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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oult Dec 05. 2015

영국 밴드 같은 미국 밴드, 더 킬러스

왜 밴드의 보컬은 예쁘거나 멋진 걸까?


지난번 소개해드린 조이 디비전에 이어 포스트 펑크 밴드이지만 대중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좀 더 많이 알려진 킬러스(The Killers)를 소개합니다.

킬러스는 1981년생 브랜든 플라워스(Brandon Richard Flowers, 보컬), 76년생 데이브 큐닝(David-Dave- Brent Keuning, 기타), 77년생 마크 스토머(Mark August Stoermer, 베이스), 76년생 로니 배누치 주니어(Ronald-Ronnie- Vannucci, Jr., 드럼)의 구성원으로 2001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결성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팀원들과 비교해 플라워스의 외모가 너무 튀는 것 - 덜 개성적이게 곱상한? 무려 이름도 플라워스! - 아닌가 싶습니다!


이전에 보컬 플라워스는 신스팝 트리오 블러쉬 리스펀스(Blush Response)에 몸담고 있었는데 멤버들과의 의견 대립으로 탈퇴(쫓겨남?) 이후 오아시스 광팬인 기타 큐닝이 지역 신문에 낸 멤버 모집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하여 라인업 구성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됩니다.


정규 앨범 발매 전 2003년 데뷔 싱글이기도 한 'Mr. Brightside'를 플라워스와 큐닝이 함께 만들고, 의료기기 관련 직원이었던 베이스 스토머 그리고 퍼커션을 전공한 드럼 배누치가 합류하면서 마침내 킬러스를 결성합니다. 밴드 명은 뉴 오더(New Order)의 2001년 싱글 곡 'Crystal' 뮤비에 등장하는 가상 밴드 이름에서 따온 것이랍니다.


뉴 오더의 전신 조이 디비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컨트롤' 사운드 트랙에 조이 디비전의 곡 Shadowplay를 킬러스가 커버하기도 하였지요. 이 곡은 킬러스의 2007년 컴필 앨범 Sawdust에도 수록하였습니다.


장르는 소제목에서 말씀드렸지만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Post-punk revival)인데 개러지 록 리바이벌(Garage rock revival), 뉴웨이브(New wave),  신스팝(Synthpop)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킬러스는 미국 밴드이지만 영국에서 먼저 데뷔하였습니다. 미국 밴드로 록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데뷔하다니... 수많은 영국 밴드와 불리한 조건 속에서 이들은 과연 살아남았을까요? 모든 유명 밴드가 그러했듯 처음부터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 건 어려운 일이었겠지요. 하지만 이들은 영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킬러스의 공연을 보고 이들을 주목했던 영국의 인디 레이블 리자드 킹(Lizard King Records)에서 플라워스와 큐닝이 공동 작곡하고 자신들이 프로듀싱 한 'Mr. Brightside'를 2003년 가을 싱글로 한정 발매하였고, 

이는 곧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어 유니버설 산하 아일랜드(Island Records)에서 1집 앨범을 발매합니다.




정규 1집 앨범 Hot Fuss (2004)입니다.


데뷔 싱글 2번 트랙 'Mr. Brightside'가 평단의 좋은 의견과 함께 성공을 거둔 뒤, 두 번째 싱글 4번 트랙 'Somebody Told Me'가 연이어 관심을 끌며 

미국에서도 화제가 됩니다. 영국 언론이 이들에게 호의적이었던 건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뉴 오더(New Order), 디페쉬 모드(Depeche Mode)를 사랑하고 브릿팝(록)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죠. 이러한 배경은 킬러스가 다시 영광을 재현해 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거예요. 그 밑바탕엔 충분히 재능을 갖춘 밴드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말도 되겠고요.


1집 앨범은 여러 가지가 잘 어우러진 앨범입니다. 어느 곡은 조이 디비전의 이안 커티스의 느낌이 또 듀란 듀란(Duran Duran)이 연상되는가 하면 어느 땐 스트로크스(The Strokes), 인터폴(Interpol)이  그리고 7번 트랙 'On Top'은 도입부부터 뿅뿅~~ 몸을 들썩이게 하는 멋진 곡에 가스펠 코러스가 인상적인 5번 트랙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등 빌보드 앨범 차트 탑 50에 장기간(무려 53주) 머문 이유가 있겠지요.

앨범 제목도 뜨겁고(Hot), 야단법석(Fuss). 딱 라스베이거스를 가리키는 말 같네요.




