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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언니 Apr 06. 2024

30:1을 뚫고 뽑힌 알바

오로지 '쥑이는 타이밍'으로


아들이 이번 주말부터 시급 만 원짜리 토일 주 2회 알바를 하게 됐다. 무려 30:1의 경쟁률로 합격했다는 알바는 동네치킨집에서 치킨 튀기는 일이다. 나는 도대체 그런 일에 그렇게 높은 경쟁률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런데 더 웃긴 건 한 명 뽑는 자리에 내 아이가 뽑힌 이유다. 


내 아이는 알바를 하겠다고 이력서를 보내도 연락이 없거나 면접에 가도 고배를 마셨는데, 그저께는 밤에 마침 잠이 안 와서 폰으로 당근알바를 뒤지고 있었다가, 걸어서 다닐만한 곳에 있는 동네알바를 뒤적였는데 근처 페리카나 치킨알바가 있길래 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미 30명의 지원자가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에 늦은 저녁 장사를 마치고 폰을 보고 있던 사장님에게 알림이 하나 띡하고 떴다는 게 뽑힌 이유다. 너무 피곤해서 쌓여있는 알바신청자들의 이력을 볼 시간도 없던 사장님은 자신이 폰을 들던 그 순간에 띵동 하면서 알바신청을 한 청년을 뽑기로 한 거란다. 


타이밍 오지게 좋은 애네 '얘는 뭔가 나랑 인연이구나' 싶다면서 뽑았다는 거다.ㅋㅋㅋ  경쟁 아닌 경쟁에서 본인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오로지 '쥑이는 타이밍'으로 알바를 쟁취하게 된 아들은 면접 때 치킨집 사장이 '인상도 좋고 나이도 25세라 그리 어리지도 않고 군대도 갔다 왔다니 마음에 든다. 나랑 오래 일하자'라고 말했다며 신이 났다.


어쨌든 나가서 일해서 손수 돈을 벌어봐야 영리해지기도 할 테니 나로서는 응원할 일이다. 특이하고 즉흥적인 사장이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애기도 아니니 감당하려니 믿어보기로 했다. 집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치킨집이라 다니기도 수월하니 좋다. 손도 빠르지 않고 일머리 없는 아들이지만 인연을 좋아하는 중년사장님이 혹시 너그럽다면 잘리지 않고 잘 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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