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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실이하늘 Jul 06. 2024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이기심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출처 : Pixabay (RosZie)



어느 조직(회사)에서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혼자서 가능하다면 아마 당신은 프리랜서, 개인사업자일 것이다.


이기심(利己心)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자기 자신의 이익을 꾀하고자 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는데,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만은 관대하고, 포용적이다. 본능적인 감정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거나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인 경우 나 자신과 동일시함으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집단 이기심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듯 회사나 기관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는 어렵지 않게 크고 작은 이기심을 느낄 수 있다.     


VIP지원실 전 전무는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남다른 입담으로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자신도 경영학 박사 학위까지 보유하고 있을 만큼 수재이다. 또한 사실상 창립 멤버로 시작하였기 때문에 끈끈한 애사심은 말할 것도 없이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VIP지원실을 맡게 된 전 전무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무님, 구매팀에서 우리의 구매비용에 대해 너무 빡빡하게 처리하려고 하네요. 융통성 있게 해도 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VIP들 모시느라 얼마나 고생인데, 그 친구들은 그것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전무님이 구매팀장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주 차장, 그게 사실이에요? 우리 회사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VIP고객을 관리하면서 매출을 지원하고, 이렇게 회사를 성장시켰는데……. 아무튼 내가 얘기 좀 할게요.”  

   

전 전무는 그 즉시 구매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매팀장님, 나에요.”

“네, 전무님, 안녕하십니까.”

“VIP지원실 구매비 건 처리에 대해 우리 구성원들의 불만이 좀 있는데,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 전무님, 그게……. 구매팀이 처리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고, 특히 회계팀에서의 반발이 더 거세기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 내가 회계팀과 얘기하면 되겠네요. 알겠어요. 수고하세요.”     


역시 전 전무는 바로 회계팀장의 내선번호를 눌렀다.     


“회계팀장님, 전 전무입니다.”

“네, 전무님,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VIP지원실 구매비 처리 건 때문에요. 그거 우리 주 차장과 유연하게 처리하면 안 되나요? 우리 실은 그거 아니어도 정신없이 바쁘거든요. 팀장님도 그거 잘 알잖아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나름대로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어서 자꾸 예외가 발생하면 관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무님께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웃음) 역시 회계팀장님이 깐깐하네요. 그거 이번에만 그렇게 처리하면 될 것을……. 제가 경영관리실장님과 얘기해볼게요.”

“전무님, 그게…….”     


결국 경영관리실장과 논의 후 VIP지원실이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되었다. 플라토닉 사랑일까. 전 전무는 VIP지원실에 대해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무조건적으로 관대하다. 지식인인데다 오랜 기간 사회생활 및 직장생활을 해온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빈번하게 생기는 건지 타 부서 직원들의 불만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또 하루는 이랬다.  

   

“전 전무님, 마케팅기획실장입니다.”

“아, 네, 실장님이 어쩐 일이세요?”

“이거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오히려 말씀 안 드리는 것이 더 문제일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게, VIP지원실에 배 부장이라고 있잖습니까. 그 친구가 이 부서, 저 부서 다니면서 설레발을 치고 다니나 봅니다. 그래서 많은 직원들이 불편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무님께서 주의를 좀 주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요? 배 부장이 그럴 사람은 아닌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전 전무는 배 부장을 불렀다.     


“배 부장, 왜 그랬어?”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튼 적당히 해요. 하하!”     


당연히 배 부장은 크게 달라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내 그러려니 하며 개의치 않는 분위였다. 뭐 그리 못 견딜 만큼 힘들지는 않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한 번씩 그러고 나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직장생활에서의 이기심은 그것도 집단(부서)적으로 형성되는 이기심은 대체로 부서 간의 경쟁이 심하거나 부서의 리더가 자신의 부서나 구성원들에게 너무 집착할 때 발생한다. 한편 부서의 실적이 변변치 않으면 괜한 피해의식이 발동하여 방어기제로 이기심이 발현되기도 한다. 또한 지난날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상호 간에 씻지 못할 앙금이 남아 있는 경우에도 과할 만큼의 이기적인 태도를 취할 때도 있다.


하나씩 곱씹어보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직장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의외로 속 시원하게 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것도 현실이다. 문제는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자연스럽게 선배들은 이러한 역사(?)들을 대물림하는 관행이다. 신입사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선배들의 해묵은 감정들까지도 걸러지지 않은 채 흡입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이입하게 된다. 이것이 또 하나의 이기심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이다. 해결되지 않는 갈등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갈등을 키우고, 이기심마저도 터질 듯 부풀어 오르게 한다.


대화와 소통이 해결책임은 상식이다. 그 상식이 어려울 뿐이다. 어떻게든 대화를 시작하면 이기심이 부풀어 오른 것처럼 화해의 물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물결로 채울 수 있을까? 실제로 가능한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물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지속적이지 못해 또다시 그 상태에 머무르게 되는 경우도 제법 많다. 즉 누군가에게는 수월한 일일 수도 있지만 어느 한편이라도 꾸준함을 잃어버리면 해결이 요원하다.


회사와 같은 조직이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똘똘 뭉쳐도 힘든 전장 같은 세계에서 서로 반목하며 지낸다면 그 자체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소이므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여 충분하면서도 원만한 해결방안을 정책으로 규정하여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켜간다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나아가 이러한 구성원들의 노력과 헌신이 조직 문화로 확대된다면 단순히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속적인 조직(회사)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어느 조직에서나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들다. 지금의 업적들이 우리 부서만의 노력으로 일구었다고 여긴다면 조직 전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 당연히 해당 부서의 노력이 가장 크게 차지하겠지만 십시일반 타 부서의 지원이나 응원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겸손한 마음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스스로는 모르겠지만 자신도 타 부서의 성과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과 인식이 자연스러울 때 조직의 경쟁력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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