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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겸점심 Mar 23. 2019

스타의 '죽음'으로 '탄생'을 이야기하다

영화 '스타 이즈 본'

사실 이 영화를 뻔한 음악영화로 볼 수도 있다. 좋은 음악과 그 음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가수.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배우의 감독 데뷔작. 어지간히 망치지만 않으면 흥행할 수 있는 조합이다. 실제로 레이디 가가는 음악적으로 완벽했고 브래들리 쿠퍼는 감독으로 상당히 선방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는 겉보기와 달리 뻔하지도 않고 무난하지도 않다.


일단 이 영화의 제목 자체는 역설법이다. 얼핏 보기에는 이 영화는 엘리(레이디 가가)를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 주인공은 잭슨(브래들리 쿠퍼)이다. 제목을 들었을 때 우리는 엘리의 성공 스토리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제목 ‘스타 이즈 본’에서의 ‘스타’는 잭슨이다. 영화는 잭슨의 삶, 즉 죽음으로 이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스타 이즈 본’, ‘스타의 탄생’은 역설이다. 스타의 죽음이 어떻게 탄생이란 말인가.


그러나 내용이 여기까지면 유치한 반전영화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 내용에서 그친다면 평가를 남길 가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타의 ‘죽음’이 곧 새로운 ‘탄생’이기 때문이다. 잭슨은 자신의 생을 마감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입증한다. 물론 존재를 입증하는 방법이 허무주의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잊히지 않는 음악과 레이디 가가의 연기가 이 죽음을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이 영화는 음악 영화이기 이전에 본질적으로 사랑 영화이다. 하강하는 남자와 상승하는 여자가 만났을 때 이루어지는 사랑이다. 그렇게 때문에 더욱 비극적이고 더더욱 아름답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사랑은 중력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기꺼이 하강하는 행위. 이것이 밀란 쿤데라가 말하는 사랑이다. 이 영화가 표현하고 싶던 사랑도 중력 같은 사랑 아니었을까.


내용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음악만 들어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하지만 ‘좋은 음악’만으로 이 영화를 평가하기에는 영화가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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