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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別

누가 수박을 들고 가는데

by 박선희

수박이 나오면 수박이 나와서 여름이 오면 여름이 와서 배가 고프면 배가 고파서 취하면 취해서 깨면 깨서 어제는 어제라서 오늘은 오늘이라서 맨발을 보면 맨발이라서 빨간불이 빨간불이라서 화장실에 수건이 걸려 있어서 바람에 책장이 날려서 술잔에 술이 줄지 않아서 말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웃어도 마주 웃지 않아서 여름엔 덥더니 겨울엔 추워서 새가 노래해서 새가 울어서 아이가 자라서 바지가 짧아져서 개미는 기어가는데 너는 가루뿐이라서 5월의 단 숨을 나는 누리고 너는 그 숨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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