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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May 16. 2022

내가 어떤 사람을 끌어들이는가?

좋은 배우자를 위해 얼마나 또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해 

싱글인 나는 요즘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Are you seeing anyone? (요즘 만나는 사람 있어?)"라는 질문을 안부인사처럼 듣고는 한다. 데이팅 앱을 하지 않는 나는 데이팅 앱 사용자들에 비해 데이트 횟수나 관심을 표해오는 남자의 수가 현저히 적다. 빠르고 바쁜 대도시 런던에서 젊은 직장인들에게 한 두 번의 스와이프로 이번 주말 데이트할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데이팅 앱은 단연 쉽고 편리한 툴임에는 틀림없다. 당신이 지금 정신적으로 누굴 만날 준비가 돼있고 가볍게 이성을 만나고 싶다면 데이팅 앱. 하면 된다. 당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가 지금 데이팅 앱을 안 하거나 계속해서 남자를 만나고 있지 않으면 젊음을 '낭비'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면, 그렇기에 정말 좋은 배우자감을 놓칠 수 도 있기에, 데이트를 끊임없이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는가? 그래. 노력을 해야겠지. 그런데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지금 아무 소개팅, 미팅, 데이팅 앱도 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자기 삶만 열심히 살고 있는 싱글이라면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러다 혹시나 좋은 사람을 놓치는 건 아닐지? 젊을 때 남자 한 명이라도 더 만나봐야 하는 건 아닌지? 지속적으로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고, 데이트를 나가고, 실망도 했다가 새로운 매치에 기분이 좋아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게 힘들긴 하지만, 그것도 결국엔 어쩔 수 없는 과정인 건지? 나에게 맞는 그 사람 'The one'을 만나기 위해 이 과정은 어쩔 수 없는 건지? The one을 만나면 그것이 엄청난 보상이 되어 그 전까지의 힘듦과 슬픔은 잊어버릴 것이기 때문에 괜찮은 건지?


고백하건대 나는 20대 초, 중반을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미팅을 했고 소개팅은 거의 두 자릿수는 넘게 (친구들아 미안해...) 해본 사람이었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중에 아무것도 연인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간혹 연인관계로 발전이 돼도 짧게 끝나거나 관계의 질이 좋지 않았다. 스웨덴에 살았을 때도 열심히 틴더를 돌리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수많은 매치와 메시지, 데이트 중에서 진지하고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비율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만나는 사람들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 내가 뭐 돈 많은 백만장자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신과 사지가 멀쩡하길 바라는 것뿐인데 이건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왜 이런 남자들 밖에 없는 거지? 수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나는 답을 찾았다. 남자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였음을. 



1. 내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가? 

내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단순히 누구나 좋아하는 잘생기고 키 크고 이런 사람들 말고. 그런 사람들은 누구나 좋아하니까. 남들과 구별되는 특별히 나에게만 유독 짜증 나는 부분들, 이것만은 지켜줬으면 하는 부분들이 뭔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과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인지? 이걸 정립해놓지 않으면 내 시간, 에너지 그리고 돈을 낭비하게 된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계속해서 데이트를 나가야 한다고?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가 정말 몇 마디 글로 상세하게 풀이되고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 있게 설명할 상태가 된다면 어떤 경로로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그것이 자연스러운 방식이든, 데이팅 앱이든)이 스스로 보이고 우선 경로를 선택했다면 그 경로 안에서 사람을 아무나 만나지 않게 된다. 


포인트는 이것이다. '아무나 만나지 않는 것.' 과거의 틴더를 열심히 돌리던 내가 만나던 데이팅 상대 그 누구와도 진지한 관계로 이뤄지지 않았던 건, 30%는 진지한 관계를 기피하는 북유럽 남자의 기질 탓도 있겠으나 나머지 70%는 나의 문제였다. 왜냐면 스웨덴에서도 사귈 애들은 또 잘 만나서 사귀었으니까. 당시에 나는 이 남자가 어느 정도 바닥 기준만 채우면 Yes를 했다. 당시에 나는 너무 외로웠고 공허했다. 그래서 그 공허함을 데이트로 채웠다. 데이트를 나가야 하니까 우선 남자의 기준을 재고 따지고 할 게 없었다. 재고 따지면 일주일에 두세 번씩이나 남자를 만날 풀이 별로 없다. 여기서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나는 내 시간과 에너지를 소중하게 여길 줄 몰랐다. 


자기 스스로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이가 타인에게 그걸 받기는 어렵다. 나는 이 뼈저린 교훈을 스웨덴에서 돌아오고 한참 지나서 깨달았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쓸 줄 모르고, 생판 모르는 타인이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을 기대하는 이는 절박함의 냄새를 풍긴다. 아무도 절박한 사람과 연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절박하다는 것은 내가 나 스스로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몰라서 스스로를 슈퍼마켓 30분 전 마감세일하듯이 팔아넘기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보석도 갑자기 파격 세일하면서 원가도 안 되는 떨이 가격으로 나온다면 그 보석이 정말 얼마나 값지든 간에 사람들은 그게 보석인지를 의심한다.  


