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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Apr 19. 2022

좋은 인간관계는 어떻게 만들까?

질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실천하는 나만의 방법들

내가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했다고 느끼는 작년에서부터 쭉 올해까지,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굉장히 많은 사랑과 행복을 얻고 있다. 다양한 친구관계, 가족 간에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 유지, 직장동료와의 친밀감 등등 내 일상에서 마주하는 인간관계의 크고 작음을 떠나 전반적인 인간관계의 질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느낀다. 왜 일까? 스스로 한번 생각을 해봤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이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어떻게 좋은 사람이 되는지 우리는 한 번도 터놓고 얘기하거나 깊게 들어가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내 생각은 이렇다. 



첫 번째, 내면의 힘 키우기 

"Choose people not based on their availability, based on their energy, how they make you feel, grow, inspire, help you become a better person"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단순히 그 사람이 얼마나 또는 자주 나를 만나주는지에 근거해서 선택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내게 주는 에너지, 어떻게 나를 성장시키고 영감을 주며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도와주는지 등에 근거해서 선택하기. 


학창 시절의 우리는 '근접함 (proximity)'에 근거해 친구를 사귄다. 우연히 같은 반이 돼서, 옆 집이라서, 거리가 가까워서 등등. 하지만 대학을 가며 우리는 처음으로 가고 싶은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고 아르바이트 같은 사회생활을 통해 사람을 만나기도 하며 취미, 종교, 신념 등을 기반으로 동아리에서 만난 이들과 인간관계를 맺기도 한다. 나는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고 친구로부터 인기 없는 것이 죽기보다도 싫은 청소년기의 친구보다는 이렇게 자아가 형성 됐을 때, 내 가치관에 근거해서 만난 친구에 좀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다. (그렇다고 청소년기에 친구가 아예 의미가 없다거나 그 친구들이 내게 소중하지 않다는 흑백논리는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음 한다.)


대학을 가거나 사회생활을 하면 '진짜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말에 나는 반대하는 편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나는 이사를 많이 다니고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학창 시절 외의 다른 경로로 만난 친구가 훨씬 많다. 그러나 그 친구관계의 질이 학창 시절 친구보다 더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더불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에 진짜로 중, 고등학교 친구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여는 사람을 본 적이 드물다. 이미 저 말 자체가 사람을 그룹화해서 구분지은 다음 자기만의 판단과 결론을 내린 말이지 않나 싶다.


나는 친구를 사귈 때 그 사람이 내 주변에 있기 때문에, 당장 내가 만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내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어서 친구가 된다면 그것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도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연애도 똑같다. 그 사람과 단순히 이번 주말에 만날 수 있어서, 내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어서 만나기 시작한다면 장기적으로 그 연애를 유지할 가능성이 낮다. 그 관계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외로움 없애기일 뿐이지 그 목적을 달성했다면 사실 그 자체로 그 관계는 할 일을 다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나의 외로움을 얼마나 채워줄 것인가에 근거해 사람을 판단하게 되면 그 사람이 본질적으로 내게 맞는 사람인가 아닌가에 대한 질문은 자연스레 잊히고 가려진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내면이 힘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외롭더라도 나를 행복하지 않게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날 바에는 혼자 있겠다는 강한 힘이 필요하다. 이건 외향성과 내향성과는 전혀 상관없다.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어떤 친구를 만날 때 항상 감정 쓰레기통을 되는 느낌이 들고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이 든다면 그 사람과 더 이상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혼자 있을 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평소에 이것을 굉장히 잘 탐구해두면 혼자 있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즐길 것이 굉장히 많다. 나는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거나 날씨가 안 좋거나 등의 이유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 때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들 중의 한 두 가지를 실천하고, 이는 항상 나의 행복도를 유지시켜 주었다. 


아침에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 크루아상 사서 따뜻하게 데워먹기

평소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카페나 공원에 가서 산책하고 일광욕하기 

오랫동안 시차 때문에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나 가족들과 통화하기

당일치기로 급 기차표 끊어 근교 여행하기 

에어비앤비 experience 나 호스트가 있는 에어비앤비로 가서 호스트와 놀며 하루 지내기  

보고 싶었던 콘서트, 공연, 뮤지컬 등 보러 가기 

수영장 가서 수영하고 스파 즐기기, 요가하기 

깨끗이 샤워하고 보드라운 이불에 맨몸으로 들어가 있기

읽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미뤄두었던 책 읽기 

미뤄두었던 집안일 한꺼번에 하기 - 쇼핑, 장보기, 부엌, 화장실 청소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글로 말로, 상세하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은 천지차이이다. 나는 자기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이 좋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니즈를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분의 오르락 내리락이 심하지 않다.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어떻게 대처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실천할 수 있다. 타인이 없어도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부재로 갑자기 불안을 느낄 일이 적고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집착도 적다. 이들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단단함이 있다. 



