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튀지도 말고 보통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야
어제 다큐를 찍는 감독에게 자유로운 말을 할 수 있었다. 그중 기억이 나는 이야기가 있어서 기록해 놓는다.
"왜 모를 하나하나씩 심나요?"
"저것은 한 개, 한 개가 다 다른 유전자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것을 다 구별하는 연구를 하거든요."
"좋은 것을 골라내는 것인가요?(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 질문은 아니지만, 이런 것이었을 것이라고)"
"예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지요. 지나가던 양반이 밭을 가는 소치는 농부에게, 그 소가 일을 잘하냐고 하니, 농부가 길로 나와 양반에게 귓속말로 말했다지요. 소가 들으면 기분이 상한다고."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저 중에 좋은 것, 나쁜 것이 없습니다. 다 제 역할과 쓰임이 있을 것입니다. 한때 쓸모없다 버려진 것도 세상이 변하면 기회를 얻겠지요. 우리 같은 연구자들이 그것을 보존하고 활용하려고 계속 심고 때와 역할에 맞게 골라내지요. 좋고 나쁨이 없을 것입니다."
내친김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내심 매력이 있고 겉보기 좋으면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쌀밥을 보면, 딱히 향도 없고 색도 없습니다. 그렇게 담백하고 은은한 쌀밥이 제일 많이 먹는 것이죠. 매력은 잠시 강하게 어떤 사람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가장 큰 인기는 다른 것이죠."
"사람들은 밥의 향과 기능성에 주목하여, 향미나 색마다 하면서 개발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나, 실은 쌀밥의 맛과 기능은 이미 갖춘 상태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기상이 안 좋고 기후가 변하든지 그렇게 되면 쌀의 생산량과 품질이 나빠져요. 오히려 그것이 본래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
"향과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수는 적어요. 그런데, 기상과 관련된 것, 맛과 수량에 관련된 유전자의 수는 엄청나게 많아서, 품종 개량의 방법도 차원이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그 '평범함'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셈이죠. 짧게 인기 끄는 것보다 오래 사랑받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죠."
시나리오가 없던 인터뷰라 그냥 했다. 그냥 하다가 보니, 말도 좀 어렵고... 그러나, 편집자들이 내가 말하려 했던 이야기를 잘 담아주면 좋겠다. 세상의 원리를 식물에서, 아니 엄밀히 따지고 이야기하자면, 식물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관계에서 오랫동안 쌓여 있던 지혜에서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농학자임을 사람들이 알게 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