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아 Nov 13. 2022

인스타그램 속에

일시적 인간관계, 사피엔스를 통해 바라본 인스타그램.

우선 앞서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에서는 뒷담화가 우리 인간의 진화 요소 중 하나이고, 뒷담화는 생물학적인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생물학적인 본능으로의 관계 맺기라는 관점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짠메랑이란?

대학생들 사이에서 짠메랑을 찍고, 사람들을 태그 해서 올리는 문화가 있다.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짠메랑은 인스타그램의 기능을 이용해서 촬영된다. 짠메랑의 기원은 소수의 인싸들만이 향유하던 문화였던, 부메랑에서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에 들어서 짠메랑은 인싸들만의 문화가 아니다.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instagram, 잘난 사람 많고 많은, 어딜 놀러 갔는지 자랑하는 그 가상의 공간 위에서.

짠메랑은 어째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고, 흔하디 흔한 인싸 문화가 세 달을 넘기지 못하고, 없어지는 것처럼 사라지지 않고, 아직까지 존속하는가? 아니 존속을 넘어서 20대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가?

짠메랑과 같이 자리 잡는 키워드는 태그이다. 태그는 스토리를 올릴 때, 같이 있는 사람의 인스타 계정의 아이디를 써서 올리는 것이다.


두 가지를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싶다. 관계와 네트워크의 측면에서 짠메랑과 태그 문화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는 인스타그램이 어떻게 페이스북을 넘어서 성공했고, 메이저 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관계의 측면에서의 짠메랑

인간은 오래전부터 사회를 구성하면서 살아왔다. 사회는 개인과 관계라는 원소로 이루어진 집합이다.

개인들 간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개인이라는 원소는 변화하는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관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분석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

수만 년 동안 인간을 성장하게 해 준 것이 사회이고, 사회 안에 속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개인은 약하지만, 사회는 강하다. 이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회는 권력이다. 사회에 속한 사람은 권력을 얻게 되고, 사회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권력으로부터 배제된다. 이런 면에서 인스타의 스토리 태그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로 바라볼 수 있다. 개개인이 다른 사람을 스토리에 태그하고 업로드함을 통해서 자신의 관계를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친구는 누구고, 누구와 친하고, 누구와 아는 사이고… 따라서 나는 친구가 이렇게 많아. 혹은 나는 진짜 친한 친구가 이렇게 많이 있어. 이런 식이다. 친구가 현대사회의 하나의 전리품이자, 과시품으로 어느 정도 전시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떤 또래집단에 속한다 혹은 친구를 맺는다는 것은 권력으로 이어진다. 이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에 구성된 관계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한다. 누가 누구랑 친구이고, 누구는 누구랑 연애를 하는 등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공통 지인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을 매개로 하여금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그 사람을 통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태그는 나한테도 좋을 뿐 아니라, 남한테도 좋다. 남들이 내가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끔하여,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 가능하게 해 준다. 또한 이 집단에 속하려면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눈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사회에 적합한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도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스토리와 일시적 인간관계

마지막으로 같이 태그하고 스토리를 공유한다는 것은, 내부 집단의 소속력도 강하게 만들어준다. 서로 같은 스토리를 올리고 태그로 묶는다는 것은 일종의 공동작업이다. 인스타를 서로 팔로우하고, 태그 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은 서로 친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관계이기도 하다. 단순한 팔로우 관계에서 서로의 스토리를 공유한다는 측면으로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세 가지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하나의 예시가 있다. 연애를 스토리에 올리면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이다. A랑 B가 연애하는 중인 것을 스토리에 올린다는 것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A와 B의 연애를 과시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A, B주위의 이성이 조심하게 하는 작용도 한다. 추가로 둘이 같은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깊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연애이다. 이것은 과거 커플링이 해주던 역할과도 비슷하다. 커플링이 내가 연애 중임을 알리는 작용을 하는 동시에 주위 사람의 접근을 막고, 둘 사이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어주는 것이니까.


페이스북은 이런 태그를 초창기에는 잘 활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던 과거의 온라인 서비스였다. 하지만 과거인 이유는, 스토리의 일회성과 사진의 간편함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sns 서비스상에서 사람들은 관계가 궁금하지 글이 궁금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사진을 앞세운 인스타그램을 글이 우선시 되는 페이스북은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스토리는 24시간이 지나면 삭제된다. 페이스북 위에 올린 게시물은 지속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에 비해서 지속적인 관계의 측면이 강한 것이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에게 졌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관계는 일회성으로 충분해진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관계도 딱 그 정도가 적당해진 것은 아닐까.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면 그만인.

작가의 이전글 나는 누구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