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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황작물 Apr 12. 2024

'압승' 민주당, '참패' 국민의힘, 이제 해야하는 일

161에 90? 청천벽력인 줄 알았다

고혈압이 우려되는 남편은 매일 오전 혈압을 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측정이 끝난 뒤 물어보기도 한다. 예전엔 최고혈압과 최저혈압을 물었지만 이제 우리만의 은어가 생기기도 했다.


"숫자들은 어때? 괜찮아?"


정상혈압이라는 120/80에 가까울수록 안심이고 그 숫자에서 멀어질수록 걱정스럽다. 어제 오전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청천벽력 같은 그의 대답.


"161에 90."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가 보니 남편은 태연하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161에 90은 혈압이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인 숫자였다. 아침부터 크게 놀랐다가 깊이 안도했다. 다행히 혈압도 지극히 정상.


Unsplash의Mockup Graphics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지만...


22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니 이렇다. 비례대표까지 단순 합산하자면 민주당과 민주연합은 도합 174석,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109석, 조국혁신당은 12석, 개혁신당은 3석, 새로운미래는 1석, 진보당은 1석을 차지했다. 즉 범야권 의석 수만 191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아무리 기발한 해석을 내놓는다 해도 '정권심판론'이 우세했다는 해석을 뒤집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한 가지 단어를 또 배우게 되었다. '데드덕'. 레임덕이 절뚝거리긴 하나 살아 있는 오리라면 데드덕은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정치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음을 뜻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반 모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결과와 무관하게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정치에 완전히 무관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편도 아니다. 어떤 뉴스들은 존재 자체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 정치보다 더 관심이 쓰이는 건 장바구니 물가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이 늘어나니 입고 먹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연일 실감했다. 취미라곤 도서관에서 책 빌려 보는 것뿐인 내가 이러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 것인지 답답해서 하소연이 절로 나왔다. 그러니 선거 전 떠오른 대파 875원 논쟁 앞에서는 기가 찰 수밖에.


국민의 삶의 질 올리기 위해 힘쓰길 바란다


물가가 정치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치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라고 한다면 더욱 위험한 상황일 것이다. 이번 결과로 미간에 주름이 조금이라도 펴질 수 있는 장바구니 물가를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아울러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인해 길이 막혔던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더욱 크게 가져 본다. 선거를 통해 진정 국민의 뜻이 드러난 것이니까.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내 일상은 그대로 돌아갈 거라 말했지만 어쩌면 조금은 달라질지 모르겠다.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잘못된 뿌리를 속속들이 들춰낸다는 것은 국가에 대한 믿음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나는 나의 조국을 믿고 의지하고 싶다.


뿐인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새콤달콤한 사과를, 대파를 잔뜩 넣은 떡볶이를 먹게 된다면 매일의 소확행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부디 정치권이 승리와 실패를 모두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의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 힘쓰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총선 결과가 어떻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순진한 기대 따위는 애초에 하지도 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럴 수도. 그러나 소중한 시간을 내어 투표를 한 이상,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일 수 있을까. 나는 당분간은 기대를 갖고 싶다. 


함부로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임기 내내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정치적 분위기가 두텁게 형성되기를,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간절히 바라본다.


*오마이뉴스 기고글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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