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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berry Dec 22. 2021

엄마의 닭튀김

[집밥 실험] 닭튀김


엄마의 닭 튀김



재료

닭고기 넓적다리 살boneless skinless thigh**

소금

튀김가루 (없으면 부침가루, 밀가루 등 가능)

식용유

* 모든 재료의 양은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적당량, 취향 껏이다.

** 나는 주로 홀푸드Whole Foods Market에서 진공 포장된 유기농, 무항생제 닭고기를 산다. 뼈와 껍질이 손질되어 있다.


만들기

1. 닭고기를 먹기에 적당한 크기로 썬다. (나는 보통 손가락 두세 마디 크기로 썬다)

2. 물을 끓여 생고기를 한 번 데쳐낸다. (백종원 선생님의 잡내를 없애는 팁이다.)

3. 기름을 데운다.

4. 튀김가루, 소금, 물을 섞어 튀김옷을 만든다. 숟가락으로 튀김옷을 떴을 때 질감 있게 주르륵 흐르는 정도면 된다. (튀김가루에 일정량 간이 되어 있어 소금은 넣지 않아도 된다.)

5. 튀김옷을 한두 방울 기름에 넣었을 때 튀김옷이 기름 표면으로 올라온다면 튀김 준비 완료. (기름 온도 섭씨 160~180도)

6. 데친 닭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투하한다.

7. 닭고기가 기름 위쪽으로 떠오르면 꺼낸다. 이때 결과물의 색깔은 희여멀건하다.

8. 꺼낸 닭튀김을 잠시 식혔다가 다시 한 번 기름에 넣고 노릇노릇하게 튀겨낸다.

 

치킨이라기보다, 닭튀김




한국에서 엄마가 다녀가셨다. 표면적으로는 손주들 보려고, 실질적으로는 살림도 육아도 독박으로 말라가는 딸 살리려고, 한국에서 직항도 닿지 않는 먼 걸음을 달려오셨다.


나는 집밥에 대한 집착이 있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집에서 별 걸 다 만들었던 엄마의 영향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맛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닭튀김이다. 양념도, 소스도 없는 소박한 닭튀김. 엄마는 튀긴 음식을 싫어하시는데, 집에서 닭을 튀긴 적이 두어 번 있었다. 그 찰나의 기억으로 평생을 엄마가 집에서 해준 치킨이 제일 맛있었다는 노래를 부른다.


20년 넘는 집 치킨 타령에 꿈쩍도 하지 않던 엄마가 입 짧은 손주들을 위해 미국에서 기름판을 벌렸다. 갑자기 하게 되어 튀김용 기름도 없이 아보카도 오일을 썼지만, 추억 속 그 맛이 소환되었다. 아이들은 외할머니의 정성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기름판을 청소하는 나도 보람이 있었다. 여전히 나는 엄마의 닭튀김이 가장 맛있다.


인생 치킨은 엄마가 해주신 닭튀김이지만, 나에게도 외식 치킨의 추억이 있다. 아빠는 내가 어릴 때 퇴근길에 간식을 자주 사오셨다. 가나안 제과 빵과 페리카나 치킨이 주 종목이었다. 페리카나 양념 치킨의 매우면서도 단 맛이 흐릿하게 기억난다.


30년 전에는 맞벌이 가정이 흔하지 않았다. 엄마의 직장 생활로 인한 나의 정서적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 아빠가 생각해낸 방법이 간식을 사오는 것이었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퇴근 후의 시간과 마음을 전적으로 나와 동생에게 할당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게 됐다. 당시 부모님은 지금의 나보다 어렸다.



치킨 글이라 즐겁게 시작했는데, 부모님 생각이 나서 눈물 콧물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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