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실프다.
어떤 글이 될지 모르니,
짧은 생각들을 모아둔 짧은 글들을 브런치에 옮겨 적기 시작했고, 브런치에서 책의 형식을 갖춘 글들을 완성했을 때는 뿌듯함에 가득 찬 채, 나만의 책을 완성했다고 생각했더랬다. 그러나 두고두고 가끔 읽어볼수록(내 글의 독자는 나지만 나부터도 잘 안 읽게 되는 글이 되었다) 역시 짧은 생각들을 서툰 글로 옮겨놓은 글들은 미완성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글자들의 조합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아예 버리기엔 내가 내 만족감에 만들어둔 브런치BOOK 이기도 하고 당시에 내 마음이 담긴 글이라 일기보단 조금 더 소중한 글이 되어있으니 손을 좀 대서 보여주기 부끄럽지 않을 글로 다듬어야 할 텐데 하는 마음먹은 지 꽤 되었으나 손대기가 실프다.
‘실프다’는 제주 와서 들은 제주어인데 ‘싫다’라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하긴 할 건데 하기 싫을 때 실프다고 한다. 어차피 안 할 거면 실프다는 표현조차도 안하는 것 같았다. 그땐 그냥 모르크라(아, 몰라) 해버리거나 내불라(내버려 둬)라고 하거나, 아예 아무 말 없이 뭉쓰기(안 하고 모른 채하거나 버티기)를 실행한다.
그래도 ‘실프다’라고 했을 땐 어차피 할 건데 실프다를 뱉고 좀 뭉쓰다 결국은 (잘)해낸다.
그러니 나도 일단 실프다를 뱉어놓고,
언젠간 내 브런치들에 있는 글들을 좀 글다운 글로 정비해야겠다. 산책로 울타리를 정비하듯, 돌담길 돌담을 정비하듯. 다듬고 만지는 작업을 해야겠다. 언젠가….. 그니까 그 언제? 하긴 하겠지?