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걸핏하면 화를 내고 그런 내가 싫어서 자주 운다. 어째서 나는 내 인생의 커다란 괴로움이 다 지나갔다고 믿은 걸까. 그래도 변함없이 위로가 되는 것들이 있어서 마음을 고르고 쉴 수 있어 다행이다. 깨끗한 뭉게구름, 한풀 꺾인 오후 네 시의 햇빛, 오랜만에 몰입한 자유의 감옥,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가을을 찬양하는 아리아들. 이런 것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괴로움이 물러나고 고요해진다.
안다고 생각하면 저만치 물러서 얼굴을 가리는 게 인생이라서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고개를 숙여야 하니 묻다가 어차피 답이 없다면 똑바로 마주하고 싶다가도 온몸에 힘이 쭉 빠질 땐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서 그래도 나는 지지 않아, 어떻게든 나를 이끌어 햇볕에 던져두고 말라라 말라라, 젖지 마라 젖지 마라 결계를 친다. 오지 마, 넘보지 마, 나는 지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