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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Aug 13. 2019

책임을 다하는 디자인

UI·UX 디자인에서의 책임이란

  자기에 대한 배려를 선행하지 않고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니체는 말한다. 책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진정한 자유는 자기책임에의 의지를 갖는 것이다. 자기자신에 대한 책임, 사회적 책임, 관계에서의 책임, 업무에서의 책임.. 살아가면서 개인이 맞닥뜨리는 수많은 책임이 있다. 


  누군가가 먹는 요리를 하는 일, 배를 운행하는 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등 세상의 온갖 일들이 있다. 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더불어 사는 서로에게 최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은 자기 배려이자 타인에 대한 배려이며 자기책임의 근간이다.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사람들은 일상을 인터페이스와 함께 영위한다. 얼마 되지 않은, 길지 않은 역사이다. 디자인은 항상 의도를 가진다. 의도적인 면이라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얼마나 많은 컨트롤을 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컬러, 정보의 구성방식, 버튼의 사용성 하나하나가 경험의 축적으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1920년대 아메리카니즘을 시각 언어로 구축하고 미국의 정체성을 확대 재생산하는 무대로 역할한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의 표지


  남성과 여성을 나누어 컬러를 지정하는 방식에 대한 CS에 대해 어떤 디자이너는 그들을 프로불편러라고 손쉽게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디자이너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정의로움은 모든 것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작금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생존이 걸린 일이나 법의 심판 같이 아주 선명한 금을 긋는 일이 아니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생기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이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성별을 화면 위에서 의도하지 않을 책임이 디자인에는 있다.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뿐더러,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폭력적이지 않다는 당위성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UI·UX 디자인은 이미 공공성과 민주적 도구로서의 역할을 그 시작부터 담고 있다. 디자인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다하고 사회·문화적으로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의무가 있다. 회화가 장인 전통에 강하게 구속되어 당대의 정신적 경향을 뒤늦게 따라간 예술사의 한 흐름이 있었던 것처럼, 디자인 또한 지금 우리 사회의 정신적 경향을 재빨리 캐치하고 그것을 실재적 경험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깊은 고민 없이 주어진 시간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의 디자인을 한다. 또 누군가는 주어진 시간 내에 미처 하지 못한 고민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한다. 양자 중 어떤 디자인이라도 천명, 만명, 십만명, 백만명이 그 인터페이스를 경험하고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책임을 다하는 디자인은 어느 쪽인지 불 보듯 뻔하다. 어떤 전자제품을 만들 때 당연하게도 안정성이 제품의 필수가 되는 규격기준인 것처럼 책임을 다하는 디자인이 필수 규격이 될 때, 우리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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