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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명 Mar 22. 2017

마음에서 뜨는 해와 달, 향기로운 티베트의 시작

차마고도 티베트 1번지 샹그릴라 – 최종명의 중국 대장정(01)

샹그릴라(香格里拉)는 티베트 말로 ‘마음에 담은 해와 달’이란 뜻이다. 중국어권 특급 가수로 손색없는 왕리훙(王力宏)이 2004년 <신중더르위에(心中的日月)>를 발표했다. 티베트 일대를 여행하며 수많은 민가를 채취해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다. 달콤한 음색은 ‘이상향’ 샹그릴라로 가는 길을 소풍 떠나는 아이처럼 설레게 하는 읊조림 같다. 여름에 가면 푸르고 겨울에 가면 하얗다. 물론 하늘은 늘 파란데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마다 색감이 다른 오묘한 곳이다.


리장고성(丽江古城)에서 샹그릴라까지는 180km, 3시간 30분 걸린다. 강줄기를 따라 달리다가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 지그재그로 산을 오르는 오르막이다. 고개를 넘자 숨 가쁘게 달려온 차를 쉼터가 반갑게 맞아준다. 넓게 펼쳐진 시야를 따라 맞은편을 바라보면 해발 5,396m의 하바설산(哈巴雪山)이다. 겨울이면 설산의 위용을 곧잘 드러낸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연두색과 초록색이 엇갈리는 바둑판 밭이다. 누가 더 싱그러운지 다투는 듯한 모습이다. 잠시 쉬어가지만,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

샹그릴라 가는 길 (겨울)
샹그릴라 가는 길 (여름)

점점 티베트 분위기가 풍긴다. 시내로 들어서면 마을 어귀마다 하얀 불탑인 초르텐(mchod-rten)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성스러운 물품을 보관하는 성지로 여겨졌다. 지금은 사원 앞이나 광장 등에 만들어 두는데 예불의 의식이 벌어지는 장소이다. 티베트는 양, 돼지와 야크의 세상이다.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임신한 돼지는 제 몸 가누기도 힘든데 왜 어슬렁거리는지 모르겠다.

거리를 활보하는 임신한 돼지

차를 세우고 식당을 찾았는데 시끌시끌하다. 운이 좋으면 진풍경을 자주 만난다. 마침 결혼식 피로연이 벌어지고 있다. 수백 병이나 되는 맥주를 상 위에 올려놓고 연거푸 축하주를 건넨다. 말끔한 양복과 붉은 치파오(旗袍)를입은 신랑 신부는 얼굴 가득 미소가 넘친다. 샹그릴라는 디칭짱족자치주(迪庆藏族自治州)에 속한 현이다.


짱족은 티베트 민족을 중국인이 부르는 호칭이다. 티베트 자치의 땅이지만 여느 소수민족 자치가 그렇듯 실질적인지는 다른 문제다. 이미 한족이 자리를 잡고 희로애락을 즐기는 세상으로 변한 지 오래다.


마오뉴(牦牛)라 불리는 야크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 잘 먹지 않는 편인데 동행한 일행도 있어서 주문했다. 부드럽지만 한우보다는 다소 텁텁하다. 쫄깃한 맛의 조림과 담백한 국물이 먹음직스러운 탕, 싱싱한 채소를 반찬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후식으로 나온 노란 메밀 빵도 색깔만큼이나 구수하다. 우리가 먹는 메밀과는 조금 다르고 쿠챠오(苦荞)라고 부른다. 보통 ‘타타르 메밀’이라고 부르는데 타타르 민족이 지나는 초원에 쿠챠오가 자란 것인지도 모른다.

결혼식 피로연
야크 고기

베이징과 가까운 위현(蔚县)에서 쿠챠오허러(苦荞饸饹)라는 메밀 틀국수를 먹은 적이 있다. 메밀반죽을 틀에 넣고 누르면 면발이 주르륵 흘러내려 통 속에서 익는다. 곧바로 그릇에 담아주는 생생한 맛이었다. 지금은 잊힌 ‘우리의 시골’ 과도 같은 감동이었던 것이다. 지금 타타르 민족은 볼가강 부근에 있는 러시아 연방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을 이루고 있다.


샹그릴라는 원래 중덴(中甸)이란 지명이다. 2001년 중국 정부는 샹그릴라로 이름을 바꾼다.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턴이 1933년 발표한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 이현실로 등장한 것이다. 이름을 바꾼 후 관광 수입으로 지역이 크게 발전했다. 드넓은 중국에서 왜 꼭 이곳이어야 했을까? 그럴만한 명분이 있긴 했다.

메밀 빵

이곳에는 고성이 하나 있는데 두커쭝(独克宗)이라 부른다. ‘바위에 세운 성’이자 월광성(月光城)이다. 푸얼차(普洱茶)를차마고도(茶马古道) 따라 운반하는 마방에게는 티베트로 진입하는 첫 마을이다. 당나라 이후 차와 말이 교환되었으니 천 년 전에는 티베트의 영향 아래 있었다. 지금은 행정 지역으로 윈난에 속한다.


명나라 시대에 이르러 리장의 나시족(纳西族) 토사(土司)가 힘을 길렀다. 샹그릴라에 진출해 또 다른 요새를 지었는데 니왕쭝(尼旺宗)이라 부른다. 일광성(日光城)이란 뜻이다. 두 성곽이 짝을 이루게 된다. 바로 ‘해와 달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월광성만 남았지만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샹그릴라 위치를 특정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역사 속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샹그릴라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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