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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썽 Sep 20. 2023

기쁘게 늙어가는 행복

마음으로, 글로라도 빛날 수 있게.

나이 들어가는 일을 피할 수 없다.

나는 삼십 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곱게 나이 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에 나를 꾸미는 것보다 나중에 나이 들 내가 더 궁금했다.

내 카카오스토리의 배경문구는 오래전부터 “기쁘게 늙어가는 행복“이다.

(실제로 나는 내 20대보다 30대가, 30대보다 40대인 지금이 좋다. 곧 50이 될 텐데 그 50대도 지금처럼 좋아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더 곱게 늙고 싶다는 꿈이 커진다.)


내가 나이 든 모습을 상상했을 때 염색하지 않은 머리, 간단한 화장이 어색하지 않은 피부와 나이에 어울리는 옷차림, 꼿꼿한 자세와

깔끔한 진주 귀걸이에 앙고라 니트가 어울리는 할머니, 목소리가 차분하고 말이 많지 않은 검소하고 우아한 모습의 할머니이다.

물론 옆에는 나와 닮은 내 동반자 영감과, 내 토끼 같은 딸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기 몫을 다 하고 있는 삶을 상상하고 꿈꿔왔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조금 일찍 구체적으로 내 나이 든 모습을 상상한 것 같다.

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잘 살아간다면, 큰 이변 없이 안착할 나의 모습에 환상과 동경을 갖고 있다.


큰 부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보다, 곱게 늙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결국은 곱게 늙는 게 적당한 부는 갖춰야 가능한 삶일 수도 있지만 부와 곱게 늙는 삶은 일치하면 감사하고,

꼭 맞지 않더라도 부유한 노인네보단 고운 노인네가 더 내가 꿈꾸는 나의 이상향에 가깝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보다 곱게 늙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 이유는 현실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늘에서 재산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맞벌이로(이젠 외벌이) 살면서 부자가 되는 일은 상상만큼 간단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은행에서 일하며 부자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많았다.

이것은 내 삶에 있어 귀한 간접경험이라 생각한다.

운이 좋게도 돈만 많은 부자(졸부)보다 부자이면서도 훌륭한 성품을 지니신 좋은 어른들을 많이 뵈었다.

혹여 부유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충분히 여유롭고 너그러운 어른들이 훨씬 더 우아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분들을 보면서 곱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키워왔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모나지 않고 고와서 그 고운 테가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 그런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다.


조금씩 노화를 경험하고 있는 나는 과연 곱게 늙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쌓아둘 돈은 없지만, 쓸 돈이 없지는 않다.

든든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가족들도 있고,

오래 연락하고 지내는 벗들과 일상 속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벗도 있고,

가끔 연락해도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벗들도 있다.

한때는 전우로 아웅다웅 부대꼈지만, 이제 동료에서 동지로, 동지에서  동무가 된 이들도 있다.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소소한 에피소드나 생각들이 늘어간다.

나의 삶이 돈으로 빛나지는 않더라도, 마음으로 글로 빛날 수 있게 써보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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