아무리 입으로 내가 얼마나 독립적이고 대단한지 떠들어봤자 소용없다. 중요한 건 내 행동이고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이고 느껴지는 것으로 그 사람을 알아간다. 나는 당시에 밀당 같은 재간이나 할 줄 알고 입만 살았지 진짜 내가 스스로를 아끼는 행동을 실천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걸 느꼈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 그 소중한 것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성장시키고 가슴 뛰게 하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은 공허함이 아닌 충만함으로 빛난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텅 비어서 끊임없이 타인들로부터 관심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부담스러워한다. 계속해서 밑 빠진 독처럼 정서적, 물질적으로 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만나고 싶은 남자 기준에 맞지 않는 이와 데이트할 시간이 1도 없다. 게다가 내 친구들에게서 이미 충만한 정서적 만족감과 감동을 받는데, 그 기준과 동일하거나 이상이 되어야만 이 사람을 만나고 싶지, 그 기준에 현저히 못 미치는 사람을 굳이 내가 만날 이유가 없다.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데이트를 안 했거나 연애를 안 해본 사람이라면 가볍게라도 누군가를 만나보는 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나, 남자를 한 달에 한 트럭을 만나도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바로 나였다. 지금 생각해봐도 될 놈은 되고 안될 놈은 뭘 해도 안된다고. 내 주변에 예쁘고 행복하게 잘 사는 커플을 보면 꼭 불같이 데이팅 앱을 하고 매주 소개팅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사귄 커플들이 많다. 노력을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통찰과 반성 없이 계속 노력하는 것은 똑같은 결과를 낳는다. 나는 지난 나의 실수와 경험들을 통해 오랜 시간 끊임없이 고민했고 나는 이제 내가 원하는 사람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남자들을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 게 좋을지 스스로 어렴풋이 느끼는 감이 있다. 내가 예언자가 아니라 언제 그게 정확히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느낌을 따라가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있다. 못 만나게 된다면? 그래도 어때. 혼자서 잘 행복하게 살면 되지. 결혼이나 연애는 행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즉 목적이 아닌 도구 중에 하나일 뿐 당신이 이미 행복하다면 굳이 결혼, 연애를 해야 할까? 



2. 내가 어떤 사람을 끌어들이는가? 

20대 초반에 나와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있었다. 내가 해외생활을 오래 하면서 수년간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에 우연한 기회로 연락이 다시 닿았는데, 이 언니가 설명하는 일상이 너무 낯설었다. 갑자기 30대 초반이 됐는데 남자 친구도 없으니 마음이 급해져서 소개팅을 주말마다 나가고, 피부과와 비싼 옷에 몇 백만 원씩 쏟아붓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도 외모에 신경을 써야 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외모에 투자를 하는 것이야 자신이 원하면 그렇게 하면 되지만 그것이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의아했다. 그러면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내 피부가 다른 여자들보다 유독 더 빛나고 좋아 보여서 나를 만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나는 별로 만나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정말 다양한 장점 중에 외모 때문에, 외모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서, 여자를 볼 때 다른 무엇보다 외모라는 가치가 가장 1순위라서 나를 만나게 되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 사람과 별로 평생을 함께하고 싶지 않다. 외모는 어차피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것이고 영원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지는 게임인데 애초에 시작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주변에 닮고 싶은 커플들을 생각해 봤을 때 그 남자가 여자의 외모보다는 대화, 성격 등 다른 요소를 고려하는 사람이었고 서로 외모가 특출 나지 않아도 행복한 사랑을 하는 커플들도 많았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를 생생히 그려 봤을 때, 내가 원하는 사람은 인생의 다양한 가치 중에 하나일 뿐인 외모에 그런 큰돈을 쓰고 필요 이상의 가치 부여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을 것 같았다. 민낯이어도 당당한 사람, 외모보다는 질 좋은 시간, 지적인 대화 이런 것들을 좀 더 신경 쓰는 사람일 것 같았다. 


올해 들어 내가 새롭게 만나 친구가 된 사람들 중에는 내가 그 사람의 사전 정보를 알고 만난 게 아닌데도 알고 보니 좋은 직장을 가졌거나 질 좋은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어제는 내가 다니는 요가 선생님이 주최하는 주말 요가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 모두가 알고 보니 나와 굉장히 비슷한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운동을 자주 한다거나 자신이 살고 싶은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거나 나와 생각하는 방식, 삶의 루틴이 굉장히 비슷했고 나와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내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한 방법들을 엄청나게 오랜 시간 고민했고 그걸 위해 많은 시간 노력하고 실천한 결과 내가 꿈꾸던, 닮고 싶어 하던 사람들과 내 생활 반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결과를 갖게 되었다. 노력했냐고? 물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내가 어떤 앱이나 도구를 이용해서 그 사람의 직업이 변호사, 은행가, 맥킨지나 BCG 컨설턴트 인지 일일이 확인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했더니 내 주변에는 내가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을 끌어들이는가?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는 가? 나는 일할 때 항상 기분 나쁜 티를 내며 인상을 쓰고 있는가? 내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어떤 곳이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하는가? 대화 주제는 어떤가? 남을 비판하거나 부정적인 주제에 너무 많이 시간을 쓰진 않는가? 누군가 나를 비판하거나 내 의견에 반대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에너지와 인상을 주는가? 내가 화를 표현하는 방식은 건강한가? 


위의 것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쉽게 지나치는 것들이다. 나는 지난 1년 반 넘게 일기장을 쓰고 있는데, 내가 되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 내가 노력하면 좋을 점, 부족한 점들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했더니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지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굳이 내가 일일이 누군가를 쫓아 나서야 한다는 노력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내 삶에서의 변화를 시간이 지나며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니 내가 굳이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데이팅 앱도 결국 툴이다.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도구일 뿐이다. 데이팅 앱을 하면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흑백논리적인 사고는 나도 이제 버리기로 했다. 내 지난 실수를 데이팅 앱에서 찾던 시기가 있었으나 결국 문제는 나였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데이팅 앱으로 100명을 만나도 발전이 없다. 그러니 혹시나 과거의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잠시 데이팅 앱을 내려두고 스스로 자신을 충만히 채워보는 경험을 먼저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내가 진정으로 채워진 사람이라면, 그 방법이 어떻든 간에 결국 내가 가게 되는 길로 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이 어떻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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