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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Apr 26. 2024

그만둘 수 없는 육상 지도

육상 대회를 다녀오며 든 생각들

아침 7시 30분에 학교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짐을 챙겼다. 평소보다 이른 출근. 9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육상대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어쩌다보니 코로나 기간 3년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의 육상 지도를 맡아 하게 되었다. 대학 동기들도, 고등학교 동창들도 내가 육상부 지도를 할 줄은 몰랐다고 다들 이야기하는데 나도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육상 지도를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운동에 큰 취미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다가 운동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돌아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스포츠강사 선생님들이 지도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면서 지도법을 배우기도 했고, 운 좋게도 지도 학생 중에 우수 선수로 선발된 학생이 있어서 교육청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강화 훈련에 참가하여 훈련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도법을 또 배울 수 있었다. 그런 운들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오래 육상을 지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체육 업무를 오래 하면서 여러 가지 종목 지도에 도전했었다. 배드민턴, 풋살, 플라잉디스크, 탁구 등. 그렇지만 지도법을 어설프게나마 배운 건 육상 하나 뿐이었고, 성과를 제대로 낼 수 있었던 것도 육상 뿐이었던지라 지금까지도 육상 대회만 주구장창 나가고 있다. 하나라도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내 차 한 대로 인솔할 수 있는 정도의 학생 수인 4명 이내로만 데리고 다녔는데 올해는 옆의 선생님께서 출장 함께 가주시겠다고 하셔서 7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입상은 아무도 못했지만, 그래도 예선을 통과하여 결승에 진출한 아이도 있었고, 결승에서도 4위와 5위에 든 아이들도 세 명이나 되었다.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아이들도 친구가 결승에 진출했다는 것에 자기 일마냥 함께 기뻐해주었고 결승에 달릴 때는 열심히 응원해주었다.

돌아오는 길은 늘 차 안에서 재잘대는 아이들의 다짐으로 가득 찬다. 더 빨라지고 싶다, 다음 대회에는 더 잘 달리고 싶다 등, 자신보다 빠른 다른 학교 아이들을 보면서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다는 열정이 아이들의 마음에 가득해진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 때문에 나도 육상 지도를 그만둘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한 때는 체육 업무 자체가 힘들어서 떠나고 싶어했고 실제로 코로나 기간 동안엔 운 좋게도 체육 업무를 안 할 수 있었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돌아와버리게 되고 다시 아이들과 호흡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내 모습이 예전만큼 싫진 않다. 열심히 땀 흘리며 더 빨라지기를 원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진다. 참, 그만두기 쉽지 않네. 육상 지도라는 것.


열심히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단순하지만 강렬한 열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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