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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 Jul 16. 2023

06. 아니 그러니까 말인데

아니 그러니까 말인데 있잖아. 의 용처를 알아보자.


1. 퇴근하자마자 전활 걸어서 종알종알 너에게 말할 때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됨)

2. 병원 의자에 앉고 나서 3초 뒤, 선생님 아니 그러니까요. (할 말이 너무 무거워서 꺼내기가 쉽지 않음)

3. 회사에서 하소연하는 동료에게 (동조와 분석을 섞기 위한 포문)


이렇게나 쓰임이 많다. 특히 아니, 그러니까 말인데, 있잖아로 3개의 쉼 구간이 생긴다.

그 사이에 할 말을 정리하거나, 무거운 말을 입까지 내뱉도록 하기 위한 예열의 시간을 얻기도 한다.


무거운 말은 내 마음속 심연의 곳에서 나오거나,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하지 못한 얘기들인데, “있잖아요” 다음에 붙이기 참 좋다.


상담을 하러 갈 때마다 선생님은 이 Pause를 기다려 주신다. 오늘은 이 주제로 말을 해봐야지 해놓고선 그 말은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내 마음속 말은 너무 힘이 세서 내 생각을 먹고 자라난 무시무시한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이상한 망상을 가진 내게 이 시간은 여전히 곤혹스럽긴 하다.


아직도 부숴야 하는 것이 많다. 아직도 깨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 견고하게 자리 잡은 나의 어리석음과 미련을 무너뜨리기 위해 오늘도 시작해 봐야지.


그런데 말인데 있잖아.


나는 아직도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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