두 번째 앨범 Sam's Town (2006)입니다.


2집 앨범은 U2,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닉 케이브(Nick Cave), PJ 하비(PJ Harvey), A-Ha 등의 음반 프로듀서로 유명한 플러드(Flood, 본명 Mark Ellis)가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은 조이 디비전의 이안 커티스 전기 영화를 만든 안톤 코르빈(Anton Corbijn)이 담당했고요. 샘스 타운은 킬러스가 묵었던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작은 호텔 이름이라고 합니다. 첫 트랙 제목이 샘스 타운이고, 이어서 'enterlude' 그리고 마지막 트랙이 'exitlude', 그러니까 들어가는 곡과 나가는 곡으로 트랙을 구성하였는데 몸은 영국에 있지만 마음은 고향에 있다고!! 라며 고향에서 공연하는 듯이 만들어진 콘셉트 앨범이겠네요. 샘스 타운 가사를 보면 마지막에 이렇게 끝납니다. I see London, I see Sam's Town~ ♪


어떤 앨범을 들을 때 곡 순서를 연관성 없이 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느낌이 그런 건지 대부분 트랙의 순서를 정해놓은 이유가 있더라고요. 랜덤 플레이할 때와 첫 트랙부터 순서대로 들을 때의 느낌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이 앨범은 전작과 너무 많은 변화가 있어 놀랐습니다. 록 사운드가 강화되었다고나 할까요? 앨범의 평을 보면 호불호가 갈리지만 공통적인 의견은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과 U2가 만난 음악'이라고 하는데요, 리드 싱글 3번 트랙 'When you were young'이 잘 증명해 줍니다. 성공한 싱글 중 하나이고요. 두 번째 싱글 8번 트랙 'Bones'의 뮤비는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의 첫 뮤비 연출작이라고 합니다. 모르고 봤을 때 어? 저거슨... 했는데 역시 나였습니다. 세 번째 싱글 6번 트랙 'Read my mind'에서는 U2가 연상되고요. 

4번 트랙 'Bling(Confession of a king)'은 플라워스의 고운 보컬이 눈에 띕니다.


전작이 500만 장 이상 팔렸고 2집 역시 500만 장 이상 판매라는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특히 2집은 향수병을 자극하는 곡들이죠. 그래서 이 앨범은 노스탤지어 록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장르도? ;;; 그냥 갖다 붙인... 것이 아닌지... (소심)




세 번째 앨범 Day & Age (2008)입니다.


별다른 이견 없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바로 그 앨범입니다. 저도 킬러스를 알게 된 계기가 이 앨범이었고 - 물론, 당시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를 더 많이 듣기는 했습니다. 사, 사실은... 콜드 플레이의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이 올해 최고의 앨범이라며 극찬하는 바람에... 1, 2집도 모두 사서 들어보았죠.


앨범의 장르를 보면 댄스 록이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록과 팝을 넘나드는, 그렇다고 스트레이트 록을 버리지 않았고요. 댄스 록의 뿌리를 살펴보면 포스트 펑크, 포스트 디스코에서 파생된 것이며, 굳이 록과 차이점을 찾는다면 주로 사용되는 악기가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에 신시사이저의 비중을 늘렸다고 보시면 되겠지요.


첫 싱글 2번 트랙 'Human', 사랑을 많이 받은 곡으로 밝고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 음이 아주 매력적이죠. 두 번째 싱글 3번 트랙 'Spaceman'은 킬러스 표 노래로 가사도 우주인에게 잡혀간다는 재미난 내용입니다. 하아... 그런데 뮤비 속 플라워스의 꼴이... ㅠ 역시 킬러스 표 리드미컬한 세 번째 싱글 곡 9번 트랙 'The World We Live In'도 좋고요, 인상적인 뮤비와 플라워스의 보컬이 돋보이는 6번 트랙 'A Dustland Fairytale'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참! 4곡의 싱글 커버로 각 멤버의 얼굴을 넣었죠.

순서대로, Dave Keuning - Brandon Flowers - Ronnie Vannucci Jr. - Mark Stoermer




4집 앨범 Battle Born (2012)입니다.


전작을 살펴보면 2년에 한 번씩 음반 발매를 하였지만 이번 앨범은 4년이라는 공백기 후에 발매하였는데 그동안 각자 솔로 활동을 했습니다.


