RSS가 뭐냐고요? RSS는 Rich Site Summary의 약자로, 웹사이트나 블로그 등에서 쓰는 표준적인 콘텐츠 표현 형식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웹사이트나 블로그에선 RSS 형식으로 게시물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는데요. 표준 양식이기에, 여기서 제공하는 RSS 피드를 RSS Reader 앱이나 서비스에 등록하면, 마치 이메일을 받아보듯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처럼요(맥루머, 테크크런치, 더 버지 같은 주요 외신을 등록해서, 한꺼번에 받아보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RSS로 콘텐츠를 읽으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생깁니다.
① 광고 없이 깨끗한 게시물을 읽을 수 있습니다.
② 여러 웹사이트를 방문할 필요 없이, 한 군데서 수많은 정보 소스에 올라온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③ 필요한 글을 저장해 뒀다가,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어떠세요? 딱 봐도 좋아 보이죠? 쓸만한 정보를 올리는 사이트를 찾아 RSS 리더에 등록하면, 다음부터는 거기에 올라온 정보를, 리더기가 자동으로 긁어와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훑어볼 수 있는 겁니다.
광고도 없고, 다른 글도 보라고 들이밀지 않습니다. 정보 수집하면서 옆으로 새는 시간을 잡아줍니다. 분주하게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들락날락할 필요 없이, 한 서비스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으니 그것도 편합니다. 정해진 규격에 맞춰서 글과 사진을 보여주기에, 눈이 괴롭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좋은데, 이게 다 독자에게만 좋습니다.
이렇게 좋은데, 이게 다 독자에게만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웹사이트에서 RSS 서비스를 잘 안 하려고 하고, 해도 딱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알려줘도 일부 내용만 노출해서, 더 보고 싶으면 클릭해서 우리 사이트로 넘어오라고 하죠. 그러니 모르는 사람도 많고, 쓰는 사람도 점점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그래서 저는, 이걸 다시 한번 꼭 써보시라고, 이렇게 권하고 있는 거고요. 이거 제대로 쓰면, 정말 좋거든요. 참 좋은데…. 제가 작년에, 과감하게 포털 뉴스를 끊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거고요.
다만, 시대가 달라지긴 달라진 만큼, 이용 방법을 다시 조율하긴 해야 합니다.
현재 많은 웹사이트는 RSS 전문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만 보여줍니다. 그런데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합니다. 수십~수백 개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콘텐츠를, 내가 쓰는 RSS 리더기 하나에서 보고, 정리하려면, 내용을 다 볼 시간이 없거든요.
저 같은 경우엔 이렇게 올라오는 글이 보통, 평일 기준 하루 천여 개 정도 됩니다. 이걸 다 읽을 필요 없습니다. 관심사만 클릭하고, 나머지는 그냥 제목만 훑어본다고 생각하세요.
* 제가 쓰는 RSS 리더 서비스는 피들리(https://feedly.com/)입니다. 구글 리더가 서비스를 종료한 이후, 가장 쉽고 쓸만한 RSS 리더기입니다. 유료가 아닌 무료 서비스만 이용해도 웬만한 기능을 다 쓸 수 있기도 하고요.
RSS는 의외로 유료 서비스 매체에서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돈 내고 안 보면 아깝잖아요. 올라온 모든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기에, 알차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유료 구독하는 국내 및 해외 미디어 서비스를 모두 RSS에 등록하고 봅니다. 와이어드나 더 인포메이션 같은 매체인데요.
다만 뉴욕 타임스 같은 종합 일간지 등은 전체 기사 RSS를 등록하면 난리가 납니다. 하루에 올라오는 기사가 상당히 많거든요.
그런 회사들은 보통 부문별 RSS 피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관심 있는 섹션만 받아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스 테크 섹션 주소는 https://www.nytimes.com/section/technology 입니다.
유튜브 많이 보시죠? 보통 알람을 설정해 놓고 보실 텐데, 이 알람, 진~짜 많이 뜹니다. 그만큼 구독한 채널이 많다는 의미인데요.
이게 의리상 등록한 친구 채널도 있고 해서, 끌 수도 없고, 사실 첫 페이지 추천 영상을 주로 시청하지, 구독 목록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꼭 보고 싶은 채널 영상을 놓치는 경우도 많죠.