두 번째, 표면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기


내가 친구관계를 맺기로 한 '이 사람'이 좋다고 판단을 했다면, 내가 그 사람이 좋은 이유는 직업, 외모와 같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요소에 의해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전 직장에서의 해고의 경험은 내가 가진 외부적인 요소들은 한순간에 변하고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그 사람의 성격, 사고방식, 신념, 가치관 등등이다. 이런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표면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해 사람을 사귀면 관계가 복잡해진다. 


나도 영국에 와서 단순히 나와 같은 학교 출신이라서, 내 친구의 친구라서 누군가를 선뜻 만난 적이 있다. 그렇게 시작한 인연이 오래도록 좋게 이어진다면 너무나 기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나를 불행하게 하고 있는 사람을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나와 같은 한국인이라서?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나와 같은 학교 출신이라서? 나의 친구의 친구라서? 그건 단순히 표면적인 이유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은 맺고 끊어짐을 잘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끊어짐은 사람을 한 두 번 만나고 판단하고 손절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겉으로 보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본질과 내면을 보려는 노력을 하고, 그 사람과 내가 결국 맞지 않다고 판단했을 때 잘 거리를 조절하는 능력이 내가 말하는 끊어짐이다. 


내가 현재 질 좋은 인간관계를 누리고 있는 것은 내가 좋은 사람만 만나는 행운아라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인간관계에서 계속된 성찰과 반성을 하고, 내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을 잘 거리를 두는 힘을 키웠기 때문에- 결국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만 남게 된 것이다. 



마지막, 사람을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사람을 쉽게 판단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알아가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람을 알아간다는 데는 절대적으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누군가가 보통 아무 이유도 없이 좋다면, 혹은 싫다면, 그건 내가 나의 뛰어난 식스센스로 그 사람의 모든 진면목을 꿰뚫어 봐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에 근거해 내가 만들어 낸 이미지를 보고 섣불리 생각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저는 사람을 잘 꿰뚫어 봐요, 저는 보통 제 감을 믿어요." 이런 말들, 나는 잘 믿지 않는다. 물론 너무나 이상한 사람은 우리가 처음에 바로 솎아낼 수 있지만 그런 소수의 이상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입체적이다. 누군가에게는 형편없는 남편이 자식을 위해서는 뭐든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아빠일 수도 있고, 외모도 화려하고 인기도 많은 사람이 알고 보면 신용카드 빚에 쌓여 쩔쩔매는 이일 수도 있고, 겉으로는 수줍어 보이고 말수도 적지만 알고 보면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은 사람일 수도 있다. 우리가 단순한 몇 번의 만남을 가지고 그 사람을 정의 내리는 것이 얼마나 자만스럽고 그것이 얼마나 우리 스스로를 잘못된 선택으로 빠지게 할 수 있는지, 그걸 나는 내 인생에서 뼈저리게 겪어보았다. 


그 사람을 한 두 번 밖에 안 만났지만 갑자기 그 사람이 너무 좋고 빠질 것 같다면? 내가 좋아하는 상대방은 진짜 그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내가 마음대로 그 사람을 상상하고 끼워 맞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금사빠들이 빠르면 한 달 길면 6개월 이내에 그 사람에게 '실망'하고 새로운 사람을 찾아 떠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실망이라니? 애초에 우리가 상상한 상대방은 진짜 상대방이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이미지에 혼자 좋아하고 실망하고 북 치고 장구치고 한 것이지 상대방은 자신을 좋아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 내 결핍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고 의지하고 싶다는 욕구를 만들어내고, 그 욕구가 강한 사람은 몇 개의 기준만 맞추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를 빠르게 '좋아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기 위해 스스로 성장도 하고 싶지만 그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도 내 주변에 많이 두고 싶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쌓은 인간관계들이 나를 굉장히 많이 성장시키고 나에게 끊임없는 희망, 앞으로의 꿈,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열정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나의 인정 욕구를 채워주고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강화시켜주는 - 사랑을 주고 있다. 이것을 앞으로도 잘 가꿔나가고 지켜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도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내가 한 말과 신념을 지키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이 돼야 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내 주변의 내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글을 빌어 내가 그들이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함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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