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병기, 수술 후

by 생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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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일주일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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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엄마의 암진단을 받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이내 빨리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바로 진료받고 치료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그냥 퀘스트처럼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가면 이 병도 치료할 수 있으리라.라고 그 희망으로 버텨왔다.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는 그런 위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야.라고 마음을 다스리며 온갖 걱정을 뒤로 미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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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부작용이 있었지만.. 항암제가 잘 듣는 것에, 그래서 수술할 수 있음에 감사, 다행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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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림프절 전이가 확인이 되어 췌장암 2기 b라고 한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지만.. 이제는 마음으로 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림프절 전이는 전쟁 중 한 곳이 뚫린 거나 다름이 없다고.. 그 림프절을 잘라내긴 했지만.. 모를 일이다..


재발이 잘되는 암이라고 한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수술 후 한 달 만에 재발이 되었다는 사람도 있고, 3개월 뒤에. 그리고 언젠가부터 글을 올리지 않은 사람들까지.. 예후가 안 좋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인터넷이야 좋은 글보다는 안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올리겠거니.. 나 이만큼 좋아졌다! 보다 상태가 안 좋은데 뭘 더해야 하니 같은 글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은 생존율이 너무나 낮은 이 병의 무서움을 외면하고 싶은 나의 바람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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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한지 두 달이 지났다.


5월 중순께.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거 하나는 만들어야지 싶어서 시작했던 운동이었다. 즐거우려고, 즐거워서 뛰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뛴다. 뛰어야 살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못하고 손 놓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와중에. 아침에 운동 가는걸 눈치 주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애들이 깨서 칭얼댄다나.. 아이들은 늘 비슷했다. 자다가 깨서 우리 방으로 와서 구르다가 잠이 안 온다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칭얼대다가 다시 잠드는걸 나는 8년째 해오고 있는데.. 그는 이제 겪으면서 그 말을 한다. 내가 하는 건 당연했고. 이제 내가 운동해서 그러는 건 못 참겠다는 건가 싶어.. 이렇게나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내가 아침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마도 그는 모를 테다.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게기 중 하나는 남편도 있었기에..


그래서 흐린 눈을 하기로 했다. 그가 좀 불편해도. 아이들이 좀 칭얼대도. 달리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살아야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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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친구의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많이 속상하지..라고 물으니

너무 아파하셨어서.. 이제 쉴 수 있어서 괜찮아라고.. 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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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다 모르는 노부부를 본다.

등이 굽어있고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80-90이 되어서도 두 분이 그렇게 다니실 줄 알았는데.. 눈물이 또 고인다. 아무나 그렇게 쉽게 그럴 수 있는 게 아니었구나.,



아빠의 마음은 어떨까.

내 반쪽이 아프다는데.. 슬픔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아빠라.. 얼마나 고통 속에 있을지..

수술하던 날 아빠의 부어있는 눈을 보면서.. 어쩌면 이 상황이 제일 무서운 건 아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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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까지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내가 생각한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

그게 현실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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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와 이별을 한다.


이미 한 사람과 앞으로 할 사람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다가 주무시다가 스르륵 돌아가시는 경우에도. 나는 너무 슬플 것 같은데..

다들 이런 이별을 어떻게 감당하는 걸까.


새삼 나의 엄마와 아빠의 엄마, 아빠들을 생각해 본다.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텐데..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의 이별을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내가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나일 텐데 나이가 든다고 이 이별이 덤덤해질 수 있을까.. 차라리 내가 먼저 아픈 게, 죽는 게 나은 편이라는 철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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