전 그래서, 꼭 보고 싶은 영상 채널은 RSS 리더기에 따로 등록해 둡니다. RSS 피드 등록하듯 유튜브 채널 주소 넣으면, 구독할 수 있습니다.
4. 커뮤니티 게시판도 RSS로 받아보세요.
개인적으론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만, 정보 체크하고 싶은 게시판은 있습니다. 그럴 때도 전 RSS를 이용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원 가입 없이 볼 수 있는 게시판이라면, 대부분 RSS 리더기에 등록해서 볼 수 있거든요.
페치RSS(http://fetchrss.com/)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페이지 등도 다 받아볼 수는 있는데, 거기까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트위터는 그냥 트위터에서 봅니다. 대신 성격이 성격이라, 꼭 보고 싶은 사람이나 회사만 팔로잉해서 봅니다.
잘 쓰는 분들은 자피어 같은 자동화 서비스를 이용하면 더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만, 자피어까지 이용하실 정도면, 이 글을 읽으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흠흠.
5. 전문 분야 미디어를 구독하세요
RSS를 이용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IT, 로봇,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원하는 분야 전문 웹사이트의 정보를 계속 체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매일 확인하는 웹사이트는 몇 개 안 되잖아요. 전문 매체는 콘텐츠도 적고 글도 어려운 편이라 잘 안 들어가게 되는데요. RSS에 등록하면, 여기에 올라오는 영역별 주요 정보를 계속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 올라오는 소식은 정말 다른 일반 미디어에선 접할 수가 없거든요.
예를 들어 디지털 마케팅이나 콘텐츠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알고 있는 디지데이 https://digiday.com/ 라는 매체가 있습니다. 영어인데다 유료 매체가 평소라면 들어가지 않지만, RSS에 등록해 놓고 제목만 훑어봐도 정보를 얻기에는 충분합니다.
물론 그렇게 보다 보면 읽고 싶은 기사가 생겨서 유료 구독하거나, 보다 보니 딱히 보고 싶지 않아서 지우는 일도 있습니다.
RSS 리더기는 대부분 웹 서비스로 제공됩니다. 앱도 있지만, 웹이 더 편합니다. 자동번역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제공하는 자동 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여러 다른 언어로 된 정보를 한꺼번에 훑어볼 수 있습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여러 나라 정보를 받아보는 분에게 딱 맞죠.
외국어를 알고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 번역이라도 우리말로 된 걸 보는 게, 훑어보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릅니다. 그리고 현지 매체에는, 당연히 한국과는 다른 정보가 실립니다. 대부분의 미디어가 자국 회사 중심의 정보를 전달하기에 그렇습니다. 정보의 진위를 판별할 때 참고할 만합니다.
아까 모 회사가 애플카 만들 거라고 설레발칠 때 제가 의심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해외 미디어를 제목이라도 훑어보고 있으면, 그런 뒤통수치는 일에선 한 발짝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아까 성격 탓이라고 했나요? 예, 실은 이 방법이 누구에게나 잘 맞는 방법은 아닙니다. 얘 약간 정보 중독 아냐? 하는 거 느끼셨을 겁니다. 중독까진 모르겠지만, 정보 수집 욕망이 강한 사람인 건 맞습니다.
종결 욕구도 강합니다. 일단 뭔가를 읽거나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봐야 끝나는 분들 계시죠? 재미있든 아니든 말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그리고 전 여러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정리된’ 콘텐츠를 정말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제 시간 뺏어서 광고를 하나라도 더 들이밀려고 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까칠하다 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빅테크 거짓말쟁이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도 부족합니다.
아무튼, RSS를 이용한 정보 수집은, 저처럼 정보를 읽는 게 취향이면서, 종결 욕구가 있고, 좀 까칠한 사람에게 적당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볼 콘텐츠를 제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큽니다. SNS나 포털 사이트에서 들이민 정보를 수동적으로 얻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습니다.
... 단언컨대, (저 같은 사람에게) RSS는 정보 과잉 시대의, 가장 우아한 정보 수집 도구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RSS를 써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셨다면, 시작도 쉽습니다. 피들리 같은 RSS 구독 서비스 웹사이트에 가서 가입한 다음, 보고 싶은 뉴스 사이트 주소를 입력해 보세요. 보통은 있을 겁니다.
구글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편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다음, 웹서핑하다가 RSS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자신이 원하는 RSS 리더 서비스를 이용해 구독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모두, 행복한 정보 수집 라이프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