U2의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 다니엘 라노이스(Daniel Lanois) 그리고 믹싱에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의 프로듀서였으며 일렉트로닉의 거장으로 알려진 앨런 몰더(Alan Moulder)가 참여하였습니다.


많은 기대감 속에 발매한 앨범은 의외로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 전작들에 비해서는요. - 조이 디비전과 뉴 오더의 색채를 띠고 있던 이들이 참여 프로듀서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U2의 노선으로 바뀌어 이질감이 들었던 탓이겠지요.


리드 싱글인 2번 트랙 'Runaways'는 롤링스톤지 독자가 뽑은 2012년 상반기 최고의 곡으로 선정되었고 질주하는 듯한 드럼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두 번째 싱글 7번 트랙 'Miss Atomic Bomb', 전작에 함께한 스튜어트 프라이스(Stuart Price)가 프로듀싱해 3집 'Day & Age'의 느낌이 납니다. 팀 버튼 감독이 뮤비를 제작하였고 피아노 사운드가 아름다운 세 번째 싱글 4번 트랙 'Here With Me',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하는 3번 트랙 'The Way It Was'.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높은 짜임새를 자랑하는 첫 트랙 'Flesh And Bone', 밝고 경쾌한 컨트리 풍 10번 트랙 'From Here On Out', 엔딩 곡으로 아주 적절한 'Battle Born' 그리고 보너스 트랙 역시 완성도에서 뒤지지 않는 곡들입니다. 



소포모어 콤플렉스(Sophomore Complex)와 포리즘(4ourism)이라는 말이 있지요. 소포모어 콤플렉스(소포모어 징크스)란 첫 작품이 크게 성공한 경우 두 번째 작품을 만들 때, 이에 따르는 중압감과 부담감이 작용하여 결과물이 좋지 않게 나오는 현상이고요. 포리즘은 소포모어 콤플렉스를 극복한 예술가가 네 번째 작품은 더욱 견고해지고,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통해 이를 기점으로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뜻이랍니다. 소포모어는 널리 쓰이지만 포리즘은 많이 쓰이는 용어는 아닌 듯한데요, 이유는 함부로 써서는 안 되기 때문 아닐까요?


초반 킬러스는 보컬 플라워스와 기타 큐닝이 여러 장소에서 공연을 펼치고, 데모를 제작해 무상 배포하여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은 인정받았으나 리듬 부분에서 불안정했는데 이후 베이스 스토머와 드럼 배누치의 합류로 사운드는 안정되었고, 지금의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2년이었으니 4집은 딱 10주년이 되는 해에 발매한 것입니다. 4집 앨범 제목이 'Battle Born'이잖아요. Battle Born은 남북전쟁 중 '전쟁 중에 탄생한'이라는 의미로 네바다주의 별칭이자 깃발에 적힌 주호이고, 이들이 설립한 스튜디오 이름도 'Battle Born Studios'입니다. 물론 녹음 작업도 이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중성과 상관없이 4집 앨범이 완성도 면에서 매우 견고하다고 생각하며, Battle Born이라는 타이틀에 중요한 의미를 둡니다. 자신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인 고향에 근간을 두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확실하게 정한 것 같습니다. 현재도 좋은 밴드, 세계적인 밴드이지만 이걸 뛰어넘어 훗날 위대한 밴드로 성장하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정규 5집 앨범도 곧 나올 것 같은데요,  2집 Sam's Town때 함께한 플러드와 앨런 몰더가 프로듀싱에 참여한다는 소문입니다. 킬러스의 다음 앨범이 나오면 들어보고 내용 추가해서 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에 소제목에도 썼지만 왜! 도대체 왜! 밴드의 보컬은 예쁘거나 잘생기거나... 노래를 얼굴로 부르나?? 는 당연히 아니겠고요. 보통 보컬이 밴드의 프런트맨이니 보컬이 곧 밴드 이미지가 되는 것이고, 조금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보컬의 존재감이 그 밴드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일이지요. 밴드의 보컬리스트라고 해서 모두 리더가 돼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일단 음악적 역량과 팀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겠고요. 형식적인 프런트맨을 내세우는 밴드가 없지는 않겠지만,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밴드의 리더를 보면 노래 실력과 비주얼 그리고 충분한 능력도 갖추었다고 생각됩니다. 음... 저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취미로 밴드 활동 중인데요, 뭐 틀린 말 같지는 않습니다. 전 보컬이니까요!? ㅎㅎㅎㅎㅎㅎㅎ ㅎ  ㅎ   ㅎ    ㅎ;;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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