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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줌 Mar 27. 2022

희망회로를 돌리다


욕심부리지 말자. 10프로만. 한달에 10프로만 벌자고 생각한 때이다. 주식계좌에는 200만원이라는 잔고 밖에 없었다. 200만원으로 한달에 20만원 정도만 벌어도 만족했다.

더 벌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것조차도 못 벌기도 했으니 20만원은 내 기준에 감지덕지였다.

그러다 어느날, 이런 글을 보게 되었다.

1000만원에 10프로 수익은 1100만원. 1100만원에서 10프로 손실은 990만원.(한달 기준)

도리어 내 원금보다 더 작아지는 금액이 된다. 그럴 것 같으면 그냥 투자를 안 하는 것이 낫다는 그 계산법이 나를 자극했다. 시드머니가 더 많아질수록 위험해지는 그런 마법같은 일.

다시 반대로 생각하면 위험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황금주머니에서 돈이 솟구치는 마법을 경험할 것이다.



나는 간단하게 엑셀로 계산해 봤다.

천만 원이라는 시드머니가 있다면 10프로 수익일 때 5년 후 얼마의 금액이 될까?


천만 원. 천만 원이라는 시드머니가 있다면 10프로 수익일 때 5년 후 얼마의 금액이 될까?

나는 드래그앤 드롭 마우스를 잠깐 움직이는 것만으로 엄청난 숫자의 단위를 만났다. ‘이게 도대체 얼마야?’ 내가 실생활에서 볼 수 없는 자릿수.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실제로 나는 남편을 포함해 주변에 이와 같은 질문을 신기한 듯 물어봤다. 이에 대한 대답을 한 번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편에게 정답을 알려주었을 때, 그리고 나도 그냥 ‘한달에 10프로만 벌어볼까’ 한다고 했을 때 남편은 별로 와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왜 이렇게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냐고 물어봤을 때 그, 금액이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긴 역시, 나도 그 금액이 와 닿지는 않는다.

또한 그 금액을 벌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 모른다. 그렇게 나는 남편에게 1000만원을 받았다.

그렇게 주식 진심으로 시작합니다. 하고 적은 글이 ‘11년차 단타 주린 이입니다’ 이다.

그 후에 남편은 보이스 피싱으로 사기를 당했다.

나는 ‘5년 동안 10프로 벌기’를 진행중이였기 때문에 실제로 타격이 별로 와 닿지 않았다. 30억을 만져보지도 못했지만 벌써 내 마음의 돈의 단위가 커져버려 1억쯤이야. 하는 거만함과 30억 못 번다고 해도 ‘설마, 1억은 못 벌겠어?’ 라는 마음과 그리고 내가 여태껏 해온 인증의 결과들이 정말로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만 갖은 기분을 갖게 했다.



솔직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라 부모님한테 ‘왜 내 마음이 괜찮은 건지’ 설명하지 못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린다면 분명 ‘아서라’ 라든지 ‘ 집안 말아먹으려고 하느냐’ 노발대발 하실듯하다.

다행히 친정엄마는 내가 주식을 한다는 것에 그래∼요즘 사람들은 그 뭐시기 하루에 200프로 300프로도 올라서 하루아침에 몇 억씩도 번다고 하더라~하며 긍정적으로 말해주시지만 시어머니 같은 경우엔 시골에서 열심히 땀 흘린 결과로만 돈을 버셨어서 며느리 하는 소리를 실없다고 생각하실 듯하다.

뭐 여러 이유에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내가 괜찮은 이유’조금씩 아주 조심씩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너무 아무렇게나 가만히 있기에는 주변에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나의 8년 된 지인은 코로나 확진된 내 몸 상태를 확인하더니 속상할 것 같아 묻기가 그렇지만 사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물어왔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묻지 않아도 된다. 사건은 아무런 진행이 없다고 말하면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속 시원하게 말했다.

주식은 하고 있는 것을 익히 알기에 ‘10프로를 5년 동안 모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블로그를 통해 계속 인증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에게 무한 긍정 잘한다고 응원해주는 지인이 고마워서 나는 일어날지도 안 일어날지도 모르는 ‘내가 1억 벌면 백화점가서 옷쏜다’를 외치고 있다. 그렇게 잠깐이나마 희망회로를 돌리는 것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 즐거운 상상으로 바뀌기도 한다.

희망회로는 언제나 즐겁다.



사실 나에게 '10프로' 라는 수익률은 중요하지 않다. 1프로든 2프로든 감지덕지일 뿐.

다만, 잡고 있는 지푸라기 조차 없어지면 내 마음크게 요동칠것 같다.



<글읽고 궁금해 하실까봐 참고용 이미지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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