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피수아의 아침은 새들의 혀끝에서 피어오른다

떠남도, 머묾도 결국은 같은 호흡의 양 날개일 테니.

by 박중일

#

산피수아의 아침은 새들의 혀끝에서 피어오른다. 수백 개의 부리가 아직 이슬 머금은 나뭇가지마다 제각각의 노래를 토해내고, 마을 어귀의 닭들이 일제히 하늘을 찢듯 울어댈 때, 나는 오히려 그 소란 속으로 더 깊이 가라앉는다. 마치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에서 오히려 고요를 듣는 것처럼. 이 소음은 나를 덮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워내는 일종의 기도처럼 느껴진다.



숙소 한가운데, 한국의 마루처럼 텅 비어 하늘을 마주한 공간이 있다. 두 개의 널찍한 테이블이 고요히 등을 맞대고 앉아 있고, 나는 그 사이에 앉아 글을 쓰거나 쓰지 못하거나 한다. 창밖으로는 바나나 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오토바이의 윙윙거림, 이국의 말들이 섞인 시장의 흐릿한 소란—그 모든 것이 유리창을 통과하며 부드러운 잿빛으로 변해 내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일들이, 치앙마이에서 피워낼 수 있을지도 모를 작은 사업의 실루엣들이, 람빵의 고요한 사원과 치앙라이의 안개 낀 산자락이, 그리고 어제 마을 할머니가 건네준 망고의 단맛까지—모든 것이 이 테이블 위에 뒤섞여 떠돈다. 정리되지 않은 채, 그러나 정리될 필요도 없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태국의 시간. 은퇴 후의 제2막을 이곳에서 꿈꾸며 마음속에 쌓아 올렸던 희망과 걱정들이, 이제는 제멋대로 춤추며 가슴 한켠을 어지럽힌다. 이 고요한 숙소 안에서조차 내 안은 소란스럽다. 마치 잔잔한 호수 표면 아래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동시에 헤엄치는 것처럼. 그러나 그 소란조차도 이 산피수아의 아침이 삼켜버린다. 새들의 지저귐이, 닭들의 울음소리가,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모두가 내 안의 폭풍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내일부터는 차를 몰아 람빵의 붉은 벽돌 사원을, 람푼의 오래된 왕궁 터를, 치앙라이의 푸른 산자락을 스칠 것이다. 익숙한 이별의 길을 다시 걷는 마음으로. 준비할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 다만 길섶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보고, 시장 할머니의 주름진 미소를 받고, 오후의 더위 속에서 한 모금의 코코넛 물을 마시는 일—그 소소한 순간들이 이 땅의 진짜 선물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코앞이다. 가슴 한편에 조급함이 물결치고, 압박감이 서서히 목까지 차오른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치앙마이의 숨결 속에 있다. 창가에 앉아 바람이 실어다 주는 꽃내음을 맡고, 테이블 위에 떨어진 햇살의 무늬를 바라본다. 며칠 더 이 고요함을 마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


제주도의 할망들이 말하듯—

"살면 살아진다" 하니.

이제는 묵묵히,

이 순간의 빛과 그늘을

그대로 받아 안으리라.

떠남도, 머묾도

결국은 같은 호흡의 양 날개일 테니.



작가의 이전글고요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