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그러 움 서점 리뷰
책은 찍지 말아 주세요
북그러움 주인님이 건넨 첫마디는 '책은 촬영하지 말아 주세요'였다. '인테리어 같은 내부는 촬영해주셔도 되는데요... 책은 찍지 말아 주세요.' 책 내용을 찍지 말라는 건 이해가 되는데 , 평대에 올라온 모습도 찍지 말라고요? 한동안 의아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아마도 서점 주인이 우려하는 두 가지 일 것이다. 바로 책의 저작권과 북그러움만의 북 큐레이션 경쟁력. 아무리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한 세상이라도 책 본문을 SNS를 통해 퍼다 나를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이다. 북큐레이션 또한 마찬가지이다. 독립서점이 가지는 고유한 색깔은 비교우위를 만드는 경쟁력으로서 북 큐레이션도 그중 하나이다. 서점에서 판매되는 책들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사람들이 다시 그 서점을 찾게 될 이유가 될 테니까.
북그러움 중앙에는 넓은 평대가 놓여 있다. 그곳에 책은 대형서점에서 보기 힘든 독립출판물들이 주를 이룬다. 우선 한눈에 들어오는 책부터 집어 들어 대강 목차를 훑었다. 목차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챕터를 골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1시간일 뿐인 게 야속할 정도로 책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 하나하나 개성이 강하고 독특했다. 북 큐레이션을 이루는 그의 안목은 서점을 방어하는 정당한 이유가 됐다. 단순히 다시 부산을 방문한다면 북그러움의 신상(?)을 구경하기 위해서라도 이 서점에 들를 이유가 생긴 것이다.
중앙 가판을 지나서 벽면 책장으로 걸어갔다. 중앙에 놓인 책들이 마니아를 위한 책이라면 가장자리 책장에 꽂힌 책들은 대중적인 취향을 저격한 책들이었다. 여느 서점에 봤을법한 에세이와 소설 위주였다. (2019.05월 기준)
장바구니에 담아 오고 싶은 책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어떤 책은 살까 말까 고민하며 애먼 책만 들었다 놨다 하기도 했다. 결국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고, 집안 공간도 협소해서 품에 넣고 오는 건 포기했다. 서울에서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고, 여운이 긴 책들을 메모장에 써오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었다.
그래서 혼자 재미 삼아해 보았다.
북그러움 독립출판 Top 3
1. 오수영 산문집 / 오수영
동갑내기 오수영 작가. 작가명과 글의 섬세함, 세밀한 감수성에 근거해 당연히 여류작가라 생각했다. 글을 읽으며 상상한 작가는 글쓰기에 집중하느라 한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여리여리하고 하얀 피부의 소유자이어야 했다. 책에서 묻어나는 그만의 독특한 감수성은 여성 고유의 것이어야 한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오만과 편견들은 그의 인별 그램을 통해 깨져버렸다. 인별 그램에 올라온 사진 속 작가 모습은 젊고 몸짱인 건장한 남자였던 것이다! 아직도 북큐레이터로서 소양이 부족한 부분에 자괴감을 느끼게 해 준 오수영 작가. 그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겠어.
(책의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하고 싶지만, 서점 주인분의 소신을 존중하여 작가 인별 그램 주소로 책 리뷰를 대신한다. : @myfloating)
2. 이불안에서, 이 불안에서 / 김여진
책 제목을 보자마자 초등학교 때 배운 '아버지가방에 들어가신다' 띄어쓰기 예제가 떠오른다.
띄어쓰기에 따라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시기도, 가방에 들어가시기 때문이 유의해야 한다던 가르침이 떠오르는 언어유희가 담긴 책 제목이다. 서정적인 느낌의 책이다.
3. 저 청소일 하는데요?
초록색 표지가 신선하고, 제목이 눈에 띈다.
이런 글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통 한가지로 귀결된다. 애써 세상에 '나 좀 봐주세요'라고 겉모습만 화려하고 눈에 띄는 글이 아닌 자연스럽게 매력이 느껴지는 글들.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릴 시장가치 있는 글보다는 두고두고 보고 싶은 글들이 사실 큰 울림을 준다. 이로써 달과 별, 꽃과 시, 유머러스함와 같은 무용한 것들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의미를 전달하는 글들이 좋다. 그런 글을 찾고, 읽고, 그런 곳에 시선이 머물어야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것만 같다. 세상이라는 필드에서 순간적인 프리미엄에 취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묵직한 향기가 나는 사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