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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 Nov 13. 2022

나만의 시간 만들기

시계라는 것은 단순한 시간을 알려주는 기구 이상의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물리학적인 지식, 시간을 우리가 어떻게 협의해서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내 손목 위의 시계가 단순한 시계가 아닌, 사간 생성자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가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시간을 사는 일.

얼마 전 시계를 하나 마련하였다. 세이코의 프레사주 모델이다.

이 시계에 대한 설명으로 글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오토매틱 시계라고 하는데, 건전지가 들어가서 작동하는 방식의 쿼츠 시계가 아닌, 사람의 손목의 움직임으로 태엽을 감아서 작동하는 시계이다. 이러한 시계는 1780년 브레게가 사람의 움직임을 통해서 동력을 얻는다는 발상에 기반해서 만들었다. 그래서 뒤쪽을 보면 시계가 위아래로 혹은 앞뒤로 움직이는 것에 따라서 로터라는 추와 같은 장치가 움직인다. 이 로터의 움직임에 따라서 용수철로 구성되어 있는 태엽이 감기고, 태엽이 천천히 풀리는 것과, 진자의 주기성을 이용해서 시간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기계식 장치를 이용하는 특성 때문에, 오토메틱 시계는 쿼츠 시계에 비해서 사람의 움직임이나, 시계의 위치에 따라서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시간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와 대조되는 시계의 형태는 쿼츠 시계이다. 쿼츠 시계는 수정진동자를 이용한다. 수정진동자는 전기를 가하면 1초에 32768회 진동하게 되는데 이를 전자회로를 통해서 측정하고 1초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오토매틱 시계만이 갖는 장점은 사실 시계라는 측면에서는 없다. 200만 원대의 오토매틱 시계의 하루 시간 오차가 10~30초 사이인 반면, 고작 2만 원대의 쿼츠 시계는 1달에 10초의 오차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의 오차범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가격대가 높아지면 더 심해진다. 쿼츠 시계의 경우에는 배터리를 2년 정도마다 한 번씩 갈아주면 되고, 이때 드는 비용은 약 5000원에서 5만 원 안쪽이다. 가장 비싼 쿼츠 시계라고 해도 배터리 교체 비용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하지만 오토매틱 시계는 배터리를 갈아줄 필요는 없는 대신, 내부의 기계장치의 마모를 예방하는 측면에서 오버홀이라는 것을 해줘야 한다. 시계를 분해 후 먼지를 제거하고, 지나친 마모가 진행된 부품은 교체해주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10~200만 원의 돈이 드는 것은 일반적이다.

오토매틱 시계가 쿼츠 시계에 비해서 장점이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음에도 일반적으로 오토매틱 시계를 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예술품이나, 사치재의 측면을 띈다는 것이다. 사치재의 측면은 우리가 가방을 구입할 때 굳이 명품가방을 구입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명품가방을 구입하는 것처럼 시계도, 명품을 구입한다는 측면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표적인 예시는 롤렉스라는 시계가 있다. 롤렉스 시계는 원래는 다이버용으로 실전에서 자주 사용했던 시계지만, 많은 보석과 귀금속을 사용하게 되면서 지금은 사치재의 측면을 띄고 있다. 동시에 투자재라는 측면을 띄기도 한다.

혹은 예술품이라는 측면에서는 시계가 갖고 있는 헤리티지(역사성)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달에 최초로 착륙한 시계(오메가 스피드 마스터)나, 최초의 다이버용 시계,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한 공군 조종사의 시계, 24시간을 달리는 레이싱에 참여한 사람들의 손목에서 자리를 빛냈던 시계들이 이에 해당한다. 대부분 인간의 한계, 그리고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순간을 기록하고, 그 순간 시간을 알려줬던 시계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간을 측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담고 있고, 인류의 도전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구입할 가치가 있는 시계이다.

다른 측면은 기술의 한계라는 측면이 있다. 기계공학의 집적체를 뽑는다면 나는 자동차와, 시계를 뽑을 것이다. 이중 시계는 작은 손목 위에 시간을 측정하고, 중력의 오차를 무시하고, 다양한 기능을 넣기 위해서 정말 작은 톱니바퀴 수백 개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것을 두께가 2mm도 되지 않는 작은 사이즈 안에 넣어서 고장 나지 않게 잘 작동하는 것이 하나의 기술의 한계와, 기계공학의 총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시계를 산 이유는 다른 이유다.

예술성의 측면에서는 또한 시계 안에서 로터가 돌아가는 모습, 이스케이프가 작동하는 모습을 본다거나, 다양한 톱니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것이다. 또 1초에 6~8회 나는 틱틱틱틱 소리 또한 안정을 주는 소리이다. 이런 것에서 맘에 들었기 때문에 시계를 구입하였다.


나의 활동의 기록장, 나의 시간 생성자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간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 달의 간격으로 시간을 리셋한다. 즉 이 말은 한 달이 지나기 전까지는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이게 뭔 말인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지금부터 시간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가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은 세슘원자에서 전자가 주기 운동을 하는 것을 통해서 시간을 측정한다. 세슘원자는 특정한 주기를 갖고 전자가 높은 궤도로 이동했다가 낮은 궤도로 내려오는 운동을 반복한다. 이 운동을 측정하면 1초라는 것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을 측정하는 공간의 상태에 따라서 1초의 길이는 상대적으로 바뀌게 된다. 중력의 세기에 따라서도 1초의 길이가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이 표현은 오해를 부를 수 있겠지만 쉬운 설명을 위한 것임을 미리 안내합니다.) 그래서 결국 다양한 지역에 세슘원자를 기반해서 시간을 측정하게 되면, 적도와 북극지방의 시간은 달라지고, 여름철과 겨울철의 시간이 아주 작은 오차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오차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각의 지역에서 시간을 측정하고, 한 달에 한번 측정 데이터들에 가중치를 부여해서 계산함을 통해서 시간을 다시 만들게 되는 것이다. 즉 시간은 우리의 약속인 동시에, 과학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간을 만들어내는 권력이 과학자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구가 만들어내는 시간인 셈이다. 지구의 지표 위에 있는 물건들이 중력을 변화시키고 시간을 결정하니까.

나는 나의 시간이라는 것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2분 정도는 사회가 합의한 사회의 시간에서 벗어나서, 나만의 페이스대로, 나만의 시간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오토매틱 시계는 내 생활의 패턴을 담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내가 걷는 것, 내가 자는 것을 모두 참고한다. 심지어 내가 어떻게 시계를 놓는 습관이 있는지도 보정하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다. 혹은 내가 오랫동안 집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시계를 찰 일이 없었다면, 가끔 오토매틱 시계는 멈추기도 한다. 나의 시간이 사회에서 격리된, 시간인 만큼 나의 시간도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오토매틱 시계는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의 습관, 나의 생활을 온전히 담은 시간을 알게 해 준다. 즉 오토매틱 시계를 사는 것은 나만의 고유한 시간을 구입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 바쁜 사회에서 적어도 1~2분 정도는 나만의 고유한 시간을 갖고, 그 시간 안에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내 손목 위의 시계는 나의 행동을 하나하나 기록해가며, 나의 시간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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