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오늘을 위해 많은 마을사람들이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했는데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이 행사는 예전의 삶을 보여주는 모토로, 몇몇 어르신들이 양털로 실을 만들고 계셨고, 옆에서 다른 분은 뜨개질을 하셨다. 또 다른 분은 스테인리스로 말 신발을 직접 만드는 것도 보여주셨다. 심지어 옷도 18세기 같은 의상들을 입고 계셔서 흡사 박물관을 견학하는 느낌이었다.
(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그분들의 사진은 못 찍었어서 아쉽다..)
부스마다 햄버거, 스파게티, 맥주, 칵테일, 아이스크림, 샐러드 등 다양하게 판매하였고, 다들 클럽에서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수익은 클럽을 위해 쓰인다.
나리가 속한 체조클럽은 이번 행사 때 체조를 보여주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안무로 잘 진행되었다.
옆에 할머니 한분이 체조가 끝나자마자 날 보며 딸 정말 훌륭하게 잘했다며 나랑 똑같이 생겼다고 말해주신다.
;)
계속되는 비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고, 오후 6시가 되자 갑자기 날씨가 바뀌어 밤 9시쯤 다시 행사장을 찾았다.
이번에는 가라오케 부스도 있었는데 역시 10대들에게 인기가 엄청났다.
이 부스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매번 학교 근처에서 놀 던 그리쓴의 혈기 왕성한 10대 아이들이 죄 다 모여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있다가...
"남편, 이 아이들 신난 것 좀 봐. 쟤네 노래방 필요하네!!"
"그러게. 저 나이 때부터 슬슬 시골살이가 지루해지지. 나도 그랬어. 도시로 나가고 싶었고, 동네 근처에는 갈 때도 없었고.."
독일은 16살부터 법적으로 알코올섭취, 흡연, 투표가 가능하다. 맥주로 걸쭉하게 취한 "아이들"(내 눈에는)이 신나게 맥주를 쭉쭉 마시며 노래 부르며 논다.
아직도 독일의 이런 문화는 참 신기하다.
내 아이들도 16살부터 맥주 마시고 친구와 놀게 될까?
라이브 뮤직도 들을 수 있었는데 뭐 퀄리티는..
돈 내고 부른 사람들 맞나? 싶은 정도였다.
남편은 "3명이서 노래하는데 악기를 셋 다 기타만 치고, 피아노도 없고 밸런스가 안 맞는다"라고 궁시렁궁시렁.
오늘의 느낀 점
3년 살아보니 이 동네에 아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생겼다는 것.
이들이 말을 하면 독일 사투리라 여전히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것.
그리고 독일 날씨는 참으로 변덕이 심하다는 것이다.
남편은 본인이 속한 축구클럽에서 운영하는 맥주부스에서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판매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