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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실이하늘 Jun 22. 2024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위압감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출처 : Pixabay (CDD20)



최상위 책임자마저도 누군가에게 위압감을 받을 수 있으며,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리더(상사)들도 자신에게 부여되는 과제에 위압감을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다.     


위압감(威壓感)은 ‘위엄이나 위력 따위로 압박을 당하거나 정신적으로 억눌리는 느낌’을 말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과 상황 때문에 위압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수평적인 조직구조가 점점 늘어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아직 수직적인 서열화가 공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직장생활의 문화와는 별개이다. 호칭이나 일반 생활에 있어서는 수평적인 분위기이더라도 업무의 지시 및 수행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나름의 서열화된 조직구조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일부 신입사원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보던 직장생활의 모습이 현실에서도 비슷하리라 생각하고 행동했다가 의도치 않게 곤란한 일을 겪는 사례도 보았다. 물론 신입사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직장 문화는 정책적으로 바꿀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다수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공간이기에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군대나 공무원과 같은 조직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시류를 역행할 수 없는 많은 조직의 경우에는 세대별, 직급별, 성별 등으로 조금씩 양보하며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위압감의 사례는 무척 다양하다. 그중 업무에 관한 하나의 사례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석 달 전쯤 SNS마케팅팀으로 입사한 석류 씨는 마음이 여리고 착한 여성이다. 잠시 다른 업종에서 근무하다가 다소 늦은 나이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경우였는데, 어느 날 SNS마케팅팀을 맡고 있는 연 팀장이 석류 씨를 불렀다.     


“석류 씨, 요즘 생활하는 거 어때요? 많이 적응이 되었나요?”

“네, 팀장님. 열심히 하고 있는데 팀원들 덕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내가 석류 씨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전략적으로 SNS마케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 우리 팀이 새로운 SNS 채널인 ‘똑딱’을 활용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석류 씨가 적임자인 것 같아 맡겨 보려고 합니다.”

“아… 네… 그런데 아직 제가 신입사원이라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걱정 말아요. 옆에 있는 팀원들도 많이 도와줄 거니까 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석류 씨가 진행해보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힘든 거 있으면 나에게도 얘기하고요.”

“아… 네…….”      


석류 씨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한참 동안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팀장님이 지시한 업무를 못하겠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랬다가는 그 업무가 다른 팀원들에게 넘어가 자신을 원망할 것 같았다. 그렇게 퇴근 시간이 되었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곤 집으로 돌아왔다.


오피스텔에서 혼자 생활하는 석류 씨는 아주 간단한 저녁식사를 준비하면서도 아까 팀장님으로부터 부여 받은 ‘똑딱’ 운영업무가 계속 떠올랐다.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리 없었다. ‘직장생활이 다 그렇지 뭐.’라며 당당하게 받아들이다가도 이내 곧 자신이 없는 자신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아침이 밝았다.


충혈된 눈을 비비며 출근한 석류 씨는 평소 잘 챙겨주던 기 대리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며 말을 걸었다.     

“대리님, 아메리카노 드세요.”

“아, 석류 씨 무슨 커피를. 암튼 잘 마실게요.”

“그런데 대리님. 어제 팀장님으로부터 ‘똑딱’ 운영을 지시 받았어요. 아직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너무 걱정이에요.”

“아, 석류 씨가 맡게 되었나 보네요. 조금 일찍 담당 업무를 받은 느낌은 있지만 석류 씨는 잘할 테니 크게 걱정 말아요.”

“그래도 하다가 잘못되면 큰일이잖아요.”

“우리들이 옆에 있잖아요.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하다 보면 다 하게 되어 있어요. 그나저나 팀장님께서 직접 석류 씨에게 맡기신 일이니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죠?”

“그쵸. 예의는 아닌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커서…….”

“자신 있게 해봐요. 팀장님도 다 이유가 있으셨을 거예요.”

“네, 그럼 대리님도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


이러한 사례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무척 많이 겪게 되거나 목격하게 된다. 석류 씨 같은 당사자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것도 한참 상급자인 팀장이 지시한 사항이니 거부하기가 여간해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혹자는 갓 입사한 사원에게 무리한 업무를 맡겼으니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반면 석류 씨에게 좋은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팀장 본인 말고 그 마음을 누가 알겠는가.


팀장의 지시는 석류 씨가 동료의 업무 요청을 받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하다. 사람들은 팀장의 지시가 지위를 이용한 압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구분은 쉽지 않은데, 압박일 수도 있지만 관리자로서의 권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 사례만으로 엄밀하게 유추해본다면 팀장이 석류 씨 혼자서 담당하라는 것도 아니었고, 기 대리의 경우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으니 일상적인 경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느낄 수 있다. 물론 석류 씨는 여전히 부담스럽겠지만…….


상사로 인한 위압감은 해당 조직 문화나 상사 개인의 품성 등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일반화하여 언급하기가 참 조심스럽다. 적어도 석류 씨는 연 팀장의 지시를 잘 수행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석류 씨가 훗날 훌륭한 마케터로 성장한 후에 지금의 부담을 후일담으로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위 석류 씨 사례는 업무에 관한 사례이므로 대체적으로 유연하면서도 슬기롭게 해결되겠지만 못난 상사가 사적인 지시를 한다거나 다른 직원과 비교하며 의도적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는 정해진 방법에 따라 별도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여느 불편한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위압감에 대한 극복 방법도 자신감과 소통이 답이다. 부여 받은 업무의 양이 많다거나 난이도가 높다거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라면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역량 100%를 기준으로 110%까지는 도전해볼 수 있겠지만 150% 이상이면 누구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커리어가 미미한 경우에는 지원해줄 것을 전제로 150% 이상의 과제에도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직장생활에서 자기계발이나 자아실현은 단순히 배우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조사하고, 분석하고,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 또는 기회는 나에게만 주어지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석류 씨는 이번 ‘똑딱’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나면 초기의 부담감 그 이상의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최상위 책임자마저도 위압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리더(상사)들도 자신에게 부여되는 과제에 위압감을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다. 누구나 리더의 지시에 대한 위압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되, 완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즉각 보고하여 리더나 선배들의 문제해결방법을 실전에서 배우고 익혀 자신의 역량으로 내재화시킨다면 슬기로운 직장생활의 한 페이지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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