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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문디 Jun 13. 2022

계획의 무계획성

Serendipity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아무리 내가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다 해도 막상 닥쳐보면 뭔가 어긋나는 것이 생기고 만다. 그것이 때로는 내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계획보다 더 나은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계획에 어긋났다고 해서 상심할 필요는 없다.


이곳에 오기 전 나는 절대 한인 셰어하우스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 호주인 부부 마스터와 함께 생활하고 있고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요리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지지해줄 사람이 있다는 안심과 위안을 얻었다. 사실 인스펙션 했을 때 이 집이 마음에 들었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마스터가 한국인이라는 것이기도 했다. 상상하는 것과 실제 겪어보는 것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다면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의 문화를 경험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비록 혼자 떠나왔지만 학교에서 한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결론은 난 학교에서 한 번도 한국인 학생을 만난 적이 없고 세 명의 일본인 친구들이 전부이다. 웃기게도 영어권 혹은 유럽권 친구들과 대화할 때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영어가 빠르게 튀어나오지 않는데 이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문법이 맞든 틀리든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전달한다. 아마 이 친구들도 나도 영어가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 이해할 수 있기에 더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 웃기게도 영어 공부하러 와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뚜렷해졌다.


요리라고는 김치볶음밥 정도 해봤던 나였기에 내가 과연 다양한 음식들을 해 먹을까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에서 못 찾은 재능과 취미를 여기서 찾은 것인지 나는 꽤 많은 음식들을 해 먹었고 맛도 괜찮았다. 한국에서는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일을 혼자 한다. 


어느 것 하나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곳에서의 나날들은 뜻밖의 행운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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