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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Jul 19. 2024

둘째의 어린이집 적응기1-상담

말이 느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도 괜찮은 걸까?

둘째가 5세가 된 후 유치원에 바로 보낼지 아니면 그전에 어린이집에 먼저 보낼지 고민하던 도중 대기를 걸어놓은 국공립 어린이집 한 군데에서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아내는 연락을 받은 다음 날 바로 둘째를 데리고 어린이집에 가서 상담을 받고 왔다.

상담을 받고 온 후 아내로부터 바로 연락이 왔다. 그다음 주부터 바로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고.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아내의 어투에서 불편함이 묻어 나왔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마음에 걸리는 여러 가지 말 중에서도 둘째의 언어 발달과 관련해서 나온 원장의 말이 가장 신경이 쓰인다고 아내는 말했다. 둘째가 말이 좀 느려서 언어치료를 받고 있단 이야기를 어린이집 원장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돌아오는 말이

"왜 일찍 어린이집을 안 보내셨어요?"

였다고 했다. 꼭 말이 느린 것이 어린이집을 늦게 보낸 부모의 탓인 것처럼 들리게 말이다. 그리고 원장이 또 이어서 말하기를

"언어가 느리면 애들이랑 어울리기 힘들 수 있어요. 세 살 애들 중에서도 말 잘하는 애들은 말 느린 애랑 잘 안 어울리려고 하는데 네 살은 더더욱 말이 잘 안 통하는 애들이랑은 소통을 안 하려고 해요."

라고 말을 하더란다. 거기에

"언어가 느리면 또래 애들이 소통 안 하려고 하고, 그러다가 문제가 일어나고 자꾸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도 힘들고 결국 저도 힘들어져요."

이런 뉘앙스로 아내에게 말을 했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듣고 온 아내의 기분이 좋을 수가 있을까. 둘째의 언어 발달 지연이 어린이집을 늦게 보낸 자기 탓 인 것처럼 자꾸 느껴지고,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과 문제가 생겨 적응을 못하게 되면 또 언어가 느린 둘째와 둘째를 키운 부모의 탓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걱정이 아내를 사로잡았다.

다행히 상담 이후 둘째의 언어치료를 맡고 계신 선생님에게 어린이집에서 들었던 이야길 아내가 들려드렸는데 그분께서는

"언어가 느린 것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면 그건 교사가 중재하고 잘 풀어줄 일인 것이지 갈등이 생긴 걸 언어가 느린 아이 탓으로 돌릴 건 아니에요."

라고 말씀해 주셔서 아내의 마음이 조금 풀리긴 했다. 

여하튼, 여러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째는 예정대로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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