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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Jul 22. 2022

예술과 디자인

그 경계에 대하여

Workshop 형태의 디자인 수업 중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종종 하셨다.
"디자이너들은 늘 예술에 대한 갈망이 있다" 라고.

수업은 Concrete Poetry를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이었는데, 구체시는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으로부터 시작되는 작업이다. 유니버셜한 언어를 만들고 시를 짓고 그를 디자인 작업물로 표현해내는 일련의 과정들은 예술과 디자인의 모호한 경계선 위에 있었다. 예술가를 흉내내는 디자이너의 디자인일까? 디자이너인데 예술을 한번 해본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교수님이 던졌던 그 화두와 수업의 내용이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길 바라는 교수님의 의도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예술과 디자인이라는 주제에 대한 글을 다른 훌륭한 아티클들과 좋은 글들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나는 이 둘의 정의와 경계에 대해서 한번쯤 스스로의 사유로 풀어볼 수 있길 바랐다. 그래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1권부터 4권까지 모두 읽기 전에는 이 글을 쓸 수 없었다. 책은 실로 예술에 대한 방대한 역사와 통찰력을 담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예술을 정의하지는 않는다.


사회의 생산구조, 지배계급, 이데올로기, 종교, 경제 등 수많은 변수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예술이 지향하는 바, 표현 방법, 철학, 예술가로서의 지위, 예술을 소비하는 태도 등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미술, 문학, 음악, 영화는 예술의 범주로 이해된다.

어떤 사회상이든 예술은 인간의 삶 속에서 요동치며 물결을 만들어 왔다. 어떤 작품은 지나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사회에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기도 하며..

예술은 인간 정신과 사회를 관통하며 끊임없이 흐르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예술과 디자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가시성 또는 소리를 가진 물질의 형태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일까?

디자인의 목적은 '사용'이다.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디자인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성을 가진 사물은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것의 사용을 이해하는데에 필요한 도움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의 결과물은 물질의 형태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지만 결국은 '사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보이는것과 의미하는것의 기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의도대로 이해하거나 쓸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예술의 목적은 '사용'은 아니다. 메시지, 경험, 언어, 감정, 담론들을 담고 있는 주체적인 물성이다. 예술을 접하면 어떤식으로든 우리의 내면은 파동을 내고 변화한다. 내가 그림과 책과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흔히 "예술적이다", "예술이다" 라는 표현을 내뱉을 때가 있는데,

그것이 마치 예술의 그것처럼 나의 내면에 어떤 파장을 만들었다, 라는 뜻이 아닐지.


디자인이 그 가능성 만큼은 언제나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과 디자인은 무엇이 다른가, 그 경계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되는 것 같다.


앞서 소개했던 구체시 작업을 소개하며, 2년동안 묵혀놓았던 글을 이제야 갈무리 해본다.




"The hours" ㅣ 12달의 시간을 concrete poetry로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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