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진짜 벼룩시장 - 농호 시장

디지털 창구가 아니라, 흙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립다

by 박중일

치앙마이 중고벼룩시장

ตลาดมือสองหนองฮ่อ เชียงใหม่

https://maps.app.goo.gl/ZNvKWNneyRPxzvkj6


농호 시장의 아침은 이슬 먹은 흙내음으로 시작된다. 토요일과 일요일만 숨 쉬는 이곳, 제33육군 지원 센터의 한켠에 자리한 중고시장은 2016년 프린스 학교 뒤에서 이주해 온 뒤, 백 개의 천막이었던 것이 어느새 사백 개의 숨결로 자라 있었다. 아침 일곱 시, 해가 숲속으로 스며들 무렵이면 여덟 개 구역(A부터 F까지)에 이르는 넓은 부지 위로 천천히 삶의 파편들이 펼쳐진다. 두 미터 간격을 두고 앉은 상인들 사이로 커피 향이, 볶음밥 냄새가, 오래된 책의 먼지가 섞여 공기를 적신다.


택시가 정문 앞에 멈추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우와, 크다'—그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넓은 부지 위에 천막과 나무 그늘이 빽빽이 어우러져, 마치 수백 개의 기억들이 한자리에 모여 쉬고 있는 듯했다. 제주도에도 이런 시장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당근마켓 같은 디지털 창구가 아니라, 흙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사람 사는 냄새, 주름진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살아 숨 쉬는 그런 장소를. 예전 세화의 벨롱장이 떠올랐다. 그 아름다운 시장도 민원에 무너졌지. 세상은 때로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키지 못한다.



왼쪽 길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비닐 위에 마구 던져진 물건들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장 난 선풍기, 허우대뿐인 라디오, 누가 봐도 쓰레기라 여길 법한 것들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옆엔 반짝이는 새것 같은 커피포트가, 오래된 불상이, 서핑보드를 뒤집어 만든 테이블 위에서 턴테이블을 돌리는 청년의 음악이 있었다. 각자의 취향이 강요되지 않은 채,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이 공간—여기선 버려진 것과 소중한 것이 경계 없이 어우러져 있었다. 고장 난 시계의 바늘도, 찢어진 책의 페이지도, 모두가 제자리에서 빛났다.


서양인은 드물었다. 주로 태국인들의 시장이었고, 간간이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의 발걸음이 스쳤다. 아내와 함께 걷다 보니 어느새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구석구석을 더듬다 보니, 어느 가게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아내의 발에 꼭 맞는 가죽 부츠, 미츠비씨 모터스의 점프수트 작업복, 그리고 옆 가게에서 반짝이는 빈티지 쟁반—뜻하지 않은 소비는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했다. 다만 비틀즈 LP가 이천 바트라 하여 고개를 저은 건 살짝 아쉬웠지만, 그마저도 이 시장의 일부였다.

오전 열 시쯤이 가장 좋다는 말이 맞았다. 해는 뜨거웠으나, 푸른 잎사귀 사이로 스민 그늘이 사람들의 어깨를 감쌌다. 흙바닥에서 일어나는 먼지조차도 어느새 정겹게 느껴졌다. 오후 열두 시가 되자 상인들이 천천히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장 한켠의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의 미소는 공기처럼 가볍게 떠다녔다.


이 시장은 단순한 중고물품의 집합이 아니었다. 삶의 흔적들이 모여 쉬는 쉼터였다. 고장 난 물건들조차도 누군가의 시간을 머금고 있었고, 그 시간들이 모여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냈다. 매년 두 달쯤 태국에 머물 생각이라면, 다음엔 짐을 가볍게 싸서 이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사 모아보리라. 흙내음과 사람 냄새가 섞인 이 공간에서, 삶을 다시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떠나는 발걸음 뒤로, 시장은 이미 다음 주를 기다리듯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사라진 것들과 새로 피어날 것들이 교차하는 이곳—농호 시장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삶의 